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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층 외면하는 과학기술정책

입력 : 2010-03-02 02:57:39 수정 : 2010-03-02 02:5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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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예산 늘어도 사회적 불평등 심화
신약 등 기술혁신 성과 부유층에 혜택
정부가 연구·개발(R&D) 분야에 올해 13조7000억원의 예산을 배정하는 등 과학기술 정책에 많은 돈을 쏟아붓고 있지만 서민들은 그 혜택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장영배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1일 ‘과학기술정책과 사회적 불평등’ 보고서를 통해 “과학기술 정책도 분배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반적인 생각으로는 R&D를 통해 제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낮아지거나 손에 넣기가 쉬워지면 그동안 부자들이 소비하던 제품을 가난한 사람들도 쉽게 구입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격차를 줄여주며, 상대적 이익은 최빈곤층이 가장 크다.

이런 관점에서 정부도 국민 삶의 질 개선을 목표로 2000년 이후 매년 10% 이상 R&D 예산을 늘리고 있다. 올해는 작년보다 11.0% 늘어 13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하지만, 현실은 엄연히 다르다는 게 장 연구위원의 지적이다. 과학기술의 성과는 공평하게 분배되지 않고 오히려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새로운 약품과 치료법이 나오더라도 건강보험이 있는 사람은 건강보험이 없는 가난한 사람보다 혜택을 볼 가능성이 크다. 또 간신히 먹고살 정도의 가난한 농민은 값비싼 새로운 종자의 혜택을 볼 가능성이 작다. 특히 ‘기술혁신’이라는 성과에는 특허(지식재산권)라는 인센티브가 붙어 고가의 첨단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대상은 ‘가진 자’로 좁혀진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대표적 소득 불평등 지표인 지니계수는 가처분소득 기준으로 2006년 0.306에서 2009년 0.314로 올라갔다. 지니계수는 0∼1의 값을 가지며, 숫자가 클수록 불평등이 심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또 소득 상위 20%의 가처분소득을 하위 20%로 나눈 ‘5분위 배율’은 같은 기간 5.39에서 5.76으로 껑충 뛰었다.

보고서는 이처럼 정부 지원 증가와 함께 과학기술이 발전하는데도 사회적 불평등이 더 심해지는 것은 과학기술 정책이 생산성, 경쟁력, 경제성장 등에만 관심을 가질 뿐 형평성이나 분배는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민간 역시 정부의 지원을 받더라도 ‘공익’보다 돈벌이가 되는 부유층을 목표로 삼기 때문에 빈곤층은 관심 밖이라는 것도 그 배경을 들었다. 생명공학기술의 경우 빈곤층 질병으로 꼽히는 에이즈, 말라리아, 결핵보다는 부유층 질병으로 불리는 심장혈관질환이나 비만 등을 다루는 약품 개발에 더 공들인다는 것이다.

우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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