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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on]스피디한 공포 영화 '고사'…캐릭터는 따로 놀아

입력 : 2008-07-31 17:19:16 수정 : 2008-07-31 17: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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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닷컴] 전교 1등에서 20등까지 선택된 학생들이 '특별 엘리트'반으로 편성되어 중간고사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주말에 학교에 나온다. 여기에 교사 창욱(이범수)와 여교사 소영(윤정희), 선도 담당 교사와 수위아저씨 그리고 외국에 유학을 갔다왔다는 이유로 교사 창욱에게 불려온 강현(김범)이 학교 안에 남는다.

곧 이어지는 수업시간. 시청각 교재로 수업을 진행하던 중 갑자기 화면에 투명 수조에 갇힌 전교 1등 혜영의 모습이 비친다. 그리고 스피커에서 "이제부터 중간고사를 다시 시작한다. 친구를 살리고 싶으면 문제를 풀어라"라는 기분 나쁜 목소리가 나온다.  이후 공포는 시작된다. 친구들은 하나씩 죽어나가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상대와 과거 전교 1등을 독차지했다가 옥상에서 약을 먹고 자살한 것으로 알려진 지원에 대한 기억으로 학생들은 '죽음'과 대면하게 된다.

올해 유일한 한국 공포영화 '고死 : 피의 중간고사'(이하 고사)가 지난 29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숱한 뮤직비디오를 찍은 창감독의 데뷔작인 이 영화의 강점은 속도감 있는 화면을 꼽을 수 있다. 과거 한국 공포영화가 음침한 음악으로부터 시작해 서서히 긴장감을 높혀 실질적인 공포를 주는 포인트까지의 시간이 대부분 긴 반명 영화 '고사'는 그 길이가 짧다. 때문에 관객은 앞서 느끼는 공포감에서 다시 공포를 느끼기 위한 과정으로 들어가 또다른 공포를 기다리기까지 스피디한 느낌을 갖게된다. 의외의 엔딩 장면이나 연이어 나오는 반전 역시 '고사'의 강점으로 내세울 수 있다.

그러나 캐릭터의 미흡함이나 기존의 한국 공포물이 가지고 있는 자극적 장면의 표출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창감독은 기자간담회에서 "자극적인 화면에서 나오는 호러물은 탈피하고 싶었고, 자극적인 부분보다는 전체적인 부분을 보이려 했다"며 "공포와 슬픔을 주려 했으며, 영화에서 미션을 주고 끝까지 긴장감을 가지고 가려했다는 점이 지금까지의 호러영화와 다른 점"이라고 말했지만, 도리어 영화 '고사'는 자극적인 장면을 통해 관객들에게 공포를 주는 기존의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또한 영화 내에서 미션을 주며 긴장감을 주는 것 역시 초반에만 유효했을 뿐, 점차 자극성에 밀려 그 효과를 잃어버리게 된다.

캐릭터 역시 밋밋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룹 씨야 출신으로 가수에서 연기자로 변신한 남규리는 캐릭터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인지 딱히 찾을 수 없으며, 과거 학원 공포물에서 드러났던 여주인공으로서의 중심도 잡지 못했다. 첫 영화 연기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카메라에 자주 비춰진다는 점을 제외하고 주변의 조연급 연기자와 차별성을 갖지 못하고 있다. 윤정희 역시 기존 드라마에서 가지고 있던 캐릭터에 비해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달라지기'만 했지 영화 속에 녹아들어가지 못한 한계를 보였다. 주연급 4명의 캐릭터가 서로 따로 놀고 있는 듯한 느낌은 바로 다른 조연급 연기자들에게까지 영향을 주어 '공포'만 보일 뿐 '드라마'를 찾기 어려운 구조가 되어버렸다.

"연기 경험이 없는 배우들이 많아서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한장면 한장면 집중해야 하고 그 컷이 관객들에게 보여줘야 하는 목적이 있는데 그것을 일치시키기 위해 (경험 없는 배우들에게) 일일이 설명해야 했고, 그곳에 필요 이상의 에너지를 써야 했다"는 이범수의 말이 영화 '고사'의 캐릭터들이 따로따로 놀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해준 것으로 보인다.

올 여름 단 하나의 한국 공포물 영화 '고사'는 오는 8월 6일 개봉된다.

/ 유명준 기자 neocross@segye.com  팀블로그 http://comm.blo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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