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인물 블로고스피어]⑩'당그니'김현근

관련이슈 인물 블로고스피어

입력 : 2008-06-11 11:22:19 수정 : 2008-06-11 11:22:1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일본인 일상 만화로 소개 네티즌에 폭발적 인기
◇포털 네이버와 다음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 블로거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달 15일 귀국한 일본을 소개하는 블로거 ‘당그니’ 김현근씨.
김태훈 기자
미술학도를 꿈꾸던 한 소년이 있었다. 비록 대학은 컴퓨터학부로 진학했지만, 거기서 접한 일본 애니메이션은 그를 새 세계로 안내했다. 그래서 2000년에 훌쩍 일본으로 떠났다. 바쁜 외국 생활 중 틈틈이 그린 만화를 블로그에 연재했고, 블로고스피어는 그의 만화에 열광했다. 그는 유명인사가 됐다.

일본어를 배우거나 일본 문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 방문해봤을 ‘당그니의 일본표류기’(www.dangunee.com) 운영자 김현근(34)씨 얘기다.

2005년 4월 시작한 블로깅은 그의 인생을 바꿨다. 그간 블로그에 올린 콘텐츠로 두 권의 만화책을 출간한 데 이어 최근에는 도쿄 여행과 일본어 학습을 접목시킨 ‘도쿄를 알면 일본어가 보인다’를 내놓았다.

2001년부터 도쿄의 한 애니메이션 회사에 근무 중인 김씨를 지난달 15일 어렵사리 만났다. 네이버와 다음이 공동주최한 ‘대한민국 블로거 컨퍼런스’에 강연자로 참석하기 위해 잠시 귀국한 그였다.

―언제, 어떤 계기로 블로그에 관심을 갖게 됐나.

“오마이뉴스에서 미국 거주 블로거의 글을 읽고 내가 살고 있는 일본 이야기를 써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05년 6월 블로그를 처음 시작했다.”

―블로그 관리에 투입하는 시간은.

“보통 하루에 1, 2시간 정도다. 글을 쓸 때는 최하 4시간 걸린다.”

―방문자 수는.

“하루 평균 3000명쯤 들어온다. 새 글을 올리면 1만∼10만명이 본다. 하루에 얼마로 계산하긴 어렵고 월 평균 50만명 가량이 찾는다.”

김씨의 만화와 글은 한국 사람의 시각에서 본 일본인의 일상 생활을 담고 있다. 일본 뉴스나 잡지에서 소재를 찾기도 하지만 평범한 일본인과의 대화에서 얻은 아이디어가 더 많다. 일본의 겉모습보다 ‘속살’이 더 궁금한 네티즌들이 그에게 열광하는 이유로 풀이된다.

―일본에 관한 다른 책 또는 블로그와 어떤 차별성이 있나.

“요새 일본을 찾는 관광객 수는 한국이 1등, 중국이 2등이다. 그만큼 일본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국민 감정상 드러내놓고 좋아하지 못한다. 또 여태껏 일본인의 자연스러운 생활모습을 다룬 책 같은 게 별로 없었다. 한일 간의 역사 문제 아니면 일본의 독특한 성(性)문화를 소개하는 데에만 치중했다. 나는 ‘일본인은 왜 그렇게 행동하는가’라는 근본적 문제를 다룬다. 내 책과 블로그에는 생활 속에서 끌어낸 일본 문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일본인의 소소한 생활이 담겨 있다.”

―일본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1998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천공의 성 라퓨타’(1986)를 봤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그때 ‘직접 일본어를 알아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많았는데 일본이 그 분야에 강하지 않으냐. 애니메이션의 메카인 일본에 가서 그 저력을 배우고 직접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일본어는 어디서, 얼마나 배웠나.

“주로 국내에서 공부했다. 한국과 일본에서 일본어 학습에만 투자한 시간을 다 더하면 2년 정도 된다. 8년 동안 살면서 현지인 수준의 일본어 구사가 가능하다. 회사에서 동시통역을 한 적도 여러번 있다.”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수식어처럼 한일 관계엔 여전히 미묘한 부분이 많다. 많은 한국인들이 독도 문제, 야스쿠니신사 문제 등으로 일본을 비판한다. 평범한 일본인은 한국에 어떤 인상을 갖고 있을까. 그래서 물었다.
◇2005년 4월부터 일본 현지에서 일본인과 일본의 생활, 문화 등을 한국 사람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해 인기를 끌고 있는 김현근씨의 블로그 ‘당그니의 일본표류기’(www.dangunee.com)의 일부.

―일본에서 살며 민족적 갈등을 겪은 적이 있나.

“일본의 젊은 사람들은 과거사를 잘 모른다. 관심이 없고 그런 게 대화의 화제가 되는 경우도 드물다. 물론 축구나 야구 한일전 같은 게 있으면 좀 다르다. 요즘 수영이나 피겨스케이팅에서도 한국과 일본이 자주 맞붙으니까 ‘라이벌’로 받아들인다. 의외로 일본인들이 스포츠 승부에서 지면 깨끗이 승복한다. 우리나라처럼 그렇게 많이 과열되진 않는다.”

―일본 내 ‘한류’가 시들해졌다던데.

“처음엔 배용준씨의 ‘겨울연가’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이후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8월의 크리스마스’처럼 일본과 전혀 다른 정서의 영화가 히트를 쳤다. 한국 음식은 2000년대 초부터 이미 붐이 일었다. 자연히 ‘한류는 돈이 된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런데 너무 흔해지면서 별로 돈이 안되는 시점이 왔다. 설상가상으로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일본에 진출한 한국 영화가 대부분 실패했다. 드라마도 ‘내용이 다 거기서 거기라 식상하다’는 평가를 들었다. 일부 스타를 중심으로 한 팬모임은 지속적으로 있었지만 그게 일본의 콘텐츠 형성에 영향력을 미칠 정도는 못 된다.”

일본에 관한 만화를 그리고 글을 쓰지만 김씨는 정작 ‘재팬 마니아’가 아니다. 일본의 좋은 점은 배우고 받아들이되 일본을 그대로 따라갈 필요는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가끔 일부 네티즌으로부터 ‘친일파’란 비판을 받을 때도 있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다.

―‘악플’(인신공격성 댓글) 때문에 고생한 경험은.

“많다. 내가 일본이 좋다고 하면 반일 성향의 사람들이 ‘악플’을 달고, 일본을 비판하면 ‘네가 일본에 대해 얼마나 아느냐’는 식의 댓글이 붙는다. 양쪽의 비난을 동시에 듣지만 거기에 연연하지 않는다. 내가 글을 쓰는 기준은 한국에 있을 때부터 궁금한 것을 겪어보고 또 살며서 느낀 결론이 무엇이냐다.”

―일본의 블로그 문화는 어떤가.

“한국처럼 블로그가 사회적 이슈가 되는 일은 없다. 정치참여 문제를 봐도 일본에선 국민이 하고 싶은 말을 미디어가 다 한다. 굳이 블로거들이 나설 이유가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형 포털사이트 첫 화면에 블로그가 배치되기도 하던데 일본은 그렇지 않다.”

일본에서 7년 넘게 직장에 다니고 있지만, 영주권을 취득한 것은 아니다. 당분간 일본에서 더 경험을 쌓아야겠지만 언젠가 한국으로 돌아와 애니메이션 창작에만 몰두하고 싶은 게 그의 바람이다.

―앞으로도 창작 활동과 블로그를 병행할 건가.

“그렇다. 창작을 하더라도 블로그에 연재하는 방안을 생각 중이다. 나는 블로그를 일종의 미디어로 생각한다. 굳이 내 작품을 어디에 실어달라고 부탁하지 않고 블로그에 올림으로써 일종의 매체로 활용하고 싶다.”

―처음 블로그를 시작할 때 이렇게 ‘판’이 커질 줄 알았나.

“판을 키워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신인이고 지명도가 낮아 출판사에 만화를 보내도 안 실어주니까. 블로그에 연재해서 인기를 얻으면 만화 홍보에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 연재하니까 사람들이 책을 안 산다. 온라인에서 볼 수 있는데 왜 책을 사냐면서. (웃음) 인세 대신 지명도를 얻은 것이지.”

기획취재팀=김용출·김태훈·김창덕·김보은 기자

kimgija@segye.com

프로필

●1974년 출생

●서울 상문고, 숭실대 컴퓨터학부 졸업

●1997∼2000년 국내 컴퓨터 업체 근무

●2001년∼현재 일본 도쿄의 애니메이션 회사 근무

●저서: ‘당그니의 일본표류기1 :오겡끼데스까 교토’(2006), ‘당그니의 일본표류기2 :이랏샤이마세 도쿄’(2007), ‘도쿄를 알면 일본어가 보인다’(2008)

●가족은 아내와 1녀

김현근이 권하는 좋은 블로거가 되기 위한 팁

1. 체력

2. 꾸준한 업데이트

3. 자신만의 분야 발굴

4. 지속적인 테마, 심층적인 탐구

5. 창조적인 글쓰기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
  • 오마이걸 유아 '완벽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