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도 한국’ 나선 마이크론
지난 4일 2차 입찰 마감 결과 SK하이닉스가 포기하면서 마이크론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것으로 보인다. 엘피다의 채권단은 마이크론에 인수 의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마이크론은 인수가격 2200억엔, 설비투자 지원액 1000억엔 등 총 3200억엔(약 4조5000억원)의 자금 투입을 약속한 것으로 일본 언론은 보도하고 있다.
마이크론이 엘피다를 인수하면 전체 D램 세계시장 점유율은 2011년 4분기 기준 24%로 높아진다. SK하이닉스(23.7%)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서 삼성전자(43.2%)를 추격하는 셈이다. 모바일D램 점유율은 5.4%에서 23%로 상승해 SK하이닉스(24.6%)에 근접하게 된다.
더구나 엘피다는 그동안 세계 5위 업체인 대만 난야(점유율 3.5%)와 손잡는 방안을 모색한 상황이어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일본·미국·대만의 연합군이 한국기업에 본격적으로 도전하는 형국으로 바뀌게 된다.
실제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8일 마이크론이 차세대 반도체로 한국의 삼성전자에 도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마이크론은 싼 가격에 D램을 제조하는 자사의 능력에 고성능 D램을 생산하는 엘피다의 기술력을 접목하면 상승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이크론이 덩치 불리기에 나선 것은 모바일 기기 확산 때문이다. 과거에는 D램의 최대 수요처가 PC였지만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보급 확산으로 모바일 D램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미국 마이크론이 일본 엘피다를 인수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세계 반도체 시장에 판세 변화가 예상된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 기업들에 위협적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일단 마이크론의 자금 여력이 떨어진다는 점이 꼽힌다. 지난 2월 말 마이크론의 현금성 자산은 20억달러(약 2조3000억원)인데 올해 계획된 자체 시설 투자금액만 20억달러다. 따라서 엘피다 입찰에 독자적으로 참여하면 재무적 우려가 큰 상황이다.
이 때문에 마이크론의 엘피다 인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가근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부채 탕감 없이 마이크론이 엘피다에 4조원을 넘는 돈을 투입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판단했다.
김영찬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마이크론의 자금 여력을 감안하면 향후 회생계획 등에서 채권단과 마이크론 간의 이견이 클 가능성이 커 엘피다의 매각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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