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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적 경제 틀 버리고 중국식 계획경제로 가야”

입력 : 2010-10-15 17:23:15 수정 : 2010-10-15 17: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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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부책 ‘시장경제’는 돈과 힘있는 자가 지배하는 논리
중국이… 주변국들 자발적으로 중국 중심 질서에 편입
자이위중 지음/홍순도·홍광훈 옮김/더숲/2만2000원
國富策(국부책)/자이위중 지음/홍순도·홍광훈 옮김/더숲/2만2000원


급성장한 경제력으로 자신감에 충만한 중국이 지구촌 문제 곳곳에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이제 서구 경제체제는 틀렸으며, 인류에 환경 재난과 빈부 격차만 가져다준 서구 경제학은 희망이 없다고 외치고 있다. 과연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을 토대로 하는 서구 경제학은 300년도 안 돼 그 생명력을 잃었을까.

근·현대 시기 서구 열강은 산업혁명을 먼저 경험한 덕에 제국주의 침략 근성을 드러내면서 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미대륙의 자원과 재산을 집어삼킨 탐욕스럽고 사악한 행태를 반복해왔다. 그 이론적 토대가 서구 경제학이었으며, 아시아는 서구의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경제틀을 짜야 한다고 중국은 언성을 높이고 있다. 중국 학자들은 2000년 전 춘추전국 백가쟁명 시대에 나온 관자(管子)에게서 새로운 경제학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중국 중앙은행이 미국의 녹색지폐를 버리고 새 기축통화를 만들자고 제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이 젓가락으로 세계를 요리하는 행태를 빗댄 그림.
중국 국립 베이징대학의 미래 연구프로젝트로 기획된 ‘국부책’이란 저서를 통해 저자는 “이제 중국은 국가가 경제틀을 짜는 중국식 계획 경제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언필칭 들먹이는 ‘시장경제’는 겉으로는 경쟁 원리를 내세우지만, 실상은 돈있고 힘있는 자가 시장을 지배하는 논리라는 것이다. 중국의 이런 주장은 서구 입장에서 보면 일종의 ‘객기’로 볼 수 있다. 돈 좀 벌어 먹고살 만하니 어깨에 힘주고 판을 바꾸자고 큰소리 친다는 것이다. 말이 학자들의 주장이지 사실상 중국 정부가 미국, 유럽 정부를 우회 공격하는 것이라는 풀이도 있다. 책 제목인 국부책은 말 그대로 중국이 서구를 버리고 새 방책을 세우자는 의미다.

이와 관련, 다음달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지금 지구촌을 달구는 환율 전쟁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주목된다. 중국의 이런 논리라면 G20 회의에서는 중국과 미국·유럽 간 거친 언쟁이 벌어질 공산이 작지 않다.

저자는 “시장경제와 계획경제 중 어떤 것이 국가와 국민 경제에 보다 더 유용한 틀이냐”는 말로 담론을 시작한다. 개인의 부와 자유를 절대 가치로 여기며 사적 소유권을 보장하는 서구적 경제틀을 버리고, 이제는 국가가 정치적 수단을 활용해 적절히 통제해야 한다고 했다. 저자는 관자의 요지를 세 가지로 요약했다. 첫째는 열국 경제학으로, 외국의 자원을 가급적 이용하되, 자국의 자원을 유출시키지 않는 전략이다. 둘째, 화폐와 실물의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이자율을 조정해 물가와 인플레를 잡는 서구의 화폐 정책을 버리고, 물자를 사들이거나 대량 방출하는 실물 방식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국가가 적절히 통제해 빈부 격차를 줄이는 경제여야 한다는 것이다. 관자는 “부자들의 재산을 빼앗아 가난한 자들에게 나눠줄 수 있다면 천하를 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15세기 명나라 때 대함대를 이끌고 중동을 침략한 정화 함대의 모형(큰 배)과 미 대륙을 탐험한 콜럼버스 함대의 모형. 정화 함대의 규모가 얼마나 컸는지를 알 수 있다.
위키피디아 제공
저자는 특히 지나치게 많은 외화보유액을 개선, 3개월 정도의 수입 대금만 비축하고 나머지는 석유 철강 식량 등 물자로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물자들을 비축해뒀다가 시장 수요에 따라 투매하거나 회수하는 방법으로 물가를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미국은 현재 비이성적이고 단기적인 재정정책으로 파산 직전의 국가로 전락하고 있으니, 9000억달러에 이르는 미국채에서 발을 빼는 게 좋다는 주장도 했다.

마틴 자크 지음/안세민 옮김/부키/2만5000원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마틴 자크 지음/안세민 옮김/부키/2만5000원


힘이 세진 중국이 향후 어떻게 세계를 요리할 것인가. 미국의 중국 전문가 마틴 자크가 쓴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이란 책은 중국의 힘이 정치 군사력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추론한 저작물이다. 저자는 우선 조공제도가 부활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19세기 후반까지 동아시아 국가들이 중국에 정기적으로 공물을 바쳤던 조공제도의 요소들이 현대화된 형태로 다시 부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공물을 바치는 게 아니라 앞으로 중국의 주변 국가들은 자발적으로 중국 중심의 국제 질서에 편입한다는 의미다. 최근 영토분쟁은 이런 조공제도의 산물이라고 저자는 파악한다. 중국은 동중국해의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나 남중국해의 난사 군도, 시사 군도 등은 과거 중국에 조공을 바쳤던 역사에 비춰 당연히 중국의 영토라는 주장이다. 한중 간에 불거진 고구려 역사 논쟁도 같은 맥락이다.

저자는 향후 이런 중국의 우월의식이 어떤 식으로 표출될지 세계는 지켜봐야 하며, 때로는 전쟁도 우려된다고 지적한다. 최근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일 간의 분쟁이 그 좋은 예라는 것이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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