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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니까 사랑하니까 아이와 오늘도 웃는다”

입력 : 2012-08-17 19:53:27 수정 : 2012-08-17 19:5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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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이 붙여진 ‘장애아 엄마’라는
이름표 앞에서 눈앞이 아득
세상의 편견 속에서 버거운 삶
“장애 자녀를 맞는 순간 하루아침에 딴 세상이 된다. 그럼에도… 엄마니까 사랑하니까 아이와 오늘도 웃는다.” 어느 날 느닷없이 붙여진 ‘장애아 엄마’라는 이름표 앞에서 눈앞이 아득해진다. “저 집에 장애 있는 아이가 있대요!” “어휴, 저 집 부모 안됐네. 얼마나 속상할까?” 내 일이 아니라 나와는 상관없다. 옆집의 불행이고 비극일 뿐이다. “장애 판정을 받던 그날의 생생한 내 마음속 풍경에 울컥 눈물이 났다. 그러나 이내 정신을 차리고 보니 엄마에게 하트를 그려 보이는 내 아이를 보며 쓴웃음을 짓곤 했다.”

김효진 지음 / 부키 / 1만3000원
엄마는 무엇으로 사는가―절망의 문턱에서 희망을 찾기까지 엄마들의 여정 / 김효진 지음 / 부키 / 1만3000원


장애아 엄마로 살아가는 현실은 녹록지 않다. 장애 등록을 하는 일조차 여러 번 관공서를 드나들어야 하는 강퍅한 현실이 기다린다. 이제부터 세상의 편견 속에서 버거운 삶을 이겨내야 한다.

마흔아홉 해를 소아마비 후유증으로 지체장애를 안고 살아온 김효진씨는 ‘엄마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쓰면서 몇 번이고 눈물을 쏟았다고 했다. 김씨는 12명의 장애아 엄마를 만나 나눈 속이야기를 오롯이 이 책에 담았다.

신간 ‘엄마는 무엇으로 사는가―절망의 문턱에서 희망을 찾기까지 엄마들의 여정’에는 모성의 향기가 가득하다. “결혼은 나와 무관하다 여기며 살다 마흔둘에 같은 장애가 있는 남편을 만났다. 그리고 똘똘한 사내아이를 낳았다. 아이를 낳고 보니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 달리 보였다. 아이들은 엄마의 전부를 받아먹고서야 자라는 걸 알게 되었다. 더구나 장애가 있는 나는 내 어머니의 눈물이자 심장이며 존재 그 자체였다.” 

영화 ‘말아톤’의 광고물. 지적장애를 가진 청년이 엄마와 마라톤을 통해 사회와 소통해 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그는 “열 달 동안 뱃속에 아이를 품고서 많은 부모들은 단 한 가지를 꿈꾼다. 부디 손가락, 발가락 열 개씩, 건강하게 태어나기를…. 그렇게 고대하던 아이에게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어떤 심정일까”라며 산모 시절을 회상한다.

“자폐 판정을 받던 날, 성빈 엄마는 치미는 울화를 참을 수 없어 집안에 있는 살림살이를 모두 치워 버렸다. 친구들과 자주 어울렸던 성빈 엄마는 성빈이의 자폐를 알리고 싶지 않아 세상과 담을 쌓듯 바리케이드를 친 채 오 년 남짓을 보냈다. 엄마가 잘못해서 장애아를 낳은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의 눈초리에 시달렸다.”

책에 등장하는 엄마들은 그러나 주저앉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언제나 힘을 내고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것은 내가 낳은 아이 때문이란다. 아이의 존재만으로 엄마들은 오늘도 거칠고 험난한 길이라도 꿋꿋하게 걷는다고 했다.

“시각장애 민태 엄마는 아이들의 장애를 조금이라도 이해하고자 점자를 배웠다. 손끝 감각이 둔한 일반인이 점자를 배우는 것은 쉽지 않은데 엄마는 3급 점역교정사 자격증까지 땄다. 내 아이는 엄마가 점자를 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엄마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누구에게도 아쉬운 소리를 잘 못하던 승민 엄마는 자존심이고 뭐고 다 내려놓고 아이를 위해서라면 못할 일이 없다. 아이를 위해 공무원들과 얼굴 붉히며 싸우기도 한다. 매일 승민 엄마는 자신에게 주문을 건다. ‘나는 엄마다. 나는 엄마다. 나는 내가 아니고 엄마다. 나는 우리 아이들을 돌보아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저자 김효진씨는 장애여성네트워크 대표로 활동하며, 장애인과 그 가족 등 소수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성찰과 성숙을 바란다고 호소했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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