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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는다는 것은 뭘까… 늙으면 어떻게 될까…

입력 : 2012-12-21 23:08:45 수정 : 2012-12-21 23: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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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거일 ‘내 몸앞의 삶’
딸 결혼식 비용마련 위해 육신교환 수술 결심하고
강석경 ‘신성한 봄’
과거 회상 편지쓰는 형식… 인생역정 거꾸로 거슬러
사람은 누구나 늙는다. 그래선지 요즘 30, 40대 직장인들의 최대 관심사는 ‘노후 대비’다. 늙는다는 것은 과연 무엇이고, 우리는 늙으면 어떻게 되는 걸까.

환갑을 넘긴 원숙한 두 소설가가 ‘늙음에 관한 보고서’라고 불러도 될 신작을 들고 독자들을 찾았다. 복거일(66)씨의 장편 ‘내 몸 앞의 삶’(문학과지성사), 강석경(61)씨의 장편 ‘신성한 봄’(민음사)이 그것이다.

소설가 복거일씨
‘내 몸 앞의 삶’의 무대는 지금으로부터 60년 뒤의 미래다. 북한에서 중국에 반대하는 정치운동을 하다가 적발돼 무려 25년 동안 강제노역을 하고 풀려난 윤세인이 주인공이다. 석방 후 옛 애인의 집을 찾은 세인은 구금되기 전 그녀와의 사이에 낳은 딸이 혼사를 앞두고 있음을 알고 ‘아버지로서 아무것도 해준 게 없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한다.

결국 세인은 딸의 결혼식 비용 마련을 위해 ‘육신교환수술’을 하기로 결심한다. 거액을 받는 대가로 아직 40대인 그의 몸을 60대의 부유한 중국인과 바꾸는 것이다. 수술 후 세인은 예전의 그가 아니다. 마음은 아직 젊은데 몸이 따라가지 못하는 세인은 남은 노년의 삶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저자는 “새 기술은 묵은 문제들을 풀면서 새 문제들을 불러온다”고 지적한다. 고령화로 우리는 이제 과거 어느 때보다 더 긴 노년의 삶을 살아야 한다. 복씨는 “인류는 지구상의 모든 종(種) 가운데 ‘긴 노년’이라는 현상과 처음 부딪혔다”며 “따라서 내 작품 주인공이 노인이라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소설가 강석경씨
‘신성한 봄’은 65세의 여배우 윤미호가 이탈리아 로마로 떠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미호는 5년 전 간경화로 간이식수술을 받아 어쩌면 이번이 생애 마지막 여행이 될지도 모르는 처지다.

소설은 미호가 과거를 회상하며 편지를 쓰는 형식으로 그녀의 인생역정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호는 대학을 졸업하던 날 어머니가 나무에 목을 매달아 스스로 목숨을 끊는 불행을 겪는다. 원래 무대의상 디자이너로 출발한 그녀는 극작가 이지명의 권유로 마흔을 넘긴 나이에 뒤늦게 연기에 뛰어들어 성공한다. 미호는 지명을 남자로서 원하지만, 세상은 유부남인 지명과 미호의 관계를 용납하지 않는다.

절망 속에 인도로 떠난 미호는 그곳에서 한 일본 남성과 만나 아들을 낳는다. 그러나 애를 제대로 키울 자신이 없었던 그녀는 그만 캐나다 가정으로 입양을 보내고 만다. 어느덧 60세를 넘긴 지금 미호 곁에 남아있는 건 고독과 고통뿐이다.

강씨는 ‘저자의 말’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생(生)을 점검하는 것이 작가의 몫”이라며 “시간이 모든 것을 녹여주어서 더 이상 극대화할 번뇌도 없으니 다시 길을 찾아 떠나야 하겠다”고 밝혔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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