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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 장벽 넘으니 인·적성검사 … 취업 이중고

입력 : 2013-05-19 23:11:22 수정 : 2013-05-19 23: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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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창의인재 선발 명분 도입
“난해한 IQ 테스트” 불만 높아
인터넷 강의·관련서적 ‘불티’
“취지 못살리고 또다른 짐이 돼”

 

“스펙을 갖췄다고 안심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1차 서류전형이 끝나면 기업별 인성·적성검사 준비에 나서야 합니다.”

서울의 한 사립대 경영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최모(26)씨는 올해만 30개 대기업에 입사원서를 냈다. 그중 10개사는 서류전형에 합격을 했지만, 2차 전형인 인성·적성검사에서 줄줄이 쓴잔을 마셨다.

수석졸업 못지않은 학점, 막힘없는 영어와 중국어 실력, 인턴 경험, 해외 봉사활동…. 하지만 최씨의 스펙은 1차 서류전형에서만 힘을 발휘했을 뿐 이후 시험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최씨는 “스펙쌓기는 기본이고 인성·적성검사를 게을리하면 취업을 장담할 수 없는 ‘이중고’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업이 자사에 맞는 지원자의 성격과 직무능력 등을 판단한다는 명목으로 경쟁적으로 도입한 인성·적성검사가 취업준비생들에게 또 다른 장벽이 되고 있다. 성적이 뛰어난 인재보다 창의적인 인재를 뽑는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인성·적성검사는 또 다른 시험에 익숙한 인재를 뽑는 꼴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삼성그룹은 ‘SSAT’, 현대자동차그룹은 ‘HKAT’라는 이름으로 이 같은 시험을 시행하고 있다.

19일 각 기업과 취업준비생 등에 따르면 기업은 인성·적성검사를 채용시 객관적인 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이지만 취업준비생 사이에서는 ‘난해한 아이큐 테스트’, ‘암호 해석능력 시험’, ‘암산 능력 테스트’라는 불만이 높다.

인성·적성검사는 언어·수리·추리·직무능력·상식 등으로 나뉘는데, 문장의 참과 거짓을 밝히는 명제 문제에서 소금물 농도 구하기, 기차의 이동거리 계산, 삼각함수, 도형이나 숫자·문자 등의 규칙 발견 문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출제된다.

기업마다 문제 유형과 문항 수가 천차만별이지만 문항당 주어진 시간은 대체로 1분을 넘지 않는다. 한 대기업은 언어영역 40문항을 출제하면서 시험시간을 12분만 주기도 했다. 한 취업준비생은 “문제를 보고 어떤 공식을 대입해야 할지 고민하는 순간 합격은 물 건너 갔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서점가에 기업체 인성·적성검사 문제집 코너가 들어선 지 오래다. 최근에는 대기업 인성·적성검사 대비 온라인 강의 사이트도 생겨났다. 온라인 강의에서는 기업별 인성·적성검사 대비 동영상 강의를 중심으로 자기소개서 작성법과 면접 대비 동영상 강의, 모의고사 풀이까지 이뤄지는 실정이다.

학생들은 아예 스터디 모임을 꾸려 인성·적성검사에 대비하기도 한다. 대학 졸업반인 민모(25)씨는 “친구들과 일찌감치 인성·적성검사 대비 스터디 모임을 꾸려 사자성어를 외우고, 시사상식 문제를 공유한다”면서 “실력이 향상되는지 알 수 없지만 준비를 안 하면 불안하다”고 말했다.

김강호 청년유니온 노동상담팀 대의원은 “기업의 인성·적성검사가 창의적 인재를 채용한다는 취지와 목적에서 벗어나 취업준비생들에게 또 다른 짐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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