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난 6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명의로 성화한 문선명 통일교 총재에게 ‘조국통일상’을 수여했다. 1990년 7월25일 제정된 이 상은 북한이 평화통일에 공헌한 인사를 대상으로 수여하며 지금까지 김구, 김규식, 여운형, 오익제, 조봉암, 문익환 목사 등에게 주어졌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
이를 둘러싸고 통일그룹과 북한 최고지도자 간 연결고리가 한층 견고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색된 남북관계에 돌파구가 될지도 관심을 모은다.
문 세계회장의 ‘상중 방북’은 고민 끝에 내려진 어려운 결정이었다. 이를 의식한 북한도 문 세계회장 일행을 맞는 데 열과 성을 다했다. 과거 김 제1위원장의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과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조문 때 보인 문 총재의 결단을 잘 알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평양 조문에 참석한 인사의 면면에서는 ‘최고 예우’의 실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김 제1위원장의 고모부 장성택 부위원장의 조문이 이를 대변한다. 그는 김 제1위원장 이름으로 된 조의문과 조화를 직접 들고 평양 분향소를 방문했다.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태형철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서기장 등 북한 고위층 인사의 조문도 이어졌다.
장 부위원장은 김 제1위원장의 조화를 유가족들에게 전달한 뒤 김 제1위원장의 조의문도 직접 읽었다. 조의문에는 “문 총재와 김일성 주석의 관계는 잊을 수 없다”,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는 진심 어린 내용이 담겨 있었다. 문 세계회장에게 “기회가 되면 한학자 여사와 함께 방문했으면 좋겠다”는 말도 전했다고 한다. 한 북한 전문가는 “김 제1위원장이 참석한 것 못지않은 극진한 예우와 대접을 다 했다”며 “북한에서 2인자나 다름없는 장 부위원장이 빈소를 찾아 김 제1위원장의 조화를 전달하고 조의문까지 대독한 점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남북 관계만 좋았다면 북한은 대규모 조문단을 보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TV 등 북한 매체들도 문 세계회장의 방북과 평양 조문에 관한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했다. 북측의 각별한 관심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北 장성택 부위원장 조문 받은 문형진 회장 문형진 통일교 세계회장(왼쪽)이 지난 7일 평양 세계평화센터에 차려진 문선명 총재 분향소에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대신해 조문을 온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으로부터 조의문을 전달받고 있다. 통일교 제공 |
박상권 평화자동차 사장을 통해 ‘소나기’ 조전을 보냈던 북한 사회·정당·종교 등 각 분야 단체들은 평양 분향소에도 많은 조화를 보냈다. 장 부위원장이 가져온 김 제1위원장 조화를 가운데 두고 양쪽으로 각각 10개씩 20개의 조화가 일렬로 놓여 있었다.
지난 7일 문형진 통일교 세계회장(가운데)이 평양 세계평화센터에 마련된 문선명 통일교 총재 분향소에서 조문을 온 북측 조문객의 손을 잡고 감사의 말을 전하고 있다. 문 회장 옆으로 상복을 입은 문 총재의 여동생 문호선씨와 문씨의 아들 김창호씨가 함께 조문객을 맞고 있다. 통일교 제공 |
만찬 전 만수대의사당에서는 문 세계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문 총재에게 ‘조국통일상’을 수여하는 행사를 열었다. 이곳에서 북한은 문 총재 부인인 한학자 총재에 대한 초청 의사를 전달했다. 향후 통일그룹과 북한 간 교류가 더 돈독해질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북한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통일그룹과 북한 지도부 간의 관계를 넘어 큰 틀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자산으로 활용할 가치도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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