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선 진출 젊은 작가 16명 작품 선봬
‘여름 생색은 부채요, 겨울 생색은 달력이라(鄕中生色 夏扇冬曆).’ 우리 조상은 더위가 시작되는 단오가 찾아오면, 부채를 만들어 친구나 친지에게 선물하곤 했다. 부채를 통해 가까운 사람들이 더위나 액운을 씻어내고 시원한 여름을 보내길 바라는 마음을 전달한 것이다. 아울러 선면에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려 자산의 멋과 풍류를 뽐내기도 했다. 세월이 흘러 부채에 담긴 상징적 의미는 빛이 많이 바랬지만, 부채만큼 한국의 전통미를 고색창연하게 간직하고 있는 것도 드물다.
바람을 일으키는 부채의 기능에 착안한 최준경 작가의 ‘서울 빌딩 숲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네’. |
이번 전시에는 강주현 구본아 권선 김윤아 김지민 문종선 박지은 송유정 오재우 윤혜정 윤휘근 이지영 이진희 임희성 최준경 허진만 등 젊은 작가 16명이 참여했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은 평면회화부터 사진·영상·설치까지 다양한 소재와 기법을 접목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접선의 유선적인 형태에 주목한 작가도 있다. 윤혜정 작가는 ‘CITY-지나침의 흔적’에서 도시의 빛과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는 장면을 포착했다. 멀리서 바라본 도시의 모습은 펼쳐진 접선을 연상시킨다.
도시의 외관을 부채의 유선형과 연결시킨 윤혜정 작가의 ‘CITY-지나침의 흔적’. |
연속적인 부채들의 또 다른 이미지를 창출하기도 한다. 사진작업을 하는 이지영 작가의 ‘Night scape’는 명인이 만든 부채들을 물결 모양으로 연결한 작품이다. 멀리서 보면 해초들이 살아 움직이는 심해를 연상시킨다. 푸른 빛을 띤 채 넘실거리는 부채들의 춤사위가 황홀하다.
접선 여러 개를 연결해 물결 모양을 만들어낸 이지영 작가의 ‘Night scape’. |
박소민 공아트스페이스 큐레이터는 “현대미술을 통해서 해석된 다양한 시선을 통해서 부채를 단순히 도구로서가 아니라 우리의 아름다운 또 하나의 ‘미’이며 ‘가치’이자 지켜야할 ‘유산’임을 깨닫는 전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아람 기자 arb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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