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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폭 후유증 대물림… 진행되는 악몽

입력 : 2011-04-25 23:04:04 수정 : 2011-04-25 23: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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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체르노빌 원전사고 25주년
“여기는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곳이지요. 땅은 오염됐고 방문객도 거의 오지 않아요. 완전히 버려진 셈이에요.” 1986년 역사상 최악의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발생한 지 26일로 25년이 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지구촌은 ‘침묵의 땅’ 체르노빌의 악몽을 다시 떠올리고 있다. 사고 인근 지역에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지난 2월부터 출입을 개방한 이후 언론인과 ‘모험심’이 강한 관광객들의 발길이 간간이 이어질 뿐이다.

이들은 사고 원전을 뒤덮은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은 뒤 서둘러 현장을 떠난다.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체르노빌은 ‘기념의 장소’가 아니라 ‘진행되는 악몽’ 이다.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인근 도시인 폴리스케에 사는 볼디미르 타라소프는 “25년 전에 사고로 이곳은 완전히 망했다. 오랜 시간 잊혀진 채 주민들은 극빈자 수준으로 겨우 연명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독일 DPA 통신이 25일 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방사능 오염 농산물이 생산되는 것을 우려해 이곳 주민에게 농업을 금지했다. 주민들은 그러나 먹고살기 위해 오염된 땅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방사능 위험에도 삶을 이어가야 하는 이곳 사람들의 비극적인 실상이 녹아있다.

우크라이나는 ‘관광 상품’을 내놓으면서 체르노빌 원전사고 지역의 안전성을 홍보했지만, 현지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체르노빌 원전 주변 출입금지구역 관리를 맡은 경찰 관계자는 “어느 곳은 완전히 정상을 되찾았다. 하지만 다른 곳에서는 방사능 수치가 정상보다 100배로 치솟기도 한다”고 말했다.

25년이 지났지만 방사능 피폭 환자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도 주민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살고 있는 리디야 마카로바는 최근 국제적십자사의 지원으로 생애 첫 갑상선 검진에서 암진단을 받았다. 마카로바는 “69년 동안 살면서 갑상선암에 걸렸을 걸로는 꿈에도 생각지 않았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을 떨쳐버리려고 검진을 받았는데…”라며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모스크바 타임스가 이날 전했다.

신문은 “국제적십자사가 체르노빌 인도적 구호 복구 프로그램에 따라 사고 주변 지역에 거주하는 10만5000명에게 갑상선암 진단을 실시하고 있다”며 “원전 반경 30㎞ 밖에 살고 있던 사람들도 피폭의 영향으로 발병하는 게 분명한데 정부에서는 의료 지원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당시 체르노빌 사고로 우라늄·플루토늄·세슘·스트론튬 등 치명적 방사성물질 10t 이상이 대기로 방출됐다.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졌을 때의 핵 오염 수준보다 400배나 높은 수치다.

안두원 기자  flyhig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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