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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 소프트웨어가 국력] <2> 전세계 ‘리니지’ 돌풍 일으킨 엔씨소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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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02-23 02:57:32 수정 : 2012-02-23 02:5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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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3600명중 개발자 70% 차지…‘스몰 토크’로 창의력 극대화
美에도 스튜디오 설립 현지화 전략
창립 12년 만에 매출 6300억 껑충
‘우리의 꿈은 우주 정복이다. 미지의 세계로 떠나 그곳을 정복하여 꿈의 낙원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여정이다.’ 국내 굴지의 게임 기업 엔씨소프트는 홈페이지에서 추구하는 목표와 정신을 이같이 설명하고 있다. 미지의 세계는 모방이 아닌 창조를 뜻하고, 정복은 미지의 세계를 방문한 고객 즉, 게이머에게 감동을 주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대규모 다중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MMORPG) ‘리니지’로 널리 알려진 엔씨소프트는 매출 규모 면에서 국내 1위 게임사는 아니지만 개발사로는 업계 ‘넘버 원’으로 통한다.

2011년 8월 독일 쾰른에서 열린 게임박람회 ‘게임스컴’에 참가한 엔씨소프트의 부스가 관람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이 행사에서 신작 게임 ‘와일드 스타’와 ‘길드워2’를 최초로 공개해 관심을 모았다.
◆소통이 최고의 아이디어를 낳는다

엔씨소프트는 어떻게 국내 최고의 게임 개발사가 될 수 있었을까. 긍금증을 풀기 위해 16일 서울 삼성동 테헤란로에 위치한 ‘우주선 발사대’, 엔씨소프트 본사 연구개발(R&D)센터를 찾았다.

최적의 개발 환경을 구현하기 위해 배려한 흔적이 곳곳에서 느껴졌다. 15층 건물은 탁 트인 시야를 확보하면서도 직사광선을 피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내부로 들어서자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조그마한 커피숍이 눈에 들어왔다. 직원들은 이곳에서 간식이나 음료를 마시면서 업무 관련 얘기를 나눈다. 엔씨소프트가 장려하는 간이 대화인 ‘스몰 토크’다.

엔씨소프트는 정식회의 대신 소규모 그룹으로 점심시간, 티타임, 휴식시간 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소통하는 스몰 토크를 통해 끊임없이 소통하라고 권한다.

엔씨소프트가 개그우먼 김신영, 배우 김수로, 배우 장혁, 가수 박재범, 배우 장희진을 모델로 제작한 게임 속 캐릭터 ‘스타 아가시온’.
창립자인 김택진 대표는 “우리는 창조가 굉장히 중요한 기업이다. 창의성을 끌어내는 구체적인 방법이 소통이기 때문에 소통하는 것이 우리 회사의 생존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일반적인 회의는 목표를 정해 놓고 어떻게 목표에 도달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스몰 토크에는 뚜렷한 목표나 지향점이 없다. 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나 상상, 철학적 주제를 둘러싼 논쟁이 될 수도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작은 아이디어가 게임으로 탄생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엔씨소프트는 서두르지 않는다.

군사 무기 전문가로 잡지 기자를 지낸 입사 8개월차의 게임 기획자 김민석 주임을 만났다. 신규 게임 개발팀에 소속된 그는 “밀리터리(군사류) 게임을 준비하고 있지만 정확히 어떤 게임이 될지, 언제 게임을 내놓게 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게임 개발자들이 여유를 부리는 것은 아니다. 항상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을까를 생각해야 하기에 김 주임은 오히려 일과 휴식의 경계가 사라졌다고 했다. 그가 8개월간 읽은 책만 200여 권에 이른다. 아무도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강요하지 않지만 느슨한 분위기 속에는 최고를 만들어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공존한다.

아이디어가 구체화하고 방향성이 정해지면 게임 제작에 들어가는데 게임이 완성돼 출시되려면 ‘허들 시스템’으로 불리는 수차례 품평회를 무사히 통과해야 한다. 엔씨소프트 13층에 자리한 연구개발 시연실은 개발자들에게는 공포지대다. 김 대표와 게임 전문가들이 모여 게임을 평가하는데 통과하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개발 자체가 백지화할 수도 있고, 수개월간 했던 작업을 다시 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치 육상의 허들 경기처럼 여러 단계의 품평회를 무사히 통과해야 비로소 게임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게임 개발에 승부를 건다

엔씨소프트는 1997년 창립 이래 일부 모바일·캐주얼 게임을 제외한 대작 게임들을 모두 직접 개발했다. 게임 하나를 개발하는 데 수년이 걸리고 게임당 100억원이 넘는 막대한 투자비와 인력이 투입되지만 이 같은 방침은 변한 적이 없다. 여타 대형 게임사들이 이미 유명하거나 시장성이 있어 보이는 게임의 판권을 구입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것과 대조적이다.

“만약 우리나라에 세상 사람들이 누구나 알고 인정하고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소프트웨어 회사가 하나 있을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우리 엔씨소프트라고, 우리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 대표이사의 말이다. 좋은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읽을 수 있다.

개발에 ‘방점’을 찍은 소프트웨어 중심 기업답게 엔씨소프트의 국내외 직원 3600여명 중 개발자 비율은 70%가 넘는다.

미국에도 아레나넷, 파라곤 스튜디오, 카바인 등 3개의 게임제작 스튜디오를 두고 있다. 현지에서 성공하려면 그곳 문화를 이해하는 현지인들이 직접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미국 스튜디오에서 제작된 MMORPG ‘시티 오브 히어로’는 2004년 미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후 지금까지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창립 첫해인 1997년 매출 5억4600만원에 영업적자 24만9000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10년 후인 2007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3297억원, 494억원으로 뛰었다. 이어 불과 2년 후인 2009년에는 매출이 6347억원으로 2배, 영업이익은 2339억원으로 무려 5배 이상 늘어났다.

그러나 이후 엔씨소프트는 주력 게임인 리니지 시리즈의 점유율 감소와 신작게임 출시 지연으로 주춤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지나치게 개발 중심인 데다 MMORPG 게임 일변도로 급변하는 시장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새로운 게임사들의 출현과 셧다운제 등 국내의 게임 규제도 악재다.

엔씨소프트는 이제 내부가 아닌 외부의 ‘허들’을 뛰어넘어야 할 차례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4년 만에 내놓는 대형 신작 게임인 ‘블레이드앤소울’과 ‘길드워2’로 재도약을 벼르고 있다.

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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