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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된 ‘보이茶’?… “그건 가짜예요”

입력 : 2010-02-25 21:41:37 수정 : 2010-02-25 21:4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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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차사’ 정은진씨에게 듣는 ‘보이차’의 모든 것
수십년의 기다림 끝에 완성되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깊이를 더해가는 보이차. 차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보이차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높은 가격과 믿을 수 없는 품질 때문에 제대로 된 보이차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럴 때 ‘포차사’가 도움을 줄 수 있다. 포차사는 와인 소믈리에, 커피 바리스타처럼 맛있게 차를 우리고, 마시는 사람의 체질에 따라 차를 추천해준다.

지유명차의 포차사 정은진(30·여)씨는 “보이차는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피를 맑게 해주는 효과가 있어 현대인에게 어울리는 차”라고 말했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보이차의 부드러운 맛과 깊은 흙내음을 느껴보자.

◇보이차는 오래된 것일수록 색이 짙고, 맛이 부드럽다. 반면 발효기간이 얼마 되지 않은 보이차는 색도 연하고 떫은맛이 많이 난다.
# 이름에 ‘인·번호’ 있으면 고급

보이차는 히말라야 남쪽 윈난성 소수민족들이 만들어 즐기던 차다. 윈난성 대엽종 찻잎을 재료로, 햇빛에 말리고, 낮은 온도에서 덖는(물을 더하지 않고 타지 않을 정도로 볶아서 익히는) 과정을 거친 뒤 적정한 상태에서 보관해 정상적으로 발효된 찻잎에만 보이차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 발효기간이 오래된 것일수록 맛이 부드럽다,

보이차는 크게 생차와 숙차로 나뉜다. 생차는 잎을 따 정해진 공정대로 건조해 발효시킨 것으로 최소 30년이 있어야 맛이 난다. 숙차는 습도나 온도를 조절해 인공적으로 발효한 것이다. 보관 환경에 따라 보이차의 맛이 달라지는 것은 보이차의 재미있는 특징이다. 두 사람이 같은 상점에서 같은 차를 산 뒤 2개월 후에 가져와 맛을 비교하면 다르다고 한다. 차를 발효시키는 미생물의 차이 때문이다.

보이차의 이름에는 생산지역, 모양, 종류 등 많은 정보가 담겨 있다. 예를 들어 ‘포랑산청병’에서 포랑산은 생산지역을, ‘청’은 생차임을, ‘병’은 둥근 모양으로 묶었음을 각각 뜻한다. ‘남사산숙전’은 남사산에서 만들어 벽돌 모양(전)으로 가공한 숙차란 의미다. 보이차의 이름에 ‘인’이나 ‘번호’가 들어갔다면 고급이다. 1940∼60년대 만들어진 보이차 이름엔 ‘인’이, 1970년대 초반 만들어진 것에는 번호가 붙어 있다. 지유명차에서 취급하는 ‘대남인’은 330g에 800만원, ‘조기 7572’는 320g에 400만원 수준이다. 오래될수록 가격은 더 올라간다.

정씨는 “아무리 오래된 보이차가 좋다고 하지만 최대 60년이 지나면 맛과 향이 떨어지게 된다”며 “100년 발효시킨 보이차는 거짓말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꿀·인삼·과일은 맞지 않아요

◇포차사 정은진씨가 차호에서 우려낸 보이차를 유리병에 붓고 있다. 포차사는 차를 우리고, 자신에게 맞는 차를 고르고, 마시는 방법 등을 알려준다.


국내에서 제대로 된 보이차를 구입하려면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정밀검사를 받고 정식 수입신고된 것인지 본다. 또 차의 이름과 생산연도, 제조 기법 등에 따른 맛과 향, 몸의 반응을 알아두고 구입 전 시음을 통해 확인한다. 시음 뒤 우려낸 찻잎이 엄지·검지로 비벼도 뭉개지지 않을 만큼 탄력이 있고 제 모양을 유지하는지도 살펴야 한다.

구입한 보이차는 부엌이나 냉장고 등 습기나 냄새가 많은 곳이나 직사광선을 피해 보관해야 맛있는 보이차를 즐길 수 있다.

주전자에 물을 끓인 뒤 물 2ℓ당 5∼6g의 차를 넣고 10분 정도 기다렸다가 마시면 집에서 편리하게 마실 수 있다. 원두커피를 내릴 때처럼 커피메이커를 이용해 종이필터를 깔고 보이차를 넣은 뒤 우려 마셔도 된다.

제대로 다기(茶器)를 갖추고 있다면 우선 차호(茶壺·끓인 물을 붓고 찻잎을 넣어 우려내기 위한 그릇)와 찻잔을 뜨거운 물로 헹궈 데운다. 다음 차호에 찻잎을 넣고 끓는 물을 부은 뒤 첫물은 버리고, 두 번째 물을 부어 우린 차부터 마신다. 보이차는 100도에 이르는 팔팔 끓는 뜨거운 물을 사용해야 깊은 맛을 낸다.

나이나 체형에 따라 보이차를 골라 마시면 좋다. 연령이 높을수록 오래된 것이나 숙차을 추천한다. 뚱뚱한 편이라면 생차가 적합하고, 마른 편이면 숙차가 몸에 더 잘 맞는다.

한 자리에서 보이차를 포함한 여러 가지 차를 마시지 않는 것이 좋고, 특히 한 자리에서 홍차를 함께 마시면 안 된다. 보이차와 함께 꿀·인삼이 든 과자나 과일을 먹으면 몸에 부담을 줄 수 있으니 주의한다.

정씨는 “보이차를 마신다는 것은 색·향·미·기를 즐기는 것”이라며 “차의 색을 보고, 향을 맡고, 맛을 본 뒤 우리 몸에 작용하는 차의 기운을 느끼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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