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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교 본부교회 당회장 문형진 목사 부부에게 듣는 세계화 시대의 종교적 리더십

입력 : 2009-10-13 10:46:00 수정 : 2009-10-13 10: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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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적커뮤니티 통해 세계인의 마음을 하나로”
“아, 이소룡과 쿵푸 좋아한다는 그분 맞죠?” 지난달 남산공원 노방전도에 나섰던 문형진(31)·이연아(32) 목사 부부는 뜻밖의 환영을 받았다.

통일교 세계회장을 맡고 있는 문 목사를 ‘쿵푸소년’으로 기억하며 반색하는 시민이 많았던 것. 젊고 열린 이미지로 교단에 새바람을 불어넣으며 최근 매스컴에도 종종 노출되고 있는 문 목사 부부를 지난달 30일 서울 청파동 통일교 세계본부교회에서 만났다. 본부교회 당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본부교회 신도 수가 크게 늘었고, 특화된 예배와 합리적 운영방식으로 주목받는 문 목사에게 새 시대의 종교적 리더십을 들어봤다.

#사람은 섬처럼 살 수 없다

불교의 연기론과 통일교의 연체 사상

◇문형진 목사가 “하나님께서 여자를 먼저 생각하시고 남자를 만들었는데 사회, 특히 교회 내의 여성차별적 문화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자 아내 이연아씨는 “남편은 아내를 ‘집사람’이라고 부르는 것을 못 견뎌한다”고 말을 보탰다.
이제원 기자
“미국 뉴욕에서 자라며 ‘슈퍼맨’ 등 미국 영웅을 숭배하던 성장기에 이소룡 무술을 통해 동양 철학과 지혜에 입문했다”는 문 목사는 하버드대학에서 철학을, 하버드 대학원에서 비교종교학을 전공했다. 그래서일까, 맹목적 믿음보다는 종교적 삶에 대한 구도자적 자세로 교회를 이끌고 있다. 새벽 2시30분이면 일어나 수행을 해온 게 벌써 10년째. 조계사와 명동성당에 들러 새벽 예불과 미사를 드리고 인근 병원 주변을 청소하며 아픈 이를 위한 기도를 드렸다. 본부교회를 맡은 이후로는 목사·훈사(수행자)들과 산에 올라가 경배와 명상을 마친 후 매일 아침 5시 교회로 돌아온다. 문 목사가 여는 새벽 기도회에는 150∼200명이 참석한다.

1년반 남편의 새벽 수행을 따라하다 너무 고되서 포기했다는 이씨는 문 목사에게 “새벽정성을 굳이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남편이 ‘자리란 주어지는 것일 수 있지만 존경이란 구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하더군요. 나 자신을 돌아보고 신앙적으로 바로 세우는 것이 교회를 지키는 일이라고요.”

2007년 7월 문 목사가 한국에서 목회를 시작하면서 본부교회는 일요일 예배 시간에 불교식 명상시간을 도입하고 다양한 종교 지도자들을 초청해오고 있다. 불교에 심취했던 문 목사는 불교의 연기(緣起)론과 통일교의 연체(聯體) 사상에서 종교 간 통로를 찾는다. “통일교에서는 모든 사람은 개성진리체(하느님께서 주신 특별한 성품과 능력, 외모를 가진 존재)이자 연체도 있다고 말합니다. 개성진리체로서의 나는 자녀가 있기 때문에 아빠가 될 수 있다는 거죠. 나의 어느 한 부분은 아이들의 것이자 아내의 것이며 부모님의 것입니다. 인간 존재가 유일하지만 서로 연결돼 있다는 게 통일교 사상의 아름다운 핵심인데 불교의 연기사상과 통하는 부분이죠.”

문 목사는 통일교에서 용산구민회관을 리모델링해 짓고 있는 세계평화통일성전을 명상과 수행 부분이 강조되는 ‘영적 커뮤니티’로 조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배당은 물론 기도실, 명상수련실 등을 갖춰 여러 종교가 예배를 드릴 수 있게 하는 열린 공간이다. 여기에는 스님은 물론 외국의 목사, 흑인 침례교 목사까지 참여의 뜻을 밝혀왔다. “세계화 시대에 종교의 역할은 더욱 중요합니다. 사람들이 외따로 떨어진 섬이 아니라 더 큰 무언가의 존재를 믿음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느낄 수 있지요. 종교 커뮤니티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다른 나라와 민족으로 확장시키자는 거지요.” 

#교회 내 여성의 지위 높아져야

문 목사는 오는 14일 전 세계 200개국에 인터넷·위성 생중계되는 ‘천주축복(결혼)식’의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다. 한국과 일본 등 역사적으로 갈등의 골이 깊은 나라 간의 결혼을 권장한다는 점에서 통일교 특유의 축복결혼식은 세간에서 배척의 이유가 되기도 했다. 문 목사도 19세 되던 해 통일교 목사의 딸인 이씨와 결혼해 4남1녀를 뒀다. “약혼식날 남편을 처음 만났다”는 이씨는 “통일교인들에게 축복결혼은 매우 보람된 일”이라고 했다. “예수님은 원수를 사랑하라고 했는데, 통일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원수’와 결혼한다”는 의미에서다. 요즘은 사전에 교제해 보고 ‘노’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등 상대결정 절차를 다양화하고 있지만 문 목사는 “축복 결혼의 길은 일종의 기도 정성 드리는 수행과 같다”고 설명했다. “축복가정 1세들은 머리 깎고 산에 들어가는 결단으로 축복받고 결혼생활을 했지요. 원수나라 사람과 결혼해 살면서 평화를 이루는 게 훨씬 어렵기 때문이죠. 하지만 축복가정 2, 3세들이 부모의 나라들을 사랑하며 가치를 발견하려 애쓰는 모습을 보면 이만한 종교의 기적이 있을까 싶습니다.”

단상에도 나란히 서는 문 목사와 이씨는 늘 부부 목회자로 함께한다. 그는 “하나님은 남성과 여성적 부분을 둘 다 포함한 이성성상(二性性相)”이라면서 “아내는 나의 메시아”라고도 했다. “아담과 해와는 첫 조상이며 부부 사이는 하나님이 직접 계실 수 있는 사이입니다. 아내는 나로 하여금 참가정을 이루고 하나님의 사랑을 상속받을 수 있도록 하는 메시아고요.” 문 목사는 참가정의 연장선상에서 교회 내에서 여성의 지위는 중요하며 여성 지도자를 많이 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려서 제가 짓궂은 형들한테 맞을 때면 누나들이 나서서 보호해줬죠. 누나들에게 받은 사랑은 여성에 대한 존경심을 심어줬어요. 저는 아내를 나를 모시는 여자로 여기지 않습니다. 여성 지도자가 많이 생겨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만 남성들도 그들을 올려다보며 성장하게 되고 자연스레 여성의 능력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죠.”

문 목사가 세계회장으로 취임 후 교회 문화도 많이 바뀌었다. 교구장 직선제를 도입하고 헌금 관리를 전담하는 전문 재정팀을 신설해 투명성을 높이면서 국내 통일교 신도 수도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런 성과에도 일각에서는 교단 내 후계 구도가 구축된 것 아니냐며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기도 한다. 하지만 문 목사는 “난 2대 교주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예수님은 단 한 분뿐이고 사도들이 예수님을 증거하듯이 참부모님(문선명 총재)의 뜻을 가깝게 전하는 게 그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통일교는 왕의 역사가 아니고 종교의 역사를 갖습니다. 제가 육신적으로는 아들이지만 통일교인으로서 참부모님의 뜻을 전하고자 노력할 뿐입니다.”

김은진 기자 jisland@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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