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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터진 중동화약고… 평화정착 멀어지나

입력 : 2008-12-29 09:31:17 수정 : 2008-12-29 09:3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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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하마스 전력강화에 위기감… 내년 총선도 한몫
하마스 "자살폭탄 등 보복"… 전면전 촉발 가능성
美 "협정 깬 하마스 책임"… 러, 이스라엘 비난
27, 28일 이스라엘의 공격은 빠르고 정확했다. 이스라엘의 최첨단 전투기들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장악한 무장 정파인 하마스의 보안시설과 경찰서, 미사일 기지를 타격했으며, 하마스 고위 인사가 상당수 숨졌다.

이스라엘은 27일 첫 공습에 앞서 이례적으로 가자지구 국경 검문소를 개방하는가 하면 현지 언론을 통해 가자지구 공격에 관한 거짓 정보를 흘렸다. 하마스가 방심하도록 분위기를 만든 뒤 전투기 60대를 띄워 하마스의 보안시설 50여곳을 선제 공격했다. 이스라엘은 공격을 개시한 지 24시간 동안 250여차례 공습을 감행했다. 목표 적중률은 95%에 달했다. 마치 지난 6개월의 휴전기간 하마스 공격을 준비라도 한 것처럼 보였다. 결국 6개월간 ‘불안한 휴전’은 새로운 비극의 전조가 돼 버렸다.

◆왜 지금인가=이스라엘 국민 사이에서는 ‘하마스가 휴전으로 더 강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하마스의 가자지구 장악 기간이 18개월에 달하면서 ‘하마스탄(하마스 지배국가)’ 건설에 대한 공포도 커졌다. 이스라엘의 국경 봉쇄에도 하마스는 끄떡없었다. 지난 19일 휴전협정 기간이 끝나자 하마스는 연장을 거부한 채 로켓 공격을 퍼부었다. 하마스의 ‘자신감’이 느껴졌고, 이스라엘 주민의 불안은 현실이 됐다.

이스라엘 내부적으로는 내년 2월 총선이 공격 동기로 작용했을 수 있다. 중도 성향 카디마당과 노동당이 이끄는 현 연립정부의 지지율은 강경 보수 야당인 리쿠드당에 뒤져 재집권이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카디마당 당수인 치피 리브니 외무장관과 노동당 당수인 에후드 바라크 국방장관이 ‘선거 필승 전략’으로 이번 공격을 감행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BBC방송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을 또 하나의 요인으로 꼽았다. 내년 1월 미국에서 친이스라엘 성향의 조지 W 부시 정부가 물러나고, 부시 정권에 비해 팔레스타인에 동정적인 오바마 정부의 출범에 앞서 이스라엘 정부가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전면전으로 치닫나=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존재하는 한 팔레스타인과의 평화협정은 체결될 수 없다’며 하마스 고사작전을 계속하고 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먼저 봉쇄를 풀지 않으면 휴전은 없다’고 못박고 있다.

바라크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필요한 군사작전은 계속될 것”이라며 지상군 투입 방침을 시사했다. 하마스는 “로켓탄뿐 아니라 자살폭탄으로도 보복하겠다”고 맞섰다. 이스라엘 영토 내 하마스 자살폭탄 테러가 시작되면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과 함께 전면전이 촉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스라엘은 특히 국경을 맞대고 있는 레바논의 무장 정파 헤즈볼라가 보복 공격을 해올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스라엘을 공동의 적으로 삼고 있는 헤즈볼라가 하마스를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의 반응과 휴전 압박=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7일 밤 비공개 긴급회의를 열어 양측에 공격 중단을 촉구했다. 안보리가 주말에 심야회의를 열기는 매우 드문 일로, 중동 사태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드러낸 것이다.

유엔 등 국제사회의 중재는 ‘불안한 휴전’ 연장을 이끌어 낼 주요 변수로 꼽힌다.

이스라엘 맹방인 미국의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27일 성명에서 “이번 사태의 책임은 휴전협정을 깬 무장 정파 하마스에 있다”며 “즉각 휴전 상태를 복원하라”고 밝혔다. 중동특사인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는 “가자지구에 대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며 양측에 무력 공격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유럽연합(EU) 순회의장국인 프랑스와 영국도 가자지구에서의 폭력 중단을 압박했다.

이에 반해 이란의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28일 이란 국영TV에서 “세계 이슬람교인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에 대항해 팔레스타인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외무부도 이스라엘의 공격을 비판하며 공격을 중단하기를 촉구했다. 터키 외무부는 “이스라엘의 공격은 인류에 대한 죄악”이라고 밝혔다.

안석호 기자 soko@segye.com

◆하마스

파타당이 팔레스타인 온건파를 대표한다면 하마스는 강경파를 대표한다. 1987년 팔레스타인이 ‘인티파다’라고 하는 반이스라엘 봉기를 일으켰을 때 아흐마드 야신이 수니파 원리주의를 앞세워 만들었다. 가자지구는 물론 요르단강 서안, 나아가 현재의 이스라엘 영토도 이슬람 유산으로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활동은 이스라엘 저항운동인 ‘지하드’와 팔레스타인 주민에게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와’로 나뉘는데, 다와는 하마스가 팔레스타인인의 지지를 얻는 동력이다. 2006년 총선에서 승리한 뒤 경쟁 정파인 파타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했다가 이듬해 6월 가자지구에서 파타당을 내쫓았다.

◆가자지구

이스라엘, 이집트와 접한 가자지구는 중동전쟁 기간 두 나라의 접전지였다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을 끝으로 이스라엘로 넘어갔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2005년 9월 가자지구에 있던 유대인 주민 8000여명과 군인을 전원 철수해 38년간의 점령에 종지부를 찍었다. 여기에는 가자를 포기하는 대신 유대인 20만명이 사는 요르단강 서안은 고수하겠다는 속뜻이 담겨 있다. 하지만 지난해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장악하자 모든 국경검문소를 봉쇄하고 하마스 고사작전에 들어갔다. 가자지구 주민 80%는 외부 식량원조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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