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자유시장 경제, 지고지선은 아니다

입력 : 2010-10-29 22:10:53 수정 : 2010-10-29 22:10:5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시장에 맡겨 두기만 하면 OK” 신화에 불과
스티글리츠 보고서 세계금융 위기도 자유주의 경제 철학이 초래
영국 케임브리지대 장하준 교수가 이번에는 자유시장 경제체제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책을 냈다. 전 세계가 무역장벽을 허물고 하나의 시장이 되는 ‘세계화’는 선진국들만 배 불리는 거짓 약속이라고 주장한 저서 ‘나쁜 사마리아인’을 낸지 만 3년 만이다. 장 교수는 이번에 국내에 번역 소개된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라는 제목의 책에서 자본주의 경제체제 근간이 되는 자유시장 논리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장하준 지음/김희정·안세민 옮김/부키/1만4800원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장하준 지음/김희정·안세민 옮김/부키/1만4800원


다음 달 서울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즈음해 세계화 내지 자유시장 경제를 정면으로 비판하려는 목적도 깔려 있는 것 같다. 그는 28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한-EU FTA, 부자 감세, 미소금융 등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장 교수는 “시장에 맡겨 두기만 하면 모든 사람들이 타당하고 공평한 임금을 받게 될 것이라는 주장은 신화에 불과하다. 이런 신화에서 벗어나 시장의 정치성과 개인의 생산성을 제대로 이해해야만 더 공평한 사회를 건설할 수 있다. 즉 개인의 능력 및 재능을 더 적절히 고려해 노동에 대한 보상이 행해지는 사회가 더 공평한 사회”라고 강조한다.

FTA와 관련해서는 “기본적으로 수준이 비슷한 나라끼리 자유무역을 하면 득이 더 많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수준 차가 나는 나라들이 자유무역을 하면 장기적으로 후진국에 손해”라고 지적했다.

그의 주장은 ‘얼치기’ 또는 ‘감상적’ 사회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공평사회’와는 차원이 다르다.

“자본주의 경제학자들은 1982년 제3세계 채무위기, 1995년 멕시코 페소 위기, 1997년 아시아 금융 위기, 1998년 러시아 위기와 2008년 세계적 금융위기 등 반복되는 위기에 책임이 있다. 그들은 금융 규제 철폐와 무제한적 단기 이윤 추구, 이에 따른 고용 불안과 불평등의 악화를 불러오는 정책을 정당화하는 데 이론적인 근거를 제공했다. 부자 나라 사람들이 새로운 기술의 위력을 과대평가하도록 유도했고, 통화·경제에 대한 국가의 통제력이 상실되는 현상을 모르는 체 했다. 지난 30여년 동안 경제학이 한 짓은 사람들에게 실제로 해를 끼쳤다.” 그의 논리는 자유 시장 경제학뿐 아니라 자본주의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장하준 교수는 자본주의 시장 경제 체제는 금융위기를 초래하고, 제3세계 경제를 희생시키는 등 한계점에 도달했기 때문에 새로운 경제학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장 교수는 “시장에 맡겨 두기만 하면 모든 사람들이 타당하고 공평한 임금을 받게 될 것이라는 주장은 신화에 불과하다. 이런 신화에서 벗어나 시장의 정치성과 개인의 생산성을 제대로 이해해야만 더 공평한 사회를 건설할 수 있다. 즉 개인의 능력 및 재능을 더 적절히 고려해 노동에 대한 보상이 행해지는 사회가 더 공평한 사회”라고 강조한다.

FTA와 관련해서는 “기본적으로 수준이 비슷한 나라끼리 자유무역을 하면 득이 더 많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수준 차가 나는 나라들이 자유무역을 하면 장기적으로 후진국에 손해”라고 지적했다.

그의 주장은 ‘얼치기’ 또는 ‘감상적’ 사회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공평사회’와는 차원이 다르다.

“자본주의 경제학자들은 1982년 제3세계 채무위기, 1995년 멕시코 페소 위기, 1997년 아시아 금융 위기, 1998년 러시아 위기와 2008년 세계적 금융위기 등 반복되는 위기에 책임이 있다. 그들은 금융 규제 철폐와 무제한적 단기 이윤 추구, 이에 따른 고용 불안과 불평등의 악화를 불러오는 정책을 정당화하는 데 이론적인 근거를 제공했다. 부자 나라 사람들이 새로운 기술의 위력을 과대평가하도록 유도했고, 통화·경제에 대한 국가의 통제력이 상실되는 현상을 모르는 체 했다. 지난 30여년 동안 경제학이 한 짓은 사람들에게 실제로 해를 끼쳤다.” 그의 논리는 자유 시장 경제학뿐 아니라 자본주의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인터넷에 대해서도 매우 비판적이다. 그는 ‘인터넷보다는 세탁기가 세상을 더 많이 바꿨다’고 주장한다. 장 교수에 따르면 현재 가난한 나라의 가정부 비율이 선진국에 비해 최소 10배 이상 높다. 19세기 초 선진국들도 사정이 비슷했다. 하지만 (선진국에)가전제품 및 상하수도, 전기·가스 같은 설비가 발명·보급되면서 여성들의 가사 노동 부담은 대폭 줄어든다. 그에 힘입어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고 남녀평등이 촉진되는 등 극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반면, 인터넷은 우리가 여가 시간을 보내는 방식은 크게 바꿔 놓았는지는 몰라도 세탁기만큼 사회 전반에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오지는 못했다. 현재 인터넷의 속도에 경탄을 금치 못하지만 속도라는 측면에서는 20세기 초에 등장한 전보가 더 위대했다. 전보는 배나 말에 의존하던 것에 비해 소식을 2500배나 빨리 전했지만, 인터넷은 팩스에 비해 100배 정도 더 빨라진 것뿐이다.

장 교수는 IT기술 혁명이라는 환상에 현혹돼 제3세계 국가들이 제조업을 파괴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는 지적도 했다. 자유시장 경제가 지고지선은 아니며 다른 경제학이 얼마든지 널려 있다고 강조한다. 돈 있는 자의 논리가 아니라 보다 공평해질 수 있는 경제학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지난 8월 영국에서 첫 출간된 이 책은 영국과 미국 주요 일간지들이 거의 보도했을 만큼 시선을 끌고 있다. 일간 가디언은 영국 정치인들에게 일독을 권하기도 했다. 10월 네덜란드, 11월 독일, 12월 미국 순으로 출간이 예정되어 있다. 장 교수의 저서는 현재 제3세계 국가들의 경제 정책 실행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전 세계 경제학자들이 그의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고 영국 언론들은 평가한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등 공저/박형준 옮김/동녘/1만6000원
스티글리츠 보고서/조지프 스티글리츠 등 공저/박형준 옮김/동녘/1만6000원


‘스티글리츠 보고서’도 자유 경제체제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2008년 금융위기 타개책을 마련하기 위해 소집된 유엔총회 전문가위원회 의장을 지냈고, 노벨경제학상(2001년)을 받았다. 스티글리츠를 비롯해 각국의 전문가 20여명은 이 책에서 금융위기는 느슨한 통화정책, 부적절한 탈규제, 안이한 감독 체제 등 총체적인 정책 실패 때문에 빚어진 결과이며 위기의 바탕에는 지난 30년간 세계를 풍미했던 자유주의 경제 철학이 놓여 있다고 지적한다. 위원회는 특히 선진국의 잘못된 경제 운영으로 야기된 이번 위기로 큰 피해를 입은 것은 개발도상국이라고 주장했다.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구축된 G20 공조 체제에도 문제를 제기한다. G7(선진 7개국)에서 개발도상국들이 포함된 G20으로 확대된 것은 환영할 만하지만 여전히 전 세계 국가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정승욱 선임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