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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값 기준은?… 덜어내기 예술은 없을까?

입력 : 2012-11-06 19:49:08 수정 : 2012-11-06 19:4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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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민 개인전:IKEA Korea OPEN
‘이케아 가구’ 그림 실제 가구가격 판매
대량 생산 시스템 빌려 작품값에 도전
★그룹 ‘막간’ 10일까지 포화수Zip展
홍대앞 유흥가서 전단지 수집 퍼포먼스
수거한 전단지는 시민 쉼터 조형물 활용
예술은 끊임없는 창작을 요구하고, 새로운 무언가를 생산해내기에 바쁘다. 하지만 더하기가 아닌 덜어내는 예술은 없을까? 또한 이렇게 만들어진 예술품의 가격은 어떻게 결정되는 걸까? 이렇듯 예술에 대한 근본적인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전시가 열린다. 미술품 가격에 대해 도전장을 제시한 ‘이케아 프로젝트’와 덜어내는 예술을 선언한 ‘포화수Zip’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 전시를 통해 평소 우리가 예술에 대해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을 비틀어 보자.

박혜민 작가는 스웨덴의 가구 기업 ‘이케아(IKEA)’의 상품을 펜으로 그린 뒤 그것을 실제 상품과 같은 가격으로 판매하는 ‘이케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미술품의 가격은 어떻게 결정될까?

영국의 미술가 데미안 허스트(1965∼ )는 현존 예술가 중 최고의 작품가격을 받는 현대미술의 거장이다. 그의 2007년 작 ‘신의 사랑을 위하여(for the love of god)’는 18세기 유럽인 남성의 해골에 8601개의 다이아몬드를 박아서 완성한 작품이다. 데미안의 영원한 주제인 ‘죽음’을 다루고 있는 이 작품은 재료의 파격성뿐만 아니라 900억원에 달하는 가격 때문에도 유명하다. 데미안은 해골, 백금주물, 다이아몬드와 인건비 등을 합쳐 이 작품의 제작원가가 360억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나머지 540억원은 과연 무엇의 가치란 말인가.

전 세계 경매시장에서는 고가로 판매되는 미술품의 가격이 어떻게 결정되는 것인지 궁금했던 적이 있을 것이다. 작품 가격은 작가의 정성과 노력에 대한 대가일까, 아니면 작가의 뛰어난 예술성과 명성의 가치일까? 작품 제작을 위해 들어간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는 어떤 요소로 채워지는지 뚜렷한 답이 없다.

박혜민 작가는 도깨비 시장과도 같은 현 미술 시장의 가격구조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는 스웨덴의 저가 가구 기업 ‘이케아(IKEA)’ 상품을 사각 캔버스에 펜으로 그린 뒤 그것을 실제 상품과 같은 가격으로 판매한다. 그가 제시하는 작품의 가격결정 방식은 매우 간단하다. 그저 대량생산·판매되는 공산품의 가격을 그대로 미술품 가격에 적용한 것. 작가는 상품의 대량생산 시스템을 차용해 미술작품이 가지는 가치에 대해 새로운 의미를 제기하고 있다. 작가의 재기 넘치는 아이디어를 볼 수 있는 ‘박혜민 개인전: IKEA Korea OPEN’은 송은아트큐브(02-3448-0100)에서 21일까지 열린다.

그룹 ‘막간’과 20대 젊은이들은 ‘포화수Zip’ 프로젝트를 통해 홍대 앞 번화가에 버려진 전단지를 수집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더하기(+) 아닌 빼기(-)


현대 예술은 자극의 또 다른 이름이다. 예술은 과장과 자극으로 사람들에게 충격과 긴장감을 안기며 자신들을 기억하라고 명령한다. 자극의 과잉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예술품은 또 다른 공해로 다가오기도 한다.

윤채은·왕하영·이한나·정영진 등 4명으로 구성된 그룹 ‘막간’은 새로운 것을 더하는 대신 덜어내는 예술 프로젝트를 벌였다. 이들은 수많은 술집과 노래방, 클럽, 그리고 각종 거리문화들이 집결된 홍대 앞 거리에 주목했다. 홍대 앞 거리는 문화 폭탄이 투하됐다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을 만큼 각종 문화와 그 부산물들이 넘쳐나는 곳이다. 포화한 소비사회의 각종 상업문화들을 끊임없이 받아들이는 이 거리는 매일 밤 화려함으로 몸살을 앓는다.

특히 이곳에는 하루도 쉬지 않고 수만 장의 전단지가 길거리에 뿌려진다. 넘쳐나는 전단지들은 ‘자극의 과잉’을 너무나도 잘 상징하고 있다. 밤새 뿌려져 길바닥에 깔린 전단지들은 동이 틀 때쯤이면 환경미화원에 의해 수거된다. 하룻밤을 만취한 채 떠나는 취객처럼, 전단지들도 하루 사이 증발돼 없어져 버린다.

막간은 20대 젊은이들과 함께 홍대 앞 번화가 일대에서 전단지를 수집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들은 나뒹구는 전단지들을 수집하면서 번잡한 도시의 상념들을 차곡하게 정리했다. 그다음 홍대 앞 거리 일대에서 전단지를 접어 시민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 조형물을 만들었다. 이 조형물은 마치 거대한 파일을 압축시켜 정리하는 ‘알집’ 프로그램처럼 포화한 것들을 압축시켜 덜어내고 있다. 프로젝트 과정과 결과를 전시한 ‘포화수Zip’전은 10일까지 서교예술실험센터(02-333-7219)에서 볼 수 있다.

정아람 기자 arb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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