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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서 발레한류 이끈 스타 국내서 수석 신고식 치른다

입력 : 2012-03-12 18:09:45 수정 : 2012-03-12 18: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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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숲속의 미녀’ 주인공 맡은 이승현
日 팬클럽 회원들 원정 관람 예약
“관객 없는 무대는 리허설에 불과”
일본에서 발레한류를 이끌며 한창 매스컴을 달구는 ‘발레 아이돌’ 이승현(25·사진)의 표정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점심도 건너뛴 채 연습이 저녁 늦게까지 이어진 탓일까. “잘하고 있다는 생각보다 해야 될 것이 많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는 그의 말대로 그는 요즘 지그프리트 왕자와 데지레 왕자 두 배역을 오가느라 여념이 없었다. 최근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로 승격 후 16∼18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공연되는 ‘백조의 호수’에서 지그프리트 왕자 역을 맡았다. 클래식 대작 ‘잠자는 숲속의 미녀’ 주역인 데지레 왕자까지 맡은 그는 다음달 5∼8일 세종문화회관 무대에서 국내 팬들에게 수석 신고식을 치른다.

세종문화회관 공연엔 그의 일본 팬클럽 회원들이 원정 관람을 예약해 둔 상태다. 지난 11월 서울 ‘오네긴’ 공연 때도 이승현의 공연을 보겠다고 원정 관람을 왔던 열혈 팬들이다.

“생애 첫 팬미팅을 지난 1월 일본에서 했어요. 최고의 발레 시장인 일본에서 ‘발레 아이돌’이라고들 치켜세우니 부담스럽지만, 그 기대만큼 제 실력을 키울 수밖에 없을 테니 부담을 즐기려고 합니다.”

손뜨개로 직접 짠 목도리, 이승현 이름을 새긴 젓가락 등을 한글 편지와 함께 보내온 일본 팬들에 대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그리스 공연 때의 에피소드로 이어졌다. “2009년 ‘호두까기 인형’으로 3주간 그리스 투어 중에 신종플루와 경제위기로 인한 폭동이 일어났어요. 시내 출입이 봉쇄되는 바람에 2500석짜리 대극장에서 관객 10여 명을 놓고 60여 명의 출연진이 공연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관객이 없다면 제 무대가 리허설에 불과하다는 걸 알았어요. 어디에서든, 단 한 명이라도, 관객의 사랑은 뭉클합니다.”

꽃미남 얼굴, 탄탄한 반전 몸매, 발군의 점프력과 깨끗한 턴 동작으로 사랑을 받고 있는 그이지만 “발레를 하면 키가 큰다”는 어머니의 권유로 고교 1년 때 입문했다. 발레를 배우기에 15세는 늦은 나이였지만, 남다른 재능으로 학창시절부터 주목받았다. 발레를 시작하자마자 두 달 만에 콩쿠르를 나가 상을 받은 그는 이후 동아 무용 콩쿠르 1등(2009), 코리아국제발레콩쿠르 은상(2011) 등을 받았다. 그는 “주입식 속성 교육의 성과”라고 우스갯소리를 하면서도 “어릴 땐 친구들이 ‘여자 아니냐’고 하지 않을까 하는 부끄러움, 남들과 다른 걸 한다는 우월감을 동시에 가졌다”고 했다.

그는 세종대 졸업 후 유니버설발레단에 입단하자마자 ‘돈키호테’와 ‘춘향’ 등에서 주요 배역을 맡았다. 2009년 발레단에 입단해 2010년 드미 솔리스트, 211년 솔리스트, 2012년 수석 무용수로 성큼성큼 계단을 뛰어오른 원동력으로 관계자들은 타고난 재능과 승부근성을 꼽는다. 2005년 미국 워싱턴 키로프 발레아카데미에 들어갔을 때도 그랬다. “첫 수업 때 바 끝 환풍기 앞 자리에 섰어요. 잘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열심히 했죠. 한 달 만에 선생님의 호출로 바 한가운데(선생님 바로 앞)에 세워졌어요. 그때 뭔가 해낸 기분 좋은 느낌을 잊지 못합니다.”

발레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서 그의 입맞춤을 받을 ‘미녀’ 발레리나 김채리와의 호흡을 물었더니 패기 가득한 대답이 돌아온다. “제가 좋은 파트너 덕에 덩달아 잘하는 것처럼 보일 테니 복받은 거죠. 하지만 저도 남자로서 자존심이 있지. 저 때문에 파트너가 빛나게 하고 싶어요.”

인터뷰 말미에 대한민국의 모든 학부모들이 궁금해할 만한 질문을 던졌다. 발레를 해서 정말 키가 커졌느냐고. “중3때 150㎝에서 182㎝가 됐어요. 1년에 10㎝씩 컸죠. 하지만 한약도 엄청 먹어서, 뭣 때문에 컸는지는 알 수 없어요(웃음).”

김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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