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朴-文’ 두 후보의 부동산 정책 비교해보니…

입력 : 2012-11-29 11:38:58 수정 : 2012-11-29 11:38:5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제 18대 대통령 선거가 얼마남지 않았다. 박근혜·문재인 진영은 연일 대선 공약을 내놓으며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하고 있지만 부동산 관련 공약은 이번 대선에서는 경기 침체와 맞물려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두후보 모두 지역표를 의식한 대형 개발사업보다는 하우스푸어 대책이나 공공임대주택 건설 등 서민 주거복지 대책에 힘을 싣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 대선 앞둔 부동산시장은 이미 ‘한겨울’

대선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매매시장에 대한 관망세가 짙어지며 부동산 시장이 한겨울 날씨처럼 얼어붙고 있다. 또한 미국 ‘재정절벽(fiscal cliff)’과 중국과 유럽의 경기침제까지 더해져 부동산시장은 9·10 대책 이후 ‘반짝’했던 매수세마저 끊겼다. 전세시장의 경우도 상황이 좋지 않은데 매매기피현상으로 눌러 앉은 수요가 증가하면서 물건은 없고 가격만 오르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년간 재건축 추진단지에 대해 재건축 부담금을 부과하지 않도록 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통과했지만 호재에 즉각 반응했던 과거와 달리 재건축시장은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 ‘반짝’ 거래 늘었지만 가격 하락세 지속

국토해양부자료에 의하면 지난 10월 주택 매매 거래량이 6만6411건으로 이전 달보다 66.8% 증가했다. 올 들어 주택 거래량은 5월(6만8047건) 이후 4개월 연속 감소하며 9월에는 3만9806건으로 연중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급감했던 주택 거래가 취득세 감면 조치와 함께 급반전됐다. 하지만 거래량 증가의 내면을 살펴보면 전통적인 여름비수기인 7∙8월과 극심한 침체상태인 9월에 비해 10월 거래량이 기저효과에 의해 늘었던 것뿐이다. 또한 10월 거래량은 작년 같은 달(7만8333건)과 비교해서는 여전히 15.2% 줄었다.

더 주목할만한 점은 취득세와 양도소득세를 깎아주는 ‘9·10 부동산대책’ 시행 이후 주택 거래는 늘었지만 가격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12일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0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 건수(신고일 기준)는 3944건으로 대책 시행일(9월24일) 이전인 9월(2122건)과 8월(2198건)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통상 부동산 대책 이후 급매물이 소화되면서 매도자들이 호가를 높이는 까닭에 가격이 올라간다. 하지만 최근에는 추격매수세가 나타나지 않아 급매물이 빠져도 매매가격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9·10 부동산 대책 이후에 주택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취득세가 다시 오르는 내년부터는 주택 거래가 줄어들면서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 저렴하게라도 연내에 처분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 신규 분양시장도 ‘올스톱’

수도권 부동산 침체에도 상승세가 지속됐던 지방의 상승세도 꺾이고 있는데다 미분양의 우려로 신규 분양도 줄어들고 있다. 대선 이후의 부동산 경기전망에 대한 불투명성으로 서울지역 아파트 분양물량도 10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부동산 경기침체와 집값 급락 등 악재가 몰리면서 건설사들이 아파트 분양에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실제 민간 부동산 정보업체에 따르면 2003~2012년 10년동안 서울 아파트 일반 분양실적을 조사한 결과, 11월 현재 31개 단지 6438가구를 분양해 최근 10년내 가장 적은 분양실적을 기록했다.

일반 아파트 2만3177가구를 분양했던 2003년과 비교하면 물량이 무려 1만6739가구나 줄어든 셈이다. 공급 실적이 가장 적었던 때는 2006년으로 6918가구가 일반분양됐다. 최근 실적은 지난 2010년과 2011년 각 1만1527가구와 1만1777가구로 1만가구를 넘게 공급했다. 하지만 올들어 물량이 크게 줄었다. 특히 올해 1월 분양에 나선 건설사는 단 한 곳도 없었다. 그나마 2월에 546가구가 공급됐고 3~6월중엔 4419가구가 분양되면서 올해 공급량의 68%를 채웠다. 분양 물량 감소 이유는 올해 서울 아파트값 약세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인 상황에서 아파트를 지어도 분양되지 않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아파트 공급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인 것이다.

◆ 주택가격 급락과 깡통 전세급증에 따른 폐해 심각

한국은행이 수도권 전셋집 중 26%가 깡통전세라는 결과를 내놓은 데 이은 후속조치로 금감원을 비롯한 금융당국은 집을 팔아도 전세금과 대출금을 충당할 수 없는 이른바 ‘깡통전세’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설 정도로 지속적인 집값 하락에 대한 폐해가 심각하다.

근저당과 전세보증금 합산액이 경매 낙찰가보다 높은 속칭 ‘깡통전셋집’이 수도권 전역에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서울·수도권에서 진행된 주택 경매 가운데 일부 물건들의 낙찰가액이 채권자 청구액보다 낮아, 이 때문에 미회수 금액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세입자도 보증금을 모두 돌려받기 어려운 경우가 늘어난 있는 셈이다. 경기 침체로 빚에 허덕이는 하우스푸어 주택이 경매에 나오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셈이다.

◆ “차기정권에서 하우스푸어 전담 기구, 출범 필요하단 제언”

대형 시중은행이 ‘하우스푸어’(house poor·주택대출금 상환 부담 때문에 생활고를 겪고 있는 사람들)를 돕겠다며 앞다퉈 내놓은 대책이 수요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우리은행이 하우스푸어 구원투수를 자처하며 은행권 최초로 ‘신탁 후 임대(trust and lease back)’ 제도를 선보였지만 효과가 미미하다. 지난 8월 말 우리은행이 처음 제도 도입 계획을 밝힌 뒤 하우스 푸어들에게 한가닥 희망을 보인듯 했지만 실적은 초라하다.

신한은행이 하우스푸어 구제책으로 내놓은 ‘이자 유예 프로그램’도 신청자가 당초기대보다 훨씬 못미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을 갚기 어려워진 사람들에게 최장 1년간 이자를 기존의 절반 정도인 연 2%로 깎아주고, 깎아준 부분은 1년 뒤 갚도록 유예해 주는 것이 골자다. 이 은행은 최대 9100명이 이 제도를 이용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우리은행의 신탁 후 임대는 집주인이 소유권은 유지하지만 집을 관리·처분할 수 있는 권한을 은행에 넘기고(신탁), 그 집에 그대로 살면서 고금리의 대출 이자 대신 월세를 내는 제도이다. 3~5년의 신탁 기간이 끝날 때까지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은행이 집을 팔아 대출금을 회수한다. 하우스푸어 대책에 호응이 적은 이유 중 하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집 소유에 애착이 강하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신탁 후 임대의 경우 집을 파는 게 아니라 은행에 신탁하는데도 등기부상으로는 주택 소유자가 은행으로 바뀐다. 이 제도는 연체 기간이 3~4개월 이내인 대출자만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집을 최후의 보루로 생각하는 우리나라 중산층이 대출금을 몇 달 연체했다는 이유로 집 소유권을 넘길 결심을 하긴 힘들다. 우리은행 하우스 푸어 신청기준은 9억원 이하 1주택 보유자 중 우리은행에만 분할상환 조건의 담보대출이 있어야 한다. 2금융권 등에 추가 대출이 있으면 안 되는 것이다. 은행대출이 몇 달째 연체 중인 하우스푸어 가운데 2금융권에 대출이 없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의문이다.

우리은행이 이 제도를 만들 때 벤치마킹한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매각 후 임대’ 프로그램은 사실상 파산 상태의 집주인이 최후의 수단으로 소유권을 은행에 넘기고 그 집을 임차해 사는 방식이라는 점이 다르다. 신한은행의 이자 유예 프로그램은 이자를 깎아주는 게 아니라 유예해줄 뿐이라는 점에서 하우스푸어 입장에선 별 도움이 안 되는 제도다. 적게 낸 이자는 1년 후에 몰아서 내야 하는데, 1년 후라고 해서 사정이 좋아진다는 보장이 없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대표는 “마치 정부에 등떠밀려 하우스 푸어 대책을 연일 내놓은 시중은행들의 입장에서는 적극적인 홍보유인책 개발과 더불어 보다 신청조건을 완화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외국계 주주를 포함한 여러이해관계로 엮어있는 시중은행들에게도 상응하는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제도적인 배려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정치논리에 휩싸인 부동산문제, 시장에서 풀어야

차기정권 출범에 앞서, 분양가상한제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 폐지법안도 조속히 통과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치논리에 사로잡힌 인위적인 가격 규제는 훨씬 큰 부작용을 수반할 수밖에 없기 때문. 중장기적으로 보면 분양가 상한제 폐지로 인한 도심지 주택공급 활성화로 집값 안정과 전세난 해소에 도움이 된다. 또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 폐지법안도 민간임대 활성화와 임대주택 공급자로 봐서 조속히 통과되어야 내수를 살리는데 도움이 된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주택에 대한 사회적인 분위기가 자꾸 부정적인 방향으로 왜곡되어 임대주택이나 전·월세를 찾는 수요가 많아지면 전세난은 물론, 미분양 증가로 내수 경기 회복에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지금과 같은 전·월세 가격 상승도 이런 부작용이 빚은 결과다.

◆ 주택시장 파행 지속되면, 국내 경기회복 상당기간 늦춰질 듯

극심한 부동산 거래 침체를 의식한 듯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지난 20일 당사에서 경제신문들과 한 합동 인터뷰에서 “단기적으로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이날 “경제성장을 위해 중장기 계획도 필요하지만 워낙 경제위기로 어려움이 많아서 단기적인 대책도 필요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올해 말로 끝나는 취득세 감면 부분을 연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부동산 거래를 위축시켜온 보금자리주택도 분양형을 임대형으로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계부채와 하우스푸어 문제도 대선을 앞두고 거의 매일 이슈화하고 있어 해결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주택을 가지고 있는 분들도 하우스푸어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고, 전월세를 사시 이들도 마찬가지로 전월세가격 급등 우려로 정치권마저 불신하는 행태가 만연해지고 있다.

◆ 전세값 폭등, 매매값 하락, 미분양 급증

민간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5년동안 전국 아파트 전셋값이 큰 폭으로 오르고 매맷값에는 큰 변동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지난 27일 업체에서 발표한 ‘2008~2012 MB정부 결산’ 자료를 보면 현 정부가 출범한 2008년 2월부터 현재까지 아파트 전세가격이 37.17%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기타 시도가 51.28% 급등해 가장 상승폭이 컸고, 5대 광역시(인천 제외)도 46.32%나 올랐다. 수도권에서는 서울이 32.16%, 경기도가 33.01%, 신도시가 26.61%, 인천이 24.94% 각각 상승했다. 서울에서는 지하철 9호선 개통 호재를 누린 강서구가 42.59%로 가장 많이 올랐고 광진구(39.66%), 중랑구(35.97%), 마포구(35.74%), 영등포구(35.18%) 등 비강남권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경기도는 화성시(74.07%)와 하남시(51.24%)의 상승률이 50%를 넘어섰고, 지방에서는 전라북도(63.71%)와 전라남도(63.61%) 등 호남권의 강세가 눈에 띄었다.

최근 5년동안 전셋값이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린 것은 주택경기 침체로 인한 매수 기피 현상과 ‘반값 아파트’를 표방한 보금자리주택 공급으로 인한 전·월세 대기수요 증가 때문이란 분석이다. 지방에서는 세종시 개발,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혁신도시 조성 등에 따른 기대감 반영으로 전셋값이 더욱 올랐다. 현 정부 초기인 2008년 말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와 2만여 가구의 대량 입주에 따른 ‘역전세난’ 현상으로 잠깐 전세가격이 떨어지기도 했지만 2009년 하반기 이후 매매보다 전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꾸준히 올랐다. 매매가 변동률은 서울(-4.39%), 경기도(-7.35%), 신도시(-14.26%), 인천(3.43%) 등 수도권에서는 대체로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했다. 6억원 이상의 고가 아파트와 재건축 단지가 밀집한 강남구(-16.44%), 강동구(-13.23%), 송파구(-12.89%), 양천구(-9.92%) 등의 내림폭이 컸다. 경기도에서도 정부청사 이전 등의 악재가 겹친 과천시(-20.49%), 용인시(-18.19%), 성남시(-17.07%), 김포시(-16.16%) 등이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대선정국과 더불어 수도권의 대규모 보금자리 주택 공급영향으로 전국 미분양 아파트도 4개월 연속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국토해양부가 지난 10월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을 집계한 결과 총 7만2739가구로 전달인 올해 9월의 7만1552가구 대비 1187가구(1.7%) 늘었다고 밝혔다. 신규 아파트 분양이 이뤄진 경기, 경남·북 등을 중심으로 미분양이 증가했다. 최근 화성 동탄2신도시에서 대규모 분양이 있었던 경기도는 지난달 미분양 물량이 2171가구 증가해 총 2만4567가구를 기록했다.

◆ 임대차시장 패러다임 급변…전세에서 월세변환으로 서민부담 가중

주택 임대차시장의 무게중심이 전세에서 월세로 이동하고 있는 것도 전세시장 상승과 더불어 서민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농협경제연구소의 ‘국내 주택 임대시장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주택 거주 유형에서 전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5년 29.7%에서 2010년 21.4%로 8.3%포인트 낮아졌다. 반면 월세 비중은 같은 기간 14.5%에서 21.4%로 6.9%포인트 상승해 팍팍해진 서민들의 삶을 더욱 위협하고 있다.

임대차시장에서 월세 비중은 34.4%에서 49.7%로 껑충 뛰었다. 시중금리가 낮아지면서 전세 보증금을 투자해 얻을 수 있는 이율보다 월세로 올릴 수 있는 수익이 더 많은 한 월세이동 현상을 지속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행 시행되고 있는 월세 소득공제 대상과 한도를 대폭 늘리는 것과 동시에 현행 금리수준에 비해 너무 높게 임대료를 못받게 차기 정권에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정해줄 필요가 있다.

◆ 수도권 주택시장 침체로 인한 부작용 심각

최근 한국은행은 주택가격 하락 및 전세가격 상승으로 수도권 지역 세입자 및 주택소유주의 재무위험이 증대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있는 전세주택의 담보인정비율(LTV)이 71%로 일반 주택담보대출 주택 평균 LTV(48%) 보다 크게 높아 해당주택 경매시 세입자는 전세보증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한은이 최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의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2009년초 40%에서 올해 9월 55%로 올랐다. 단지별로 해당 비율을 조사한 강남 3구 아파트 474개 단지의 경우,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50∼60%인 단지가 39%에 달하고 담보인정비율(LTV) 규제상한선인 60%를 넘는 단지도 14%에 이르렀다. 보고서는 이에 따라 소액의 주택담보대출만 있어도 전세보증금을 포함한 부채가 주택가격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했다. 6월말 기준으로 주택담보대출이 있는 전세주택의 경우 후순위 전세보증금(대출 이후 전세를 놓는 경우)을 포함한 실질 LTV 비율이 71%로,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LTV 평균(48%)를 크게 상회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질 LTV 비율이 80% 이상인 전세주택도 26%에 달했다. 이에 따라 경매처분 시 낙찰가(올 상반기 경매낙찰가율 75%)가 대출액과 전세보증금의 합을 밑도는, 깡통주택이 주택침체가 지속될수록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즉, 주택소유주의 경우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보증금에 대한 상환부담이 높아졌고, 세입자는 전세보증금 일부를 회수하지 못할 위험이 높아졌다. 한은 보고서는 최근 지속되고 있는 수도권 주택가격 하락이 향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할 정도로 향후 전망이 좋지 않다.

경매 시장에서도 부동산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결국 빚 갚기를 포기하고 집을 헐값에 경매로 넘기는 하우스푸어가 대거 쏟아지기 시작했다. 지난 20일 민간 부동산 경매정보업체에 따르면 이달 수도권 아파트 경매물건이 총 3000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통계치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1년 이후 월간 기준으로 역대 최다 기록이다. 올해 상반기 월평균 경매물건 2201건보다는 36%, 작년 월평균 2123건보다는 41% 각각 늘어난 것이다. 특히 최근 들어 증가세가 유난히 두드러진다. 7월 2177건에서 8월 2593건, 9월 2548건, 10월 2854건으로 늘어나더니 급기야 이달엔 3000건 고지마저 넘겼다. 이처럼 경매물건이 늘어난 것은 무엇보다 금융회사들이 적극적으로 채권 회수에 나선 영향이 크다.

◆ 대선후보 부동산 공약, 급조된 정책으로 실현가능성 의문

현재까지 부동산시장 활성화 정책을 최우선으로 추진 중인 정부와 주거복지를 부동산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양당 후보들의 정책을 보면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하는데 한계가 있다. 양당 후보들은 △하우스푸어 대책 △전·월세 상한제 도입 △보금자리주택의 전면적인 임대공급 전환 등 비슷비슷한 서민주거복지 중심의 공약을 내놓고 있다.

하우스푸어 대책에 있어서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보유주택 지분매각제도’를 선보였다. 핵심은 자기 집의 일부 지분을 매각해 그 대금으로 은행 대출금 일부를 갚는 방식이다. 하우스푸어로부터 지분을 매입한 공공기관(캠코 등)은 지분을 담보로 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하고 이를 통해 금융기관, 공공기관, 연기금 등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마련하게 된다. 또 하우스푸어로부터 매입한 지분에 해당하는 임대료를 받아 이를 투자자에게 이자로 지급해 운영비를 충당하는 시스템이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도 하우스 푸어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 구조를 ‘변동금리-일시상환’에서 ‘고정금리-장기분할상환’으로 바꾸는 방안과 개인회생 면제 재산 확대 등의 제도 개선안을 제시하고 있다. 두 후보가 내놓은 하우스푸어 대책은 이미 나왔던 정책이나 검토중인 것을 급조하거나 약간 변형한 것에 불과하단 지적이다. 박 후보의 대책은 결국 이자를 내는 대상만 바뀔 뿐 근본적인 하우스푸어 대책은 될 수 없고, 문 후보의 주택담보대출 상환 방식 변경이나 이미 상환 기간을 최장 30년으로 설정 할 수 있는 고정금리 상품이 나와 있어 새로울 게 없다.

두 후보가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부동산 정책이 바로 공공임대주택 확대에 있어서는 박 후보의 경우 철도부지 위에 인공대지를 조성, 주변 시세의 절반 값에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이른바 ‘행복주택’을 건설하겠다는 구상이다. 내년 하반기 착공해 임기 내 서울 및 수도권 등 50곳에 대학생을 위한 저가 기숙사 2만4000가구를 포함한 총 20만가구의 행복주택을 짓겠다는 계획이다. 문 후보는 공공임대주택 거주가구 비율을 오는 2018년까지 현재의 5%에서 10~15%까지 높일 방침이다. 임대주택 재고율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또 열악한 고시원이나 임대료가 비싼 원룸 등을 대체할 수 있는 대학생 공공원룸텔 5만호를 공급하는 등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박 후보의 공약대로 철도 용지에 임대아파트를 지으려면 소음이나 진동을 막기 위한 기반공사비용이 과다할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정서상 철도위 아파트에 대한 ‘주민 호응도와 삶의 만족도’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두 후보의 서민들을 위한 공공임대 정책은 정부 차원에서 실행되고 있거나 검토되고 있는 정책을 숫자상으로 늘린것에 불과하다. 또한 정책 실현에 가장 중요한 10조원을 넘는 재원조달방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고 꼬집었다.

렌트푸어 등 전월세 주택 문제에 대해서는 박 후보의 경우 ‘목돈 안 드는 전세 제도’를 통해 집 주인이 자기 주택을 담보로 전세보증금을 대출받고, 세입자가 그 대출금의 이자를 납부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하지만 파격적인 혜택이 없는 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임대인의 선의의 행동을 기대할 수 없다. 문 후보도 주택·지역별 임대료와 계약기간을 공시하는 ‘임대주택등록제’와 전세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두 배 늘리는 ‘임대차계약갱신청구권’ 도입, ‘전월세인상 상한제’ 등을 내놓았다. 두 후보가 공통적으로 내놓은 정책도 이미 정부와 정치권에서 검토중인 것을 약간 변형시킨 것에 불과하단 지적이다. 전세 계약 갱신권의 경우, 집 주인이 4년치 전세금을 일시에 올려 예전사례처럼 전셋값 폭등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어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여론이 대다수다.

◆ 중산층을 위한 구체적인 부동산 공약도 필요

‘뉴 노멀(New Normal)’ 시대에 접어들었다. 뉴 노멀은 2008년 금융위기 때 등장한 새 경제질서로 변화에 따라 새롭게 떠오르는 기준이나 표준을 일컫는 개념이다. 대표적인 게 저(低)성장과 고(高)실업으로 인한 중산층 붕괴 위험시대가 도래했다. 저(低)성장과 고(高)실업문제를 피해 나가기 위해 대선후보들의 주택정책은 하우스푸어로 전락한 세대뿐 아니라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위험이 있는 중산층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을 담고 있어야 한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1997년 전체 가구의 74.1%였던 중산층 비중이 지난해 67.7%로 쪼그라들었다. 중산층 감소로 인해 성장률 하락도 위험 수위에 진입했다. 외환위기 직전 5년간(1993~1997년) 연평균 7.4%에 달하던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현 정부 5년간(2008~2012년) 3.0%로 반토막났다. 부자 한명보다 1000명 중산층을 안정시키고 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지도록 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의 안전판이라고 할 수 있는 중산층이 붕괴되고 금융위기가 발생해 일본과 같은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질 수 있다.

소득이 200만~300만원대인 중산층들이 빚을 갚지 못해 금융채무 불이행자(신용불량자)로 전락하면서 워크아웃을 신청하는 사례가 급격히 늘고 있다. 빚을 내 산 주택가격은 하락세를 지속하는 반면 부모 부양비와 자녀 양육비 부담이 증가함에 따라 빚을 또다시 내 생활하는 중산층들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 25일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에 따르면 올 들어 워크아웃 신청자 중 월 소득 200만원이 넘는 경우는 프리워크아웃이 전체의 15.6%(1989명), 개인워크아웃이 4.8%(2667명)에 달했다. 프리워크아웃은 연체 기간 30~90일의 단기 연체자가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원리금 상환 기간을 최장 20년까지 연장하고, 이자율을 낮춰주는 제도다. 개인워크아웃은 3개월 이상 연체해 신용불량자로 등록된 경우 이자는 전액, 원금은 최대 절반까지 탕감하고 최장 10년 동안 나눠 갚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월 300만원 넘게 벌면서 부채와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해 워크아웃을 신청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올 들어서만 월 300만원 이상 소득자 923명(개인 444명, 프리 479명)이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한국에서 중산층은 지난해 기준으로 한 달 소득이 175만~525만원인 가구다.

‘소득대비대출원리금상환부담률(DSR)’이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빚을 갚지 못하는 중산층이 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DSR은 2010년 11.4%에서 꾸준히 증가해 최근 14%를 웃돈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대선 이후에도 주택침체가 지속되면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중산층의 위험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일정 기간 원금 상환을 유예해주는 거치식 대출 상품의 경우 올해부터 이자뿐 아니라 원금까지 함께 갚아야 하는 시점이 속속 도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거치 기간이 끝나는 9개 시중은행의 대출 규모는 19조2000억원에 이른다. 거치 기간이 속속 끝나면서 내년에는 24조6000억원, 2014년엔 37조5000억원에 달할 것이다.

◆ “주택정책, 공급에서 재고주택 관리로 변화 모색해야”

끝으로 대선이후 들어설 새정부의 주택정책은 ‘공급’에서 ‘관리’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절대적인 주택부족 시대를 벗어난 데다 미분양 주택이 양산되고 집값은 하락하면서 대규모 재정을 필요로 하는 주택공급보다 관리의 문제가 더 중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재고주택 관리의 필요성을 감안, 선진국처럼 기업형 주택임대관리회사 도입에 대한 적극적인 추가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국토연구원은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10년 간 주택공급량을 연 50만 가구에서 40만 가구로 줄이고 지역별∙유형별 소비자 선호도를 반영한 정책 변화를 강구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김현주 기자 egg0lov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