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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流,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폴란드, 중동부 유럽 거점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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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11-11 14:42:38 수정 : 2011-11-11 14:4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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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클럽 회원만 10만명 육박…온가족 함께 즐기기도 쉬워
한국 문화 전달 통로로 각광…영화·드라마도 덩달아 인기
코페르니쿠스, 쇼팽, 퀴리 부인. 폴란드가 배출한 인물들로 천문학, 음악, 물리학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들이다. 노벨상 배출자가 7명에 이를 만큼 과학적 배경도 탄탄하다. 이런 잠재력 덕분인지, 폴란드는 중동부 유럽을 대표하는 나라로 인정받는다. 외국의 투자액도 많다. 한국에도 폴란드는 중요한 나라다. 한때 이 나라의 최고 외국계 기업이었던 ‘대우’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한국엔 폴란드가 중동부 유럽 최대 투자국이다. 폴란드는 1980년대 후반 이후 짧은 기간에 정치적, 경제적 급변을 경험했다. 그런 폴란드가 이제 문화 부문에서도 변화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그 문화적 변화에 ‘한국’이라는 창과 통로가 활용되고 있다.

폴란드의 한류 현상은 거대한 흐름이다. 한류 현상을 논하는 좌담회에 참석한 팬들 중 일부가 모여 문화원장과 기념사진을 남기고 있다.
바르샤바에서 한국에 ‘미친’ 그리고 한국을 ‘그리워하는’ 폴란드 사람들을 만났다. K-팝(한국대중음악) 팬들과의 좌담회를 통해서였다. 좌담회 참석을 원하는 이들은 많았다. 한류 팬클럽 회원으로 파악되는 이들이 십만 명 가까이 되는 상황에서 시간적, 지리적 환경을 고려해 바르샤바 인근에 거주하는 이들을 골랐다. 그들의 의견을 들었다. 저마다 좋아하는 댄스그룹은 달랐지만 이들은 “기사를 줄이지 말고, 될 수 있으면 있는 그대로 우리의 발언이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동아시아에서 온 기자가 부담을 느낄 만큼 그들의 말이 절실하게 다가왔다. 유독 기억에 남는 발언은 “K-팝은 음악 팬들을 위한 서비스 정신으로 가득하다”라는 말이었다. 당사자의 이름을 명기하고 그들의 의견을 싣는다. 

한류 팬들은 주변에 같은 취미를 가진 이들이 있어 행복하다고 말한다.
# 안나 시에르기에이(Anna Siergiej)


샤이니 팬클럽 회장이다. 지난 7월 샤이니의 폴란드 공연을 요청하는 플래시 몹 퍼포먼스를 주도했다. 폴란드에 샤이니의 팬들이 많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한류 스타를 직접 만나고 싶은 팬들의 마음을 전하길 원했다. 수만명에 이르는 K-팝 팬과 페이스북 샤이니 팬클럽 페이지에 등록된 1000명이 넘는 회원의 간절한 바람이다. 우리들은 실시간으로 샤이니 관련 소식을 번역하고 동영상을 올리며 정보를 공유한다. 이런 일을 하는 게 행복하다. 새로운 정보를 알려준다는 것에 보람도 느낀다.

# 요안나 리핀스카(Joanna Lipinska)

K-팝은 서양의 팝 음악과 한국의 댄스 문화 등이 만들어낸 새로운 장르다. 한국만의 음악이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가수들은 한국인이다. 그래서인지 K-팝에도 상대방의 요구를 먼저 파악하는 한국인의 정신이 녹아 있다. 팬들의 즐거움을 위해서 기꺼이 노력하는 K-팝 가수들이 좋다. 최고의 무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한국인의 배려의 자세는 지난 8월 강원도 동해안의 삼화사로 떠난 템플스테이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인들은 곁에 있는 외국인들을 잘 챙겨준다. 사찰 체험에서도 문화적 어려움은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폴란드 방송을 통해 ‘추노’와 ‘아이리스’ 등 한국드라마를 본 뒤여서인지, 템플스테이가 더 의미 있었다.

폴란드의 한류 팬들은 시간이 나면 모여 한국 댄스그룹의 춤을 배운다.
# 모니카 바토르(Monika Bator)


SS501와 슈퍼주니어의 음악을 좋아했다. 지금은 한국에서도 안 알려져 있는 B1A4의 힘찬 성공을 기원하고 있다. 이 그룹의 폴란드 팬클럽 회장이다. 새로운 그룹이라면 좀 더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좋아하는 대상을 바꿨다. 감정과 시간을 투자한 만큼 효과도 있을 것 같고. 하하. 그래서 B1A4는 각종 사이트를 통해 내가 찾은 ‘사랑’의 대상이라고 할 만하다. 지금은 아직 단순한 활동에 머물고 있다. 멤버들의 생일 때 선물을 보내는 정도다. 그래도 그들의 미래를 믿는다. 신생 그룹이지만, 빅뱅이나 슈퍼주니어 등에 버금갈 그룹으로 성장할 것으로 생각한다.

# 카롤리나 프레프친스카(Karolina Prewczynska)

SS501의 팬이다. SS501의 노래를 폴란드어로 듣고 싶다는 생각도 해 보았다. 그럼 가사의 내용을 온전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온전하지는 않더라도, 작은 느낌만이라도 접하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한글을 읽히고 한국어를 조금이라도 알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다. 한국 문화와 관련된 여러 자료도 모으고 있다. 한국에 대해 점점 알게 되면서 행복해 하고 있다. 모여서 한국 노래를 배우고, 같이 K-팝 댄스를 따라하다 보면 흥겨워진다. 즐기는 것이지만, 공부도 된다. 이 과정은 자연스럽게 한국 문화를 알게 되는 공부다.

폴란드에서 발매된 한국 영화 DVD 타이틀. ‘올드보이’ 등 예술성 높은 한국 영화는 폴란드에서 인기가 많다.
# 요안나 라크(Joanna Rak)


빅뱅의 인기가 몇 년 전에 비해서 덜하다. 빅뱅 팬클럽 부회장으로 안타까운 점이다. 그래도 빅뱅을 계속 사랑할 것이다.(웃음) 빅뱅의 인기가 떨어졌다기보다는 다른 K-팝 스타들이 많이 나타난 것 아닌가. 그룹 멤버들의 노래와 댄스도 좋고, 그들이 편하게 나와서 연애 프로그램에서 하는 말들도 귀엽다. 의상도 멋있다. 모든 게 매력적이다. 사랑에 빠졌다. 삶에 전혀 모르는 낯선 사람이 내게 행복을 주는 게 고맙다. 사랑한다.

# 마그달레나 그젤라크(Magdalena Grzelak)

나의 한류 수용은 복잡다기하다. 노래는 임재범이 부르는 게 최고로 좋다. 온몸을 타고 들어가는 그의 열창을 좋아한다. 누구의 팬이냐고 물어보면 비스트 팬클럽 부회장이라고 말한다. 한국 음악은 이루마를 통해 접했다. 유튜브에서 이루마의 선율을 들었을 때 전율했다. 처음 내가 한국 노래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엄마는 충격을 먹었다. (주변을 둘러보며) 다들 그렇지 않았나.(참가자들이 웃음으로 공감한다.) 지금은 내가 한국 노래를 틀면 아빠는 가사를 읊조리고, 엄마는 웃으며 춤을 춘다. 부모님들도 공감하는 음악이어서다.

바르샤바 시내 중심가에 자리한 한국 기업의 대형 옥외광고.
# 파울라 코발스카(Paula Kowalska)


슈퍼주니어를 생각하면 잠이 안 온다. 내게 너무 큰 행복을 준 그룹이다. 특히 센스 만점인 멤버 이특의 말과 행동은 사랑스럽다. 나에게 행복을 주는 그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 팬클럽 회원들은 슈퍼주니어의 음반을 매번 대량 구입한다. 팬클럽 폴란드 본부에서 회원들에게 구입 주문 명령을 내리곤 한다. 그러면 수백장의 타이틀이 팔린다. 슈퍼주니어가 폴란드와 중부 유럽에 오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끼리 슈퍼주니어의 댄스를 따라 한다. 커버 댄스를 추면, 회원들이 너무 좋아한다.

# 슈쳉실리베고 노베코 로쿠(Szczesiliwego Nowego Roku)

고등학생인데, 슈퍼주니어의 노래를 들으면서 공부한다. (슈퍼주니어를 생각하면 잠이 안 온다는) 친구 파울라 코발스카와 달리, 한국 가수들의 노래를 들으면 공부가 잘된다. 우리는 특별하게 도움을 주지도 못하는데, 이렇게 생활을 기쁘게 하는 한국 가수들이 고맙다. 우리는 페이스북에 계정을 만든 게 아니다. 정식으로 개별 도메인을 등록하고 사이트를 유지한다. 우리만의 공간에서 뭔가의 작품을 준비할 것이다. 사랑해요, ‘슈주 오빠들’.

바르샤바=글·사진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세계일보·한국방문의해위원회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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