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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美·英은 ‘가뿐’… 한국은 ‘헉헉’

입력 : 2011-05-10 09:15:20 수정 : 2011-05-10 09: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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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英, 출혈 감수한채 구조조정… 상환능력 개선
한국, 대출 만기연장 등 부담완화 급급… 악화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지구촌에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웠다. 미국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라 불리는 가계부채 ‘버블’로 경제 근간이 흔들리자 각 나라는 앞다퉈 해결책을 내놨다.

미국을 비롯한 몇몇 국가는 출혈을 감수하며 가계부채 정리에 나선 반면 몇몇 국가는 가계의 채무상환 부담을 완화해 주는 정책으로 위기를 넘겼다. 한국은 후자였다.

당시 한국은 이 같은 정책적 판단에 힘입어 가계에 큰 충격을 주지 않고 금융위기를 견뎌냈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 문제는 2년여가 지난 현재 폭발 직전에 이르렀다.

이에 반해 금융위기의 진앙인 미국이나 가계부채 문제가 가장 심각한 국가 중 하나인 영국은 가계부채 구조조정을 통해 우리와 반대 모습을 보이고 있다.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의 빚 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이 146%로 전년보다 3%포인트 늘었다. 금융부채가 가계의 소득 가운데 저축이나 소비에 쓸 수 있는 돈보다 1.46배에 이른다는 말이다. 연간 한 푼도 소비하거나 저축하지 않고 부채를 상환해도 다 갚지 못한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의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2007년 136%, 2008년 139%, 2009년 143% 등으로 지속적으로 상승 중이다. 빚으로 비롯된 금융위기를 빚을 더 내서 모면하려 한 결과인 셈이다.

이와 달리 미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2007년 136%를 정점으로 2008년 128%, 2009년 125%, 2010년 120%로 주는 추세다. 영국 역시 2007년 170%로 절정에 달했으나 2008년 167%, 2009년 160%로 점차 가계의 부채상환능력이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미국과 영국에서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이 감소한 것은 금융위기에 따른 급격한 경기 위축으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데다 주택 압류를 통해 강제적인 부채 축소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빨랐던 스페인, 노르웨이도 금융위기 이후 가계부채 조정을 겪고 있다고 한은은 진단했다. 스페인은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2007년 131.1%에서 2008년 128.9%로 내려앉았다.

이와 달리 한국 정부는 금융위기 발발 후 가계대출 부담을 완화하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잡았다. 2008년 11월 은행을 상대로 대외채무를 지급 보증해 주는 대신 가계대출의 만기와 거치기간을 연장하고, 부실이 우려되는 대출고객에 대한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MOU 체결 후 4개월 만에 39조4000억원(175만8000건) 규모의 일시상환대출(만기 후 일시에 원금을 상환해야 하는 대출)이 만기연장의 수혜를 입었다. 대출 건수로는 175만8000건. 이에 따라 2008년 말 기준 일시상환 가계대출의 만기연장률은 93.1%에 달했고, 이 중 신용대출도 90.2%가 혜택을 봤다. 웬만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만기를 늘려준 셈이다. 아울러 주택가격이 급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규제 완화에도 나섰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2009년 이후 지속되는 전세가격 상승세가 주택가격 상승요인으로 작용하면서 가계부채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계식 기자 cul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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