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2005년 본격적으로 연출가의 길에 들어섰다. 수많은 작품을 했다. 이 가운데 각색과 연출을 한 2006년 ‘폭풍의 언덕’은 그의 자랑이자 인기작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에밀리 브론테의 방대한 분량의 소설 ‘폭풍의 언덕’을 직접 각색했다. ‘폭풍의 언덕’ 각색 대본은 지금은 저작권 신청을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너도 나도 갖고 싶어하는 대상이 됐다.
그는 연극과 발레, 연극과 무용의 조합 등을 시험하는 연출가로서 명성을 쌓아 가고 있다.
연극 연출가로서 그는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창시자로 불리는 막심 고리키 작품을 9일부터 무대에 올린다. 14일까지 서울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되는 ‘밑바닥에서’가 그것이다. ‘밑바닥에서’는 작년 가을에는 ‘담배연기의 꿈’이라는 이름으로 잠시 소개된 적이 있다. 이번에도 공연 기간이 짧기는 마찬가지다.
‘밑바닥에서’는 공동주택에 모여사는 밑바닥 인생들의 이야기다. 이들은 양심 따위는 돈 많고 여유로운 부자들의 전유물이라 여기며 희망없이 하루하루를 연명할 뿐이다. 삶이 더 나아질 가망은 제로(0)다. 이런 이들에게 어느날 떠돌이 순례자 루까가 나타난다. 루까는 진실과는 좀 거리가 멀지만, 순간이나마 위안이 되는 희망을 밑바닥 인생들에게 설파한다. 루까의 이야기는 어떤 밑바당 인생에는 위안을, 어떤 이에게는 새로운 삶을 향한 의지까지 불어 넣는 효과를 발휘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새 삶을 찾고자 하는 밑바닥 인생들의 시도는 실패하고, 루까의 말이 단지 환상임을 깨닫고 절망 속에서 고뇌하던 한 생명이 스스로 삶을 버리고 만다.
이 같은 극 전개에 대해 송 연출은 “고리키의 원작에서도 그러했듯이 한 인물의 자살은 입체적, 다변적인 해석의 여지를 남겨 놓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인간은 왜 살며, 삶에서 믿음이란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놓고 다양한 의미의 진실(현실)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밑바닥에서’는 단 한가지 의미나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는다고 했다. 관객 나름대로 주관적으로, 풍부하게 상상하고 해석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를 가능케 하기 위해 그는 표현력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를 했다. 대사와 그저 자연스런 움직임에 국한된 기존 연극의 표현과 색다른 몸의 언어를 활용한 표현법을 구현하기 위해서다. ‘신체극’으로 탄생한 ‘밑바닥에서’는 ‘연극과 무용의 만남’이다. 이를 위해 발레와 현대무용을 전공한 배우를 주인공 역에 캐스팅했다. 또 장면, 장면을 미학적 관점에서 재해석해 다차원적인 이미지화에도 초점을 맞췄다.
송 연출은 “배우들의 표현력 확장을 추구한 것”이라며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영역까지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더 이상 장르 구별은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몸의 언어’를 사용한 시도이다 보니 언어와 ‘몸의 언어’의 부조화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가을 공연 당시 여성 주인공 역을 소화했던 배수진(32)씨는 “일반 배우 입장에서 신체 표현의 한계를 느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송 연출은 “무용수는 파워풀한 움직임과 에너지를 발산하는 강점이 있는 반면 대사를 말하는 연기에 취약하다”며 “이에 반해 일반 배우는 신체 언어 표현에 약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앞으로도 이 같은 시도를 계속할 생각이다.
“언어보다는 몸짓이 더 큰 감정과 정서를 전달할 수 있다고 봅니다. 배우들의 몸 움직임에서 나름대로의 의미를 느끼고 삶에 대해 생각하는 기회가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부인’이라는 타인의 부름에 대해 “내가 받아야 할 숙명이죠. 어쩔 수 없죠”라고 했다. 그는 학교에서는 학과장, 연극계에서는 어엿한 연출가일 뿐이다.
신동주 기자 rang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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