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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껏 성숙해진 ‘오네긴’…감동의 울림은 깊었다

입력 : 2013-07-17 09:17:13 수정 : 2013-07-17 09: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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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발레단의 ‘오네긴’ 성황리 폐막 6일부터 13일까지 대한민국 발레 팬들은 세상 누구보다 행복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유니버설발레단(UBC·단장 문훈숙)이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린 ‘오네긴’은 2009년 국내 초연과 2011년 두 번째 공연 때보다 훨씬 성숙해진 모습으로 관객을 매료시켰다. 주연 무용수를 바꿔가며 총 10차례 한 공연은 거의 매번 2500석 규모 오페라극장을 가득 채웠다. 혜성처럼 떠오른 신예 ‘오네긴’의 등장, 우리 가슴속 영원한 여신 ‘타티아나’와의 작별 등 ‘오네긴’ 공연이 남긴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오네긴’ 공연에서 처음 남자 주인공 오네긴 역을 맡은 발레리노 이동탁(왼쪽)이 타티아나 역 강미선과 아름다운 사랑의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1. 새로운 ‘오네긴’, 이동탁

‘오네긴’의 남자 주인공 오네긴은 한마디로 나쁜 남자다. 처녀의 수줍은 사랑 고백을 차갑게 외면하고 무도회장에서 남의 약혼녀나 희롱하는 그의 모습은 ‘옴므파탈’ 자체다. UBC의 솔리스트 발레리노 이동탁(25)은 이번 공연에서 생애 처음 오네긴 역을 맡아 여성을 우습게 아는 콧대 높은 청년이 진정한 사랑을 갈구하는 중년 사내로 변해가는 과정을 연기했다.

이동탁은 카리스마 넘치는 얼굴과 조각 같은 몸 덕분에 일찌감치 ‘기대주’로 지목됐다. 이번에도 오네긴 특유의 시건방진 캐릭터를 제대로 살려 객석의 몰입도를 높였다. 다만 첫 무대라 그런지 여자 무용수와 파드두(둘이 추는 춤)를 출 때 상대방을 리드하는 자신감이 좀 부족해 보여 아쉬웠다. 공연을 거듭할수록 나아지리라 믿는다.

#2. ‘타티아나’여 안녕, 강예나

13일 밤 ‘오네긴’ 마지막 공연이 끝나자 관객은 일제히 일어나 손뼉을 쳤다. 여자 주인공 타티아나를 연기한 UBC 수석무용수 강예나(38)의 은퇴 전 고별무대임을 알기 때문이다. 오네긴 역 발레리노 이현준도 강예나에게 90도로 고개를 숙여 존경심을 표했다. 객석을 향해 인사하는 그녀의 눈에는 이슬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마지막 무대에서 울지 않겠다”던 약속은 결국 지키지 못했다. 타티아나 역으로 26년 발레 인생을 마감하고 새로운 삶의 무대로 떠나는 그녀에게 격려의 기립박수를 보낸다.

13일 ‘오네긴’ 마지막 공연에서 타티아나 역 강예나(왼쪽)가 오네긴 역 이현준과 열정적인 춤을 추고 있다. 강예나는 이 무대를 끝으로 은퇴했다.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3. 한국 팬 홀린 서희·볼레 커플

세계 최강의 발레단인 미국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의 남녀 수석무용수 로베르토 볼레(38)와 서희(27)가 나란히 오네긴·타티아나 역을 맡아 10차례 공연 중 딱 두 차례만 무대 위에 섰다. 이탈리아 출신의 볼레는 그동안 한국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발레리노였으나, 이번 공연을 계기로 국내 팬들의 뇌리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한국인 최초로 ABT 수석무용수에 오른 서희의 실력은 역시 대단했다. 말 그대로 ‘명불허전’이다.

#4. ‘친절한 단장님’, 문훈숙

문훈숙 단장은 UBC 공연 때마다 해설자를 자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에도 ‘오네긴’의 막이 오르기 전 관객은 무대 구석에서 마이크를 잡고 작품 줄거리와 감상 포인트를 들려주는 문 단장의 모습을 어김없이 볼 수 있었다.

그 때문인지 처음 ‘오네긴’을 접한 이들이 공연 후 온라인에 올린 감상평은 “미리 짚어준 핵심 키워드를 떠올리며 춤을 보니 이해와 몰입이 훨씬 쉬웠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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