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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代를 위한 동화… 男女와 소박한 일상 그려

입력 : 2012-06-22 18:18:48 수정 : 2012-06-22 18: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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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진 새 장편 ‘양파의 습관’
“인생의 습관에서 자유로울수 없고 다만 적응해야”
신춘문예 당선작 등 8편 묶은 단편집 ‘욕조’도 출간
소설가 김희진(36)씨의 새 장편 ‘양파의 습관’(자음과모음)과 단편집 ‘욕조’(민음사)가 동시에 나왔다.

2007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김씨는 ‘고양이 호텔’(2010), ‘옷의 시간들’(2011) 등 벌써 두 권의 장편을 펴낸 신예 이야기꾼이다.

“원래는 단편집을 3, 4월쯤 출간하고 장편은 2, 3개월 뒤에 펴낼 계획이었어요. 그런데 단편집 표지를 디자인하는 작업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우연히 둘이 같은 시기에 나온 거죠. 별다른 뜻은 없어요.”

‘양파의 습관’은 20대를 위한 동화다. 주인공은 요리사를 꿈꾸는 20살 청년 장호와 연극배우가 되고 싶어하는 27살 처녀 보리. 우연히 이웃에 살게 된 남녀와 그들을 둘러싼 마을사람들의 소박한 얘기다.

장호의 옆집에 보리 가족이 이사를 온다. 몹시 수줍음을 타는 보리의 꿈은 뜻밖에도 배우다. 붙임성이 좋은 장호는 7살 연상인 보리를 ‘누나’라고 부르며 친밀감을 드러내고, 처음에는 경계하던 보리도 차츰 장호에게 마음을 연다. 보리가 장호의 희망대로 조금씩 대범하고 활달한 성격으로 변해가는 동안 정작 장호 주변에서는 불행한 사건이 잇따른다.

소설 속 장호 어머니는 폭식 탓에 몸무게가 120㎏이 넘는 거구로 그려진다. 늘 티격태격하지만 속으로는 서로 끔찍이 사랑하는 장호 모자의 모습은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1993)를 연상시킨다. 명배우 조니 뎁이 연기한 영화 주인공 길버트처럼 장호도 거대한 체중의 어머니를 저 세상으로 떠나보낸 뒤 새로운 인생을 향해 한걸음 내디딘다.

소설가 김희진씨는 “보통 단편집은 비슷한 소설들을 한데 묶어 읽다보면 질리기 쉬운데 ‘욕조’는 현실적 소설과 환상적 작품이 뒤섞여 다양한 색깔을 내 지루하지 않을 것”이라며 웃었다.
민음사 제공
김씨는 “뜻밖의 사건들, 자만과 확신의 어긋남들, 그리고 나만은 예외일 거라는 건방짐들에서 고통은 시작된다”며 “누구도 인생의 습관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다만 적응해야 한다”고 말한다.

‘욕조’는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혀’를 비롯한 8편의 단편을 한데 묶었다. 갑자기 입에서 혀가 사라져 말을 못하게 된 사람들이 겪는 혼란과 고통을 다룬 ‘혀’, 세상의 모든 붉은색을 먹어치우는 독특한 능력을 가진 남녀를 내세운 ‘붉은 색을 먹다’ 등은 일종의 우화처럼 읽힌다.

“사회성이나 무게감 있는 주제를 가진 소설은 너무 직설적으로 쓰면 오히려 촌스러워질 것 같아 일부러 환상적인 우화의 형태를 취했어요. 어떤 얘기를 쓰느냐에 따라 리얼리티와 환상을 그때그때 적절히 활용하려 하죠.”

피나는 습작 끝에 작가로 등단한 20대 청년이 자기 소설을 거들떠보지도 않는 부모에게 권총을 겨눈다는 내용의 ‘읽어주지 않는 책’은 자못 충격적이다.

“혹시 자전적 소설이 아니냐”는 질문에 김씨는 웃으며 “그냥 내가 하는 일에 대한 타인의 이해를 받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속마음을 그렸을 뿐”이라고 답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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