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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세계일보 신춘문예(소설)] 심사평-현길언·권영민

입력 : 2012-12-31 22:20:30 수정 : 2012-12-31 22: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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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고독…섬세하고 깊이 있게 그려 예심을 거쳐 올라온 12편의 작품을 읽으며 인간과 사회에 대한 투고자들의 관심이 다양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작품에 나타난 인간의 모습은 관계가 단절된 외로움에 갇혀 있다. 거리는 화려하고 사람들 발걸음은 활기찬데, 소설가 눈에 비친 세계는 거의가 회색이고 칙칙했다.

현길언 소설가                   권영민 문학평론가
심사위원들은 당선작 외에 ‘푸른 곰팡이’ ‘드릴’ ‘달로 간 파이어니어’ 세 편을 관심 갖고 읽었다. 이 작품들은 소설의 자질을 어느 정도 갖추었으나, 단편으로서의 완결성에 이르는 데는 부족한 점이 있었다.

단편의 덕목은 반듯한 문장, 선명한 인물, 완결된 플롯이라는 점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투고한 분들이 치밀하게 분석해 보면 문제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점을 보완하기 위해 더 공부하고 쓴다면, 내년에는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다.

당선작 ‘유품’은 위의 세 작품에 비해 돋보여서 심사위원들은 선뜻 당선작으로 결정하길 주저하지 않았다.

우선 반듯한 문장이 작가에 대한 신뢰감을 갖게 했다. 문장은 소설 쓰기에서 기본이면서 최후의 무기다. 문장은 독자를 향한 화자의 목소리여서 불완전하면 작품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

두 번째는 주제를 드러내기 위한 여러 장치가 잘 결합되어 있다. 인간의 존재론적인 고독의 문제를 세상을 떠난 독거자의 유품을 정리하는 과정을 통해 섬세하면서 깊이 있게 처리했다.

여기에 플롯도 한몫을 했다. 외롭게 살다가 떠난 사람의 유품을 정리하는 중심 플롯을 강화하기 위해 어머니와 화자 자신의 서사를 결합시키며 고독이라는 극히 주관적인 문제를 객관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하나 마음을 써야 할 것은 이런 방법으로 이야기를 만들다 보면 세계를 인식하는 눈이 너무 주관적으로 치우쳐 현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눈이 흐려질 우려도 없지 않다는 점이다. 세계는 냉엄한 현상이기에 총체적 입장에서 통찰하려는 중립적 눈이 필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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