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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만난 음악’ 귀가 열렸다

입력 : 2009-10-13 00:30:53 수정 : 2009-10-13 00:3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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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필 교육프로그램 초등생 위한 '특별한 음악수업' 가보니…
초등생·교사·학부모등 100여명
비올라·피아노 아름다운 선율에 음악과의 높은 장벽 허물어
“음악이 몇 마디 말보다 감정 표현을 더 진실하게 할 수 있어요.”(홍지혜)

7일 인천 해안동 인천아트플랫폼에선 특별한 음악수업이 열렸다. 세계 3대 교향악단인 뉴욕필하모닉 교육강사인 비올리스트 데이비드 월리스와 피아니스트 홍지혜가 강단에 섰다. 음악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까, 초등학생·교사·학부모 100여명은 귀를 쫑긋 세웠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주최로 인천아트플랫폼 공연장에서 열린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교육 프로그램에서 강사 데이비드 윌리스(비올라), 홍지혜(피아노)가 강연을 펼치고 있다. 국내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전국 40%의 학교에 3500명의 예술강사를 파견해 문화예술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가요 ‘거위의 꿈’으로 시작한 수업은 멜로디, 템포를 달리한 여러 버전의 ‘아리랑’으로 친숙함을 만들어갔다. 기쁨, 슬픔, 자랑스러움 등 여러 결의 감정을 담은 ‘아리랑’을 통해 참석자들은 연주자와 조금씩 교감을 이뤄 나갔다. 이어 월리스의 비올라를 타고 16세기 작곡된 ‘불평’이 흘러나왔다. 이번엔 어두운 감정 표현이다. 공평하지 않은 인생 경험을 그린 작곡가의 ‘불공평하다’는 외침이 선율과 맞아떨어지며 음악의 솔직함을 전했다.

다음은 현대판 ‘불평’이 작곡될 차례. 작곡가는 참석자들이다. 홍지혜가 “공평하지 않은 순간을 떠올려 보라”고 주문하자 바로 한 어린이가 “언니는 나이가 많아 힘이 더 센데 때릴 때 불공평을 느낀다”고 답해 웃음꽃이 피었다. 일상의 ‘불공평’은 연달아 터져 나왔다. ‘형이 나이 많다고 용돈을 더 받을 때’, ‘형 옷을 물려받아 입을 때’ 등 어린아이들의 불평에 이어 한 여성 참석자는 “시댁에서 며느리만 일할 때”라고 목록을 추가했다.

쏟아낸 감정을 선율에 담는 작업은 월리스에게 맡겨졌다. 비올라의 몇 가지 테크닉, 이를테면 손을 떨려 떨림소리를 내는 ‘트레놀로’, 서로 어울리지 않는 음으로 불안정함 느낌을 빚어내는 ‘불협화음’ 등 연주 기법을 일러주고, 불평을 털어놓은 참석자에게 자신의 감정에 맞게 조합을 하라고 했다. 사연이 하나둘 그럴싸한 작품의 형태로 다듬어졌고, 모든 사연을 하나의 곡으로 엮은 월리스의 연주가 시작되자 참석자들은 이 즉흥곡에 금세 빨려들어갔다.

선율에서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 참석자들은 이어 영국 작곡가 벤저민 브리튼의 ‘눈물’과 아서 벤저민의 ‘자메이카 룸바’를 들었다. 비올라와 피아노는 희망으로 시작해 즐거움·슬픔·절망·좌절·분노·용서·기쁨 등 마음속에 담긴 감정을 하나둘 끌어내며 ‘음악’과의 벽을 하나둘 허물었다.

뉴욕필하모닉의 교육 프로그램은 연주회와 함께 움직인다. 새로운 지휘자 앨런 길버트를 맞이한 뉴욕필은 현재 국제투어를 진행중이다. 국내에선 12, 13일 예술의전당에서 연주회를 펼친다. 뉴욕 필이 교육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하기 시작한 건 20년 전부터. 교육부서 디렉터 테오도르 위프러드는 “음악을 접하는 건 모든 아이들의 권리이기 때문에 뉴욕에서뿐 아니라 국제 투어를 다닐 때에도 병행해 열고 있다”고 했다.

위프러드는 “음악은 첫 경험이 중요한 만큼 미국에선 엄마들과 영유아가 함께 참여하는 연주회가 많이 열리고 있다”고 소개한 뒤 “뉴욕 필 역시 어린아이들(영피플콘서트·베리영피플콘서트), 학생들(스쿨데이콘서트·인스쿨콘서트)에 맞춰 음악을 다양한 형태로 즐길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욕 필은 어린아이들이 작곡한 곡을 무대에서 연주하는 특별한 시간도 마련하고 있다. 국내에 앞서 가졌던 일본 내한공연에선 8명의 일본 초등학생이 작곡한 곡을 연주하기도 했다.

이날 강연은 ‘이론’ 중심이 아니었다. “참석자들로부터 음악에 대해 배우고 싶은 갈망을 심어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한 위프러드는 “교감 없이 무작정 전해 주기만 하는 지식은 음악에선 쓸모가 없다”고 덧붙였다.

어린아이에게도 ‘좋은 연주’는 중요하다. 홍지혜는 “일곱 살 때 봤던 오스트리아 피아니스트 잉그리드 헤블러의 연주가 너무 좋아 그날 밤 그림일기를 쓰며 피아니스트 꿈을 키웠던 기억이 생생하다”면서 “좋은 연주는 아이들에게도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준다”고 강조했다.

수업이 끝난 뒤 가정에서 음악교육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 방법을 물었다. 위프러드는 “어렸을 때엔 다양한 라이브 음악을 통해 귀를 열어주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홍지혜는 “수동적으로 작곡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 참여하고 경험하는 방식으로 음악을 만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머리가 아닌 마음이 먼저 만나는 음악이다.

인천=글·사진 윤성정 기자 ys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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