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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블로고스피어] '한국이야기'로 한국인 사로잡은 이방인 사야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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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09-16 09:56:51 수정 : 2008-09-16 09:5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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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중 한국인에 도움받고 한국에 관심
도쿄 출신… 2000년 입국 부산대 나와
네티즌 814만명 방문… 팬카페까지 생겨
“처음엔 말을 잘 하지 않아요. 나중에는 완전히 반대가 돼, 말을 많이 하지만요.(웃음)”

인터뷰가 중간 정도 진행될 즈음, ‘평소에도 이렇게 말이 없느냐’라고 묻자 돌아온 대답이었다. 역시 단문(短文)과 이어지는 해맑은 웃음. 독자들이 궁금해 하거나 또는 중요한 팩트(fact)에 대해 물어야 하는 기자의 입장에서는 단문으로 답하는 일본인 여성과의 인터뷰는 쉽지 않았다.

◇블로그 ‘내 눈으로 본 한국, 한국인(sayaka.tistory.com)’을 통해 한국인들에게 한국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일본인 블로거 사야카가 지난 10일 경기도 성남 분당의 한 커피숍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인도 잘 모르는 생활 속의 ‘한국’을 포착, 재미있게 이야기해주고 있는 일본인 블로거 고마쓰 사야카(小松淸香·28, 이하 사야카)씨의 얘기다.

블로그 ‘내 눈으로 본 한국, 한국인(sayaka.tistory.com)’은 15일 현재 무려 814만명 이상의 네티즌이 다녀갔고, 팬카페가 생길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일부 내용은 책으로도 출간됐다.

지난 10일 경기도 성남 분당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블로그 속의 당찬 블로거의 모습은 없고, 매우 수줍어하는 젊은이만 앉아 있었다.

―한국에 어떻게 오게 된 거죠.

“뉴질랜드에 연수 갔는데, 한국 사람들이 외국 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저를 많이 도와줬어요. 일본 사람보다 더 적극적이더군요. ‘한국은 어떤 나라일까’ 궁금했고, 한번 가보고 싶었죠.”

외국인에게 일본어를 가르치는 것이 꿈인 사야카는 1999년 일본 세이토쿠 일문학과에 입학한 뒤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뉴질랜드로 유학을 떠났다.

하지만 뉴질랜드에서 한국인들의 많은 도움을 받은 뒤 2000년 한국에 입국, 부산대 어학당을 거쳐 일문학과에 입학했다.

―한국 사람들이 뭘 도와주던가요?

“그곳에서 집을 구할 때도 도와줬고, 영어도 많이 가르쳐 줬어요. 생활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도움을 받았거든요.”

사야카는 1980년 일본 도쿄에서 3자매 가운데 막내딸로 태어나 평범한 소녀로 자랐다. 선생님을 잘 따르며 공부와 함께 클럽활동도 열심히 했다. 축구와 배드민턴 등 운동도 많이 했다.
◇현재까지 무려 800만명 이상의 한국인들이 다녀갔고, 팬카페가 생길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사야카의 블로그 ‘내 눈으로 본 한국, 한국인(sayaka.tistory.com)’의 한 페이지.

―부모님은 어떤 분인가요.

“아버지는 회사원이었고요. 도쿄에서 은퇴한 뒤 고향 나가노로 돌아와 취미로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어머니는 서예를 취미로 하고요. 요즘엔 한글강습을 들으며 한글을 공부하고 계시죠.”

―한국행에 반대는 없었나요?

“반대 같은 것은 없었어요. 아버지는 항상 외국에 관심이 많으셔서 제가 해외에서 생활하는 것을 다 이해해주죠. 다른 가족은 일본에 있고 저만 나와 있고요.”

사야카는 업무상 외국을 자주 드나들었던 아버지 덕분에 일찍 외국 문화를 경험할 수 있었다고 한다. 고등학교 2학년 때에는 미국 코네티컷에서 한 달 동안 홈스테이를 하기도 했다.

한국 생활에 적응하면서 음식도 한국식으로 변했다. 처음엔 일본과 한국 음식을 반반씩 만들어 먹었지만, 요즘엔 인터넷을 보며 된장찌개, 순두부찌개, 청국장 등 한국 음식만 먹는다. 집에서 순두부찌개를 어떻게 만들어 먹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순두부찌개는 순두부를 사서 넣은 다음 물과 야채를 넣고 끓이면 ‘땡입니다’(됩니다).”

2007년 6월 말. 사야카는 ‘재미있는 얘기이니 블로그에 올려보라’는 뉴질랜드에서 만난 친구들의 권유로 블로그를 시작했다.

―한글로 쓴다는 게 힘들지 않았나요.

“처음에는 쓰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할 만해요. 하루에 4, 5시간 정도 글을 쓰죠. 대학교 때 일본 소설을 한국어로 해석하는 연습을 많이 했어요.”

―일본인으로서 한국 얘기를 한다는 게 쉽지는 않을 텐데요.

“한국과 일본 사이에 긴장이 생길 때 쉽지 않아요. 특히 독도 문제 등이 생길 때에는 블로그에 글을 쓰기가 두려워 말을 돌리기도 합니다.(웃음)”

그녀의 블로그는 큰 인기를 모았다. 한국인들이 스스로 보지 못하는 자신들의 모습을 이방인인 그가 오히려 더 잘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야카에게 20대 청춘을 보낸 한국은 어쩌면 제2의 고향 이상이다. 월드컵 등 국제경기에서 한국과 일본 가운데 두 팀 모두를 응원하거나 재미있는 경기를 하는 팀을 응원할 정도라고 하니까 말이다.

―그동안 느낀 한국 사람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한국인들은 모든 것에 대해 열정적입니다. 젊은이들끼리 술을 먹더라도 나라와 경제 얘기를 하죠. 일본인들은 보통 자기 생활에만 관심을 갖거든요.”

―한국 정신 같은 것을 느낀 적은 없는지요.

“조금만 아는 사이라도 진짜 가족처럼 대해주는 마인드가 있어요. 일본인은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일정한 간격이 있죠. 처음에는 부담스러웠는데, 지금은 아니에요.(웃음)”

사야카는 2006년 부산대를 졸업한 뒤 경기도 용인을 거쳐 현재 경기도 성남에서 일본어 온라인 강의와 이를 위한 사이트 개설을 준비하고 있다.

―10년 후의 자신의 모습은 어떨 것 같은지요.

“10년 후에는 외국인에게 일본어를 가르치는 유명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웃음) 사는 곳은 상관이 없어요. 행복하게 가르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기획취재팀=김용출·김태훈·김보은·백소용 기자 kimgija@segye.com

◆프로필

▲1980년 일본 도쿄에서 3녀 가운데 막내로 출생

▲1999년 일본 세이토쿠대 일문과 입학

▲1999년(∼2000년) 뉴질랜드 연수

▲2000년 한국 부산 입국. 부산대 어학당 입학.

▲2006년 부산대 일문과 졸업

▲2007년 6월 말 블로그 시작

▲티스토리 우수블로거(2007), 다음블로거기자상 네티즌인기상(2007년)

▲‘사야까의 한국고고씽’(2007년) 출간

◆사야카가 추천하는 좋은 블로거가 되는 팁

1. 글의 솔직함

2. 글의 재미

3. 글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말기

4. 꾸준히 글을 쓴다

5. 블로그의 확실한 주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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