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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비 엇갈리는 초고층 건립사업

입력 : 2012-06-04 11:46:43 수정 : 2012-06-04 11:4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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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에서 초고층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개발사업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롯데그룹의 전폭적인 지원덕택에 그 동안 인허가 과정만 15년이 걸리며 난항을 거듭했지만 잠실 롯데월드타워(123층·555m)만이 지난해 건축허가를 받은 후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 잠실 롯데월드타워 순항 vs 상암 디지털미디어센터(DMC) 난항

반면 서울 상암 디지털미디어센터(DMC) 랜드마크 빌딩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개발 사업이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부동산 경기침체뿐만 아니라 엎친데 덮친 격으로 서울시 수장까지 바뀐 상황에서 사업자체가 무산위기로 몰려, 계약 해지 수준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상암DMC 랜드마크 프로젝트는 마포구 상암 DMC 3만7280m²(약 1만1296평)의 용지에 640m(133층) 높이, 세계 두 번째 높은 빌딩을 짓는 사업이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서울라이트타워는 ‘수익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시에 4차례 사업계획 변경을 요청했다.

서울라이트타워는 최근 4차 계획서를 제출해 당초 지하 9층, 지상 133층이던 규모를 지하 7층, 지상 70층으로 낮추고, 주거비율을 기존 20%에서 30%로 올려 달라고 요구했으나 시가 거절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랜드마크빌딩 사업의 시행사인 서울라이트타워 측은 원안대로 사업을 진행할 경우 부동산경기 침체로 사업성이 악화돼 최대 1조1000억원의 손실이 예상돼 계획변경을 요구했다. 변경안은 기존 133층 빌딩을 최대 70층 건물을 포함한 4개동으로 수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시 측은 특혜시비 등을 의식, 원안대로 진행하길 요구하며 원계약자와 계약해지 후 재공모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상암DMC 랜드마크빌딩 건립이 좌초됨에 따라 서울라이트는 토지계약금과 사업비를 포함해 약 1000억 원의 손실을 떠안을 위기에 놓여 서울시와 소송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라이트타워의 최대주주는 한국교직원공제회(지분율 20.17%)이며, 대우건설을 비롯한 12개 건설사가 38.16%, 산업은행 등 금융투자자가 30.2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 현대차그룹 뚝섬·서초동 롯데칠성 부지 개발, 서울시 의지에 달려

현대차그룹이 뚝섬 서울숲 일대에 추진중인 '글로벌 비즈니스센타'(110층·540m)도 최근 정부가 주거·준공업지역으로 묶인 곳을 복합개발이 가능한 상업지역으로 바꿀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사업추진에 가속도가 붙었지만 서울시의 태도가 어떻게 바뀔 것인지 두고 봐야 한다.

인근 삼성타운(2만4000㎡) 면적의 2배에 달하는 롯데칠성 부지(4만3438㎡)는 롯데자산개발이 주거·상업·업무시설과 호텔이 혼재된 복합개발을 계획하고 있지만 역시 서울시가 칼자루를 쥐고 있어 낙관적지만은 않다.

◆ 도시와 도시의 경쟁시대, 마천루 건립 필수

지금은 국가와 국가가 경쟁하는 시대가 아닌 도시와 도시의 경쟁의 시대다. 따라서 일정 규모정도의 마천루 건립은 필요악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건립되어 수많은 국내외관광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철탑인 '도쿄 스카이 트리' 덕분에 해당지역은 엄청난 부가가치를 누리고 있다. 스카이 트리의 높이는 634m. 철 구조물 타워로는 종전의 1위였던 중국의 광저우타워(600m)를 누르고 세계 최고 높이를 자랑한다. 이는 우리나라 63빌딩(264m)의 2.5배, 파리 에펠탑(301m)의 2배 높이다. 즉 잘 계획된 마천루는 건축물 자체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의 부가가치를 올리는데 단순한 철탑이상의 상당한 기여를 할 것이란 평이 많다.

단, 초고층 빌딩 건설 프로젝트는 경기가 호황일 때 추진되지만 완공 시점에 경기 과열이 정점에 이르고 버블이 꺼지면서 결국 경기불황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이점도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 엠파이어스테이트 건축 이후 대공황이 닥쳤고, 세계무역센터 완공 후엔 오일쇼크로 인한 스테그플레이션이 몰려왔다. 두바이는 2004년 유례없는 호황을 맞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부르즈 힐리파를 착공했으나 완공 시점에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2009년 11월 결국 모라토리엄을 선언, '마천루의 저주'를 전 세계에 실감케 했다. 사업성 없는 무분별한 초고층 빌딩 건설 열풍이 '마천루의 저주'를 우리나라에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도 경계해야 한다.

◆ 초고층 난립으로 오피스 공급 과잉 우려

최근 들어 서울 도심권 오피스 부동산시장에도 공실률이 증가하고 있다. 최근 대형 오피스빌딩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빈 사무실이 넘쳐나고 임대료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데 최근 공실률(빈 사무실 비율)이 심각한 곳은 서울 도심 한복판의 A급 대형빌딩이라는점에서 오피스 위주의 초고층빌딩 건립이 위험한 이유다. 앞으로 서울지역 오피스공급이 활발해질수록 공실률도 덩달아 치솟을 수 밖에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이전 낙과적인 전망에 기초해 추진한 초대형 빌딩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공급된 결과의 후유증이 본격화 될 수도 있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도 빈 사무실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대형오피스 공급이 잇따르기 때문이다. 즉, 서울 오피스 시장의 경우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수 있어  다른 부동산 대란을 야기시킬 수 있다.

따라서 초과 공급상태인 오피스나 인기없는 주상복합보다는 5성급이상의 국제적인 호텔을 건립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매년 100만명 이상 증가하고 있고 국제적인 행사가 수시로 개최되는 것에 비해 서울시내 고급숙박시설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때 사막의 기적이라고 불린 아랍에미레이트의 두바이는 금융위기 이전에 1~2%에 불과하던 전체 오피스 공실률이 현재는 약 40%에 육박하고 있다. 오피스 임차료도 한때 제곱미터(㎡)당 190만원까지 형성되던 것이 제곱미터(㎡)당 60만원대까지 내려왔다. 대신 쇼핑몰과 호텔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잘 음미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이고 안정적인 기금운용과 배당이 목적인 기금들도 공급과잉이 예정된 오피스나 사업성 떨어지는 주상복합건립보다는 안정적인 운영수익이 보장된 고급호텔로 전환에 관심을 더 보일 수 있다. 사업계획 변경으로 일부 주주주들이 이탈하더라도 금융권을 통한 사모펀드나 리츠·신탁사를 통해 추가 자금을 모집하면 된다.

◆ 펀드나 리츠 등을 통한 자금조달 다양화 필요

초고층 빌딩건립 같은 대형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은 시공사 지급보증이 따라붙기 때문에 국제회계기준(IFRS)하에서 대형시공사들조차 쉽게 대형개발사업에 지급보증을 서기 힘들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시공사 보증에만 전적으로 믿는 개발사업구조에서 차츰 벗어나 펀드나 리츠 등을 통해 투자자들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앞으로도 초고층 건립에 대한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초고층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우선이지만 초고층 빌딩 건립 종합 가이드라인 마련 방침도 조속히 마련되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초고층 빌딩 건설에 따른 교통난이나 스카이라인 훼손, 주변 지역 주민들과의 형평성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고 필요하면 외부전문가 자문도 받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대표
김현주 기자 egg0lov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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