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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서 바다로 간 영물, 고래

입력 : 2011-12-24 04:39:25 수정 : 2011-12-24 04:3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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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의 사랑·바닷속 출산 등 눈길
무자비한 포획 국제 포경업 고발
남종영 지음/궁리/2만5000원
고래의 노래-우리 곁에 온 고래 그 찰나의 순간들을 기록하다/남종영 지음/궁리/2만5000원


고래를 떠올리면 문학 쪽에서는 허먼 멜빌의 ‘모비딕’이 먼저 꼽힌다. 영화로는 한 소년과 범고래 케이코의 우정을 그린 ‘프리 윌리’가 있다. 이 영화로 케이코가 스타가 되면서, 케이코가 살던 수족관의 열악한 환경이 논란이 됐다. 이 때문에 케이코를 구출해 야생으로 돌려보내자는 운동이 일어났고 결국 고향 아이슬란드로 돌아갔다. 결국 야생 적응에 실패하고 노르웨이 바닷가에서 숨지고 말았지만…. 모비딕의 주인공인 거대하고 신비한 흰수염고래부터 똑똑한 돌고래까지 다양하지만, 인간이 그들에 대해 아는 것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일간지 환경담당 기자가 집필한 이 책은 불법 포획되거나 그물에 혼획되어 사라져가는 고래들의 이야기를 엮었다. 고래가 어류인지 포유류인지부터 시작해 고래의 모성애와 고래의 행동들, 미스터리 고래들의 집단자살로 불리는 ‘스트랜딩’, 포경선을 공격하는 고래의 복수까지 자세히 다룬다. 저자는 고래의 사랑 놀음, 바닷속 출산 등 흥미로운 사실도 전해주면서 고래를 무자비하게 포획하는 국제 포경업을 고발한다.

고래는 마니아 층이 꽤 형성됐을 정도로, 사랑받는 포유류 중 하나다.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고래는 지나칠 수 없는 매혹적인 대상이다. 고래가 음파를 이용해 ‘세상의 지도’를 인식한다는 사실, 고래가 도구를 이용하고 문화를 계승, 전파한다는 사실을 알고나 있는지…. 고래는 지상에서 바다로 돌아간 생물, 용으로 생각된 설화 속의 영물로 인식된다.

‘고래의 노래’ 후반부는 주로 포경업에 대한 이야기다. 그만큼 이 부분이 중요하기도 하고 심각하다는 뜻이다. 저자는 고래 자체가 아니라 고래와 인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풀어나가고자 한다. 그러나 고래에 대해 인간이 알고 있는 것은 아주 적은 편이다.

1993년 개봉돼 고래 열풍을 몰고온 미국 영화 프리 윌리의 주인공 범고래와 한 소년이 대화하고 있다. 사진은 영화속의 한 장면.
예를 들어 고래가 집단 자살하는 현상은 아직도 수수께끼다. 고래를 거의 멸종의 나락에 빠뜨린 원인은 인간의 탐욕이었다. 저자는 고래가 인간과 별반 다를 게 없는 고등한 생명체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아마 대량 살상은 없었을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요즘은 특히 고래를 육식 또는 공업용으로 쓰기 위한 상업 포경 대신, 전시용 포획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얼마 전 서울대공원에 제주도에서 불법 혼획된 돌고래가 공연한다는 뉴스가 나왔다. 제주도 주변 해역에 사는 ‘남방큰돌고래’인데, 야생에서 사는 동물들이 불법적으로 잡힌 뒤 국가가 운영하는 전시 시설로 공급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세계에서 돌고래 수족관과 돌고래 쇼의 동물의 상업적 이용이 최근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법률로 금지 규정을 만든 나라도 여럿이고, 영국에서는 이미 돌고래 전시가 사라졌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미국 테마파크의 조련사가 범고래의 공격을 받아 숨지기도 했다. 스트레스를 받은 돌고래가 이상행동을 보였기 때문이다. 과연 우리는 고래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이 책은 고래에 대한 개론서가 거의 없는 우리의 현실에서 고래에 대한 생물학적, 역사적, 문화적, 사회적 이야기를 흥미롭게 담아냈다. 고래의 진화와 분류, 신화와 문학, 국제사회의 논쟁거리인 포경산업의 정치 경제적 함의까지를 다양한 사진과 자료들을 통해 되짚어본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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