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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 박남식 총장의 영어교육 지론

입력 : 2010-04-27 19:18:05 수정 : 2010-04-27 19: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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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어려서 배워야 한다고? 나이 들어 배워도 잘할 수 있어” “어렸을 때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입니다. 영어는 나이가 들어도 완벽하게 잘할 수 있습니다.”

영어교육 전문대학원인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IGSE) 박남식(70) 총장은 27일 영어 조기 교육 열풍을 비판하며 영어 교육에 대한 지론을 펼쳤다. 1988∼1995년 서울대 어학연구소장 재임 당시 영어시험 텝스(TEPS)를 창안한 박 총장은 “한국 사회는 모국어의 경우 12세면 더 이상 배울 것이 없을 정도로 굳어진다는 언어학적 가설에 입각해 영어 조기 교육을 하고 있다”며 “이는 어디까지나 가설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가설과 다른 인류학자들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박남식 총장은 “배우는 동기가 분명치 않은 상황에서 이뤄지는 영어 조기 교육은 효율성이 없다”고 말했다.
“필리핀, 인도 등 여러 언어가 공존하는 사회에서는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이들이 결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은 불과 1년 정도면 양쪽 언어를 다 사용하는 수준에 도달한다고 합니다. 언어가 다른 사람들끼리 결혼했기 때문에 다른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동기가 부여됐고, 그런 동기로 인해 언어를 빨리 습득한다는 것이죠.”

박 총장은 “성인에 비해 심리·정서·사회적 자기방어벽이 없는 아이들이 언어 습득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그것이 조기 교육에 나서는 절대적인 이유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렇게 주장하는 데는 박 총장 자신의 경험이 크게 영향을 끼쳤다. 전남 화순이 고향인 그는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단으로 영어를 시작했다. 중학교 시절 통역관이 되기로 결심한 그는 “고등학교 1학년 때 단파라디오를 사서 미국의소리(VOA), BBC 등 영어방송을 듣고 받아쓰고 수십 번 따라 읽었다”고 말했다. 이후 전남대 영문과를 거쳐 미국 조지타운대에서 응용언어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2005년 서울대 영문과 교수로 정년 퇴임했다. 2006년부터는 IGSE 2대 총장으로 재임 중이다. 박 총장은 “영어 조기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지만, 유학 시절 발음면에서도 미국인이나 다름없는 수준의 영어를 구사할 수 있었다”고 자부했다.

그는 “영어를 배우는 동기가 가장 중요하다”며 “학습과 실제 사용의 거리를 제로(0)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그는 전 국민이 모두 영어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박 총장은 “한국에서 영어 전문 인력은 5만명 정도면 충분한데, 온 국민이 영어에 매달리는 사회적 비효율성을 드러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중고등학교까지는 기본적인 수준의 영어를 가르치되, 직업 영역에 들어가면 그에 맞는 특수목적의 영어를 구사하는 효율성을 창출해야 합니다.”

그는 또 “저수지에 물을 대기 전에 물을 빼내려 하는 게 문제”라며 입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결과만을 산출하는 한국 사회의 영어 교육을 비판했다.

“큰 저수지에 물 담는 것은 우선 듣기와 읽기라는 수동적 기능부터 해야 합니다. 그리고 나서 능동적 기능인 말하기와 쓰기로 저수지에 축적돼 넘쳐 흐르는 물을 자연스럽게 사용하면 됩니다.”

그는 학생들에게 영어 속담을 전하는 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그 결과 하루 한마디씩 학생들에게 보낸 속담을 추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포켓용 영어 속담집 ‘Words to Live by’를 출간했다. 세 번째 영어속담집도 출간을 앞두고 있다. 박 총장은 “아침을 여는 커피 한 잔의 의미’라며 “영미인들이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표현을 익히고, 그 속에 담긴 교훈을 통해 우리 자신의 삶을 음미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신동주 기자 rang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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