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장편소설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로 1억원 고료 제8회 세계문학상을 거머쥐며 화려하게 등단한 전민식(48)씨가 1년 만에 새 장편 ‘불의 기억’(은행나무)을 들고 돌아왔다. 섭씨 수천도의 뜨거운 불로 금속을 녹여 종을 만드는 거친 사내들의 얘기다. 치명적 욕망과 배신, 사랑이 뒤엉킨 잔혹하면서도 아름다운 한 편의 드라마를 펼쳐 보인다.
“어릴 때 경북 경주에 2년 동안 살며 ‘에밀레종’으로 잘 알려진 성덕대왕신종을 눈여겨봤습니다. 전국 사찰로 여행을 다니면서 200개 넘는 종을 자세히 관찰했죠. 운이 좋으면 예불 때 스님들이 직접 타종하는 소리도 들었고요.”
‘불의 기억’에는 종 만드는 장인으로 규철 외에 한위도 등장한다. ‘2인자’ 한위는 규철의 재능만 부러운 게 아니다. 규철의 아내 정화는 실은 한위의 첫사랑이다. 정화가 숨이 끊어지던 날 사건 현장에는 규철과 함께 한위도 있었다. 규철은 한위가 정화를 죽이고 자신한테 누명을 씌운 다음 딸 해원까지 납치해 행방을 감춘 것으로 의심한다. 사라진 한위를 대신해 그 아들 동주가 아무리 아니라고 부인해도 한위를 향한 규철의 증오는 갈수록 커져만 가는데….
2012년 세계문학상을 통해 ‘9전10기’로 등단한 소설가 전민식씨는 “추계예술대 강단에 서서 후배 문학청년들에게 소설 쓰기를 가르치며 ‘자신을 믿어라. 자기 재능을 의심하지 말아라’는 말을 꼭 들려준다”고 소개했다. 허정호 기자 |
전씨는 이번 학기부터 모교인 추계예술대 강사로 임용돼 ‘소설창작’을 강의한다.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는 지난해 출판계의 극심한 불황 속에서도 5만부 가까이 팔려 베스트셀러가 됐다. 요즘도 한 달 평균 60부씩 꾸준히 판매되는 등 스테디셀러가 될 조짐이다.
마침 올해 제9회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박향(50)씨의 ‘에메랄드궁’(나무옆의자)도 출간을 앞두고 있어 올봄 서점가는 ‘세계문학상 전성시대’가 될 전망이다. 전씨는 “고료 1억원을 내건 문학상이 국내에 몇몇 있으나 인지도나 위상 면에서 세계문학상이 단연 최고”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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