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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가 국력] <4> 삼성전자 독자 운영체제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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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04-05 01:29:08 수정 : 2012-04-05 01:2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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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운영체제 구축…토종 ‘바다’ 야심찬 도전
‘SW강국’ 향해 쾌속항진
4일 서울 강남 삼성동빌딩 12층 ‘오션(OCEAN)센터’. 그다지 넓어보이지 않는 공간이지만 스마트폰 앱 개발자들이 PC와 스마트폰으로 앱 개발을 하느라 몰두해 있었다. 이곳은 삼성전자가 독자 스마트폰 운영체제(OS) ‘바다(bada)’용 앱을 개발하는 중소기업과 1인 개발자를 지원하기 위해 2010년 8월 만든 웹 개발센터다.

연중무휴 24시간제로 운영되는 오션센터는 아이디어 단계에서 기획, 프로그래밍, 사용자환경(UI) 디자인뿐 아니라 삼성앱스 등록을 위한 심사과정,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무료로 지원하는 원스톱 시스템을 갖췄다. 오션센터에서 개발된 앱의 소유권은 개발자에게 돌아간다. 지난해까지 누적 이용 건수는 1만5000건. 삼성전자의 모바일 생태계 구축이 무르익고 있다.

서울 강남에 자리한 삼성전자 오션센터에서 바다 OS용 웹을 개발 중인 1인 웹 개발자 신수원, 이재웅, 박찬준씨(왼쪽부터)가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남제현 기자
#소프트웨어 강국으로 내디딘 첫걸음


2010년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는 한국 정보기술(IT)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사건이 발생한다. 삼성전자가 한국 기업 최초로 독자 개발한 플랫폼 바다를 장착한 스마트폰 ‘웨이브(Wave)’를 공개한 것. 바다의 개발은 한국 IT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아이폰의 iOS와 구글의 안드로이드 OS가 시장을 지배한 상황에서 소프트웨어 독립을 향해 내디딘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2011년 4분기 기준 안드로이드(50.9%)와 iOS(23.8%)를 합친 시장 점유율은 74.7%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삼성전자가 왜 이처럼 험난한 길로 나섰을까. 바로 자체 OS를 개발하지 않으면 SW 파워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애플은 OS를 아이폰에만 쓰는 폐쇄정책을 고수한다. 반면 안드로이드는 무료다. 하지만 언제까지 무료일 수는 없다. 현재는 구글이 시장점유율을 높이려고 OS를 공개하지만 시장지배력 구축이 끝나면 유료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삼성전자는 엄청난 비용을 지급하며 순식간에 단말기 제조회사로 전락할 수도 있다. 따라서 독자 OS는 필수다.

삼성의 ‘멀티 OS’ 전략도 바다 탄생의 배경이다. 시장 변화와 소비자의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다양한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스마트폰 대중화에 기여한다는 사명감도 한몫했다. 바다는 고사양 단말기부터 대중적 단말까지 다양한 기기에 적용 가능하도록 개발돼 소비자들이 더욱 쉽게 스마트폰에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개발과정 쉽지 않아

삼성은 이런 이유로 2008년 초 모바일 솔루션 센터를 설립해 본격적인 독자 플랫폼 개발에 착수했다. 하지만 개발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완전히 새로운 OS를 만드는 일이어서 시행착오를 수도 없이 겪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오승택 책임은 “바다 OS를 만드는 것은 스마트폰을 만드는 것과 완전히 달랐다. 삼성으로서는 처음 시도하는 일이어서 처음부터 수없이 많은 난관에 부딪혀야 했다”고 회고했다. 경쟁업체들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삼성이 실체도 없는 OS를 갖고 홍보에 이용한다며 시기와 질투를 보냈다.

하지만 공을 들인 만큼 공개된 바다OS의 완성도는 매우 높았다. 지난해 11월 업그레이드된 바다 2.0은 최신 스마트폰 기능을 대거 탑재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제약 없는 멀티태스킹, 푸시 서버, 최대 300Mbps로 파일 전송이 가능한 와이파이 다이렉트(Wi-Fi Direct), 근거리무선통신(NFC), 음성인식(STT)과 문자음성 출력(TTS) 등 첨단기능을 지원해 안드로이드, iOS와 견줘 손색이 없다.

특히 앱 개발자들이 실제 바다 플랫폼 탑재 스마트폰에서 앱을 개발하는 것과 똑같은 환경을 제공하는 에뮬레이터 기능과 개발한 앱을 쉽게 분석하는 ‘퍼포먼스 어넬라이저’ 등 더욱 편리한 개발 환경을 구축했다. 특히 바다 개발자들의 안정된 수익을 창출하도록 바다 앱 내 광고 삽입이 가능한 ‘인-앱 애드(In-app Ads)’ 기능도 추가해 개발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이런 전략은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바다OS를 탑재한 웨이브폰은 2011년 4분기에 311만대가 팔려 2.1%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적으로는 모두 1320만대가 팔렸는데 이는 전년 대비 183% 급증한 수치다. 노키아의 심비안 OS 탑재 스마트폰이 32.3%(2010년 4분기)→11.7%(2011년 4분기), MS의 윈도폰이 3.4%→1.9% 점유율로 하향세를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바다 생태계 구축이 원동력

왜 OS 이름을 바다로 지었을까 궁금했다. 오승택 책임은 “개발자들이 개발한 다양한 앱을 수용할 수 있는 넓은 바다라는 의미”라고 요약했다. 스마트폰 사용자, 모바일 앱 개발자, 사업자 모두에게 더 많은 선택과 기회를 제공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만큼 삼성전자가 신경을 쓰는 것은 바다 생태계 구축이다. OS가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그 OS에서 돌아가는 앱이 제대로 개발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다. 앱 개발언어가 바다는 ‘C++’, 안드로이드는 ‘JAVA’, iOS는 ‘Object-C’로 모두 달라 호환이 되지 않는다. 해당 플랫폼별로 따로 웹을 개발할 수밖에 이유다.

삼성은 생태계 구축이 공룡과의 싸움에서 이길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보고 매년 대규모 ‘바다 개발자 데이’를 열어 바다용 앱 개발을 적극 지원하는 전략으로 생태계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2010년 대회는 총 상금 270만달러에 54개국 2077개 팀이 참여했다. 올해는 ‘바다 파워 앱 레이스’가 진행 중이며, 바다 2.0 기반으로 만들어 공모전에 등록한 앱 중에서 삼성앱스에서 10만 다운로드를 달성하는 선착순 10개 앱에 10만달러씩 수여한다.

삼성전자는 또 SDK(Software Development Kit)를 공개해 외부 콘텐츠 업체와 앱 개발자가 상품을 만들어 팔 수 있게 하는 공생, 순환시스템 구축에도 나서고 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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