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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자리는 유불선 합치된 종교관”

입력 : 2012-01-11 14:51:12 수정 : 2012-01-11 14:5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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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자리 전문가’ 윤상철씨
‘세종대왕이 만난…’ 출간 등 동양적 해석 앞장
“제주도에서나 보이는 ‘남극노인성’은 무병장수를 비는 별자리입니다. 세종대왕은 천문관을 서귀포로 보내 남극노인성을 보고 오라고 했습니다. 남극노인성을 보면 나라가 평안해지고 무병장수한다는 사실을 믿은 것이지요.”

‘별자리 전문가’로 통하는 윤상철(52·사진)씨는 요즘 주역 강의하랴, 서울 종로구 수운회관 인근 부남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세종대왕이 만난 우리 별자리와 그림전’에서 별자리 설명하랴 눈코뜰새가 없다. 회계학과 출신으로 샐러리맨 생활 도중 만난 주역 모임에서 우연히 접한 조선시대 천문도에 대한 호기심이 별자리처럼 그의 운명으로 다가왔다. 그가 중국과 우리나라의 옛 천문 자료를 번역하고 해석하느라 보낸 세월만 사반세기, 외로운 세월이었고 외로운 연구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주역의 대가인 대산 김석진 옹의 제자인 윤씨는 그동안 중국 송대의 유학자 소강절의 역작 ‘황극경세’를 완역했고, 조선 세종 당시 천문 설명서인 천문류초(天文類秒)를 최초로 통번역했다. 최근에는 ‘세종대왕이 만난 우리별자리’ 3권을 출간해 별자리 알리기에도 매진하고 있다. 이제 그는 기상청 산하 국가기상위성센터와도 별자리 프로젝트 수행 이야기가 오갈 정도의 독보적인 천문 전문가로 우뚝 섰다.

지난 8일 오후 부남미술관에서 만난 윤씨는 “조선은 유교를 국교로 택했지만, 궁중 안에서는 불교를 믿었고, 도교식으로 별자리에 무병장수를 기원하기도 했다”면서 “이는 유불선이 합치된 종교관”이라며 별자리 신앙 이야기를 풀기 시작했다.

“북두칠성은 죽음을 관장하는 별입니다. 제갈공명이 북두성에게 빌었듯이 목숨을 연장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칠성에게 빌었죠. 또 죽으면 관 바닥에 일곱 개의 구멍이 뚫린 칠성판을 넣고 그 위에 시신을 눕히는 것도 북두칠성께 잘 보살펴 달라는 뜻입니다.”

북두칠성에 담긴 영혼과 환생 이야기는 더욱 흥미롭다.

“사람이 죽으면 북두칠성이 영혼을 인도해서 28수(별자리) 중 하나인 귀수(鬼宿)로 보냅니다. 그래서 귀수 안에 시체 기운의 모임이라는 뜻의 적시기(積尸氣)라는 별이 있는 것이죠. 죽은 영혼들이 이곳에 있다가 남두육성이 다시 살려서 세상에 내보내는 것입니다. 그래서 새 생명을 소원할 때는 남두육성에게 빕니다.”

도교나 불교에서도 별자리를 중시했다. 윤씨는 “특히 북극성을 불교에서는 치성광여래(熾盛光如來), 도교에서는 자미대제(紫微大帝), 인도의 북두만다라에서는 묘견보살(妙見菩薩)이라고 불렀다”고 했다.

“도교에서는 태상삼관북두진경(太上三官北斗眞經) 등을 통해 북두주(北斗呪) 28수주(二十八宿呪) 등을 외면서 무병장수를 빌고 기우제를 지냈습니다. 불교에서는 치성광여래는 물론 북두칠성에 대한 신앙을 탱화로 표현하여 칠성각에 모셨습니다. 칠월칠석에는 칠성님(칠성원군, 칠성여래)에 대한 재(齋)를 올리며 집안의 무병장수를 기원했습니다.”

그는 별자리 신앙에 대해 “길흉화복을 살핌으로써 미래의 화를 미리 조심한다는 기복적인 성격이 강하다”며 “15세기 유학자 매월당 김시습의 견해를 음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별을 존경하는 것은 예(禮)이나 별에 제사지내는 것은 예가 아니다. 별을 존경한다는 것은 별 등의 변화를 살펴서 인간으로서 움직여야 할 때를 잃지 않고자 함이다.”(매월당집)

윤씨는 “세종대왕 당시의 별자리 연구 수준은 서양보다 200여년 앞선 것”이라며 “서구식 별자리 이야기에 익숙해진 지금의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별자리 윷놀이, 자기 별자리 찾기 등을 체험할 수 있는 ‘세종대왕이 만난 우리별자리와 그림전’은 부남미술관에서 16일까지 열린다. (02)720-0369

신동주 기자 rang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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