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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on] 상상밴드 베니 "음악 위해 무대 섰지만, 지금은 배우로 몰입"

입력 : 2008-08-28 10:36:45 수정 : 2008-08-28 10:3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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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닷컴] 유명 영화감독 페데리코 펠리나의 출세작 '길'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젤소미나'는 지난해 3월 초연 후 약 1년 반만에 선보이는 공연이다. 정통 뮤지컬이라기보다는 극중 서커스 단원들의 만담과 묘기로 관객들의 눈길을 잡는 버라이어티 쇼 뮤지컬이다. 그러나 뮤지컬이 보여주는 화려함과는 달리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인 극중 여주인공 '젤소미나'는 사랑을 받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을 갖게 만든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젤소미나'역의 상상밴드 베니 (본명 배은희)는 그런 '젤소미나'에 푹 빠져있었다.

"뮤지컬을 하기 전에 영화를 이미 봤어요. '여자 찰리 채플린'이라고 불릴 만큼 대단한 연기력이 필요한 캐릭터더라고요. 정신 세계를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는데, 행동이나 성격적인 면에서 저랑 닮은 면이 굉장히 많은 것 같아요. 저는 영화를 볼 때 바보라는 생각은 안하고 남들보다 성장이 느린 친구라고만 생각했죠. 저도 나이보다 정신연령이 어리다고 느끼면서 살기 때문에 비슷하게 여긴 것 같고, 그래서 캐릭터에 대해 어렵게 접근 안하고 처음부터 쉽게 접근해서 파악했죠"

비슷해서 빨리 파악된 캐릭터지만 그만큼 호된 정신적인 변화도 겪고 있다. 성장이 느린 '젤소미나'의 캐릭터는 사랑을 받지 못한다. 어느 배우든 사랑받지 못한 캐릭터에 대한 연기는 힘들 수 밖에 없다.

"살아온 환경이나 결정력에 대해서는 저랑 반대 성격이에요. 저는 사람들을 좋아하는 성격인 반면에 '젤소미나' 캐릭터는 그러지 못해서 연습하면서 우울증에 많이 걸렸죠. '젤소미나'는 사랑도 못받고 우울증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캐릭터이고, 제가 일부러 더 '젤소미나'처럼 살려고 하다보니 더더욱 심해졌죠. 그래서 어느때는 스스로 '아 나는 외톨이 같애'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웃음)"

음악적인 부분에서 실력과 대중적인 면에서 인정을 받은 상상밴드의 멤버로서 그녀는 왜 스스로 힘든 뮤지컬을 택했을까. '경력 관리'차 뮤지컬에 도전하는 일부 가수들과는 달리 베니는 '음악'을 위해 뮤지컬에 도전했다고 한다.

"가수 활동하면서 무대에 섰을 때 비주얼적인 면을 신경을 많이 썼었거든요. 음악을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 연기적인 것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었고요. 기회가 되면 연기를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게 누군가에게 과외를 받거나 하는 것보다는 실전 경험을 통해서 배우는 것이 빠르다고 판단했죠. 그러던 중 다행히 저에게 맞는 뮤지컬이 들어온 것이고요. 처음에는 가수니까 다 뮤지컬한다라는 말을 듣기 싫어서 정극을 하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제가 가수이다 보니 음악이 들어가는 것이 편하지 않을까 싶어서 선택했죠"

노래를 위해서, 노래를 부르는 무대 위의 자신의 모습을 위해서 선택한 뮤지컬 배우의 길이지만, 현재는 가수와 배우의 길이 '갑'과 '을'이 아닌, '갑'과 '갑'의 형태로 이미 변화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노래를 하기 위해 뮤지컬을 한다고 생각을 했었어요. 그러나 자기가 무엇이든 시작을 했을 때 이것에 내가 소질이 있다거나 아니면 더 오래 하고 싶다거나하는 생각을 먼저 하고나서 그 일을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저도 연습을 하고나서부터 욕심이 생겼고, 지금은 음악 때문이 아니라 배우 그 자체의 매력에 푹 빠진 상태죠"

이런 베니를 뮤지컬로 끌어들인 것은 영화 '미녀는 괴로워'에서 인연을 맺은 유시어터 김명규 대표다. 그러나 사적으로는 학교 동문이기도 해서 이전에도 안면은 있는 사이였다. 김 대표는 베니에 대해 한 인터뷰에서 "배우가 배우를 보는 감이 있듯 베니를 처음 본 순간 느낌이 왔다. 연극 경험은 전무하나 충분한 재능이 있는 친구"라고 극찬했다. 그리고 또한명 베니의 발전에 대해 눈여겨보는 이가 있다. 영화와 뮤지컬에서 활약하고 있는 박건형이다. 

"작품에 있어서 물어보거나 하는 것은 솔직히 그 친구 시간을 너무 빼앗는 것이 아닌가 해서 작품에 대해서는 많이 못 물어보는 편이죠. 대신 사람 관계에 있어서 어떻게 임해야 하는지에 대해 건형이가 조언해주고 있어요. 뮤지컬 들어가기 전에 제가 과연 이 역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하다가, 다시 연습에 들어가서는 단체 생활이 나에게 안 맞는 것이 아닌가라는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며칠 전에 건형이를 만났는데 저에게 '아니 그렇게 단체생활 어렵다고 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거 보니까 너도 배우 다 됐다'라고 말하더군요 (웃음)"

그런 생활을 하면서 베니는 무대에 섰다. 그리고 젤소미나에게 난폭하고 굴고, 이기적인 성격의 참파노를 연기하는 탤런트 김혁과 호흡을 맞추게 된다. 그러면서 김혁에게 많이 맞았다고 한다.

"매 맞는 배우로 다리 사진 하나 찍어주세요 (웃음). 처음 연습할 때는 그냥 삿대질 하면서 화를 내는 장면이었는데, 공연할 때 기분이 안 나올 것 같아서 감정 잡힐 수 있게 조금만 때려달라고 한 것이 몰입하다보니 이렇게 된거에요. 그런데 자꾸 하다보니 감정이 잡 잡히고 좋더라고요"

베니는 잊을만 하면 '최강 동안'으로 인터넷에 거론된다. 나이에 비해 어려보이는 외모때문이다. (박건형과 친구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된다). 베니는 원래 음악하는 사람들이 다른 직업에 비해 사춘기때 감각을 자꾸 끄집어 내다보니 어려보일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배우를 하려면 거꾸로 조금은 나이들어 보이는 것이 유리한 현재 공연계에서 베니의 역이 한정될 수 있는 단점이 없을까 싶었다.

"얼굴이 어려보이는 것 때문에 역할이 한정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키 때문에 그런 생각을 많이 했죠. 저도 이런 역할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찾아보니까 많더라고요. 다음에 보려고 하는 오디션도 지금과 비슷하고요"

베니는 그동안 많은 모습을 보여줬다. 가수 뿐만 아니라, 리포터, MC, 라디오작가, DJ, 보컬트레이너, 영화 배우 등 다양한 직업군을 거쳤다. 그러나 정작 이런 경력에 대해 본인은 '하나의 목표를 향한 과정'이라고 잘라 말한다.

"목표는 하나에요. 저는 어릴 적부터 음악을 시작했고, 음악에 대한 목표를 마치고 싶어요. 지금은 그 목표를 위해서 중간에 거쳐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요. 개인적으로 방송을 좋아하지는 않아요. 카메라 앞에 서거나 쇼프로그램에 나가면 원래 저의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 싫어요. 음악을 들려줘야 하는데, 다른 것을 보여서 살고 싶지는 않아요. 지금은 방송이 아닌 공연을 하면서 또다른 나의 모습을 보여주고, 음악이 아닌데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에 기분이 좋죠"

무대에 대한 베니의 집착은 '편안함'에서 시작된다. 한때는 상상밴드 2집이 나오기 전까지 대학로 조그마한 클럽에서 혼자서 공연을 했다. 거기서 방송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의 행복감을 느꼈고 지금도 그곳에서 다시 공연을 하고 싶다고 한다. 그러나 그때는 지금까지의 상상밴드 '베니'가 아닌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올해 저는 내면적인 것을 더 찾고 싶어요. 내 안의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조금이라도 찾아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지금까지 했던 노래를 이 작품하면서 다시 들어봤는데 너무 틀린거에요. 제가 불렀던 노래인데도 '어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아마 다음 앨범을 낼때는 많이 달라져 있을 것 같아요. 지금까지는 뭔가 많이 돌려서 표현했었거든요. 팬들은 다 이해해줄 것 같아요 (웃음)"

/ 유명준 기자 neocross@segye.com  박효상 기자 photo_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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