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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세종교 아닌 속죄 종교로 전락”

입력 : 2012-04-24 17:34:57 수정 : 2012-04-24 17:3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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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알려주지 않는 기독교 이야기’ 출간 “교회가 다 교회가 아니고 교회가 교회다워야 교회다.” “예수는 하나님 나라를 선포했다. 그런데 도래한 것은 교회였다.”

13명의 기독교(그리스도교) 연구자들의 견해를 담은 신간 ‘교회에서 알려주지 않는 기독교 이야기’(자리 펴냄·사진)에는 본질적인 말씀을 외면한 채 물신화하고 황금만능주의로 치닫고 있는 한국 개신교에 대한 철저한 비판으로 가득차 있다.

교회의 본질을 이야기한 ‘교회는 속죄의 목욕탕이 아니다’란 글에서 김창락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소장은 “교회는 하나님 나라의 대용물로 세워진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 하나님 나라를 증거하고 실현하는 전위대의 사명을 위임받은 기관이다. 이 본분을 배반하는 교회는 교회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런 관점에서 지금의 개신교는 세상을 구하는 구세(救世) 종교가 아니라 속죄(贖罪) 종교로 전락했고, 한국 개신교회는 개인의 죄 용서만을 주업으로 해 번성하고 있다. 김 소장은 “교회는 하나님 나라의 전위대라는 교회의 본래적 본분을 팔아넘겼다”며 “그러한 교회는 교회당을 각 사람이 자기의 죄를 씻고서 편안히 쉬게 하는 편의시설인 교회탕(敎會湯)으로 전락시킨 셈”이라고 꼬집고 있다.

또 ‘배타성의 상징이 된 금관의 예수’란 부제로 사도신경(使徒信經)에 대한 논의를 펼친 글에서는 사도신경이 공식화한 역사적 맥락을 살피면서 사도신경 ‘다시보기’를 시도하고 있다. 기독교의 기본 교의(敎義)를 간략하게 요약한 신앙고백인 사도신경이 교회의 표준으로 확정되자, 이와는 다른 모든 기독교 내 다양한 신앙은 이단으로 정죄됐다. 또 사도신경의 부정적인 영향은 예배를 사제들의 권위를 인정하는 자리로, 예수의 생애와 죽음, 부활을 한 편의 영화를 감상하는 정도로 만들었다는 게 백찬홍 씨알재단 운영위원의 주장이다. 그는 이에 대한 새로운 관점으로 유불선(儒佛仙)을 통섭해 서구적인 기독교 사상에 대한 독자적인 해석을 시도한 다석 유영모 선생의 이야기를 인용했다.

“그런데 예수만 ‘외아들’입니까? 하나님의 씨를 타고나 로고스 성령이 ‘나’라는 것을 깨닫고 아는 사람은 다 하느님의 독생자(獨生子)입니다.”(다석일지 848∼849쪽)

“자기의 천직에 임무를 다하는 것이,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와 같은 독생자가 되는 길임을 알 수 있습니다. 예수는 하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될 리가 없다고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 사람이 늘 말하듯이 그리스도교에서의 예수는 우리를 대표합니다.”(다석학회가 펴낸 ‘다석강의’ 732∼733쪽)

백씨는 “예수를 신적인 존재보다는 사람의 아들로서 그려질 때 사도신경은 살아있는 신조가 되고, 박제된 존재처럼 되어 있는 금관의 예수는 현대의 신앙인들에게 스승이면서 형제이자 친구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밖에 유일신, 정통과 이단, 내세, 구원, 종말, 성직, 성찬, 타종교와 이웃 등 모두 16개 항목의 논고를 통해 저자들은 오늘날 한국 개신교의 성장주의와 배타성 등을 비판하면서 기독교 본연의 정신 회복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신동주 기자 rang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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