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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회째 맞은 예술인과 일반인 공개만남 여름밤 달궈
◇지난 3일 서울 가든플레이스 옥상에서 열린 ‘페차쿠차’에서 작가 이호인씨가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자(왼쪽) 관객들이 귀기울여 듣고 있다.
지난 금요일 밤, 서울 신문로 서울역사박물관 옆 가든플레이스 옥상. 흥겨운 음악이 여름밤을 적시고, 손에 손에 칵테일을 든 젊은이들이 시끌벅적하게 옥상을 가득 메웠다. 시간이 흐를수록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 입장을 제한할 정도였다. 언뜻 클럽 파티처럼 보이는 이날의 행사는 다름 아닌 예술 감상 자리였다. 예술가들이 관객 앞에 자신의 작품을 짧은 시간 안에 소개하는 예술 행사인 ‘페차쿠차’가 지난 3일 8번째로 열렸다. 이날 12명의 예술가와 550여명의 관객이 여름밤을 뜨겁게 달궜다.

‘페차쿠차’란 ‘재잘재잘’ 이야기하는 소리를 의미하는 일본어에서 비롯됐다. 영국 출신의 건축가들이 동료들과 작품을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2003년 처음 도쿄에서 열었다. 이후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모여 자신의 작업을 보여주는 자리로 모양새를 갖춰갔다. 지금은 런던, 뉴욕, 도쿄, 상하이, 방콕 등 전 세계 158개 도시에서 열린다.

서울에서는 2007년 4월 처음 열렸으며, 패션 디자이너 이보미씨 등 몇몇 예술가들이 결성한 비영리단체 어반파자마 주최로 일 년에 3∼4회 열린다. ‘페차쿠차 서울’은 미술, 건축, 패션, 사진, 영화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 12명이 참여하는 행사로 자리 잡았다. 따로 홍보도 하지 않고 입장료(1만원)도 있지만 매번 수많은 사람이 찾아온다. 지금까지 행사 때마다 500∼700명이 참가했다. 한마디로 예술을 주제로 한 작은 콘서트이며, 젊은 예술가들과 지망생들에게는 ‘핫한’ 파티인 셈이다.

‘페차쿠차’는 예술가들이 자유롭게 발표하는 자리이지만, ‘20/20’이라는 한 가지 원칙이 있다. 20개의 비주얼을 각 20초씩, 총 400초(6분40초)간 보여주는 것이다. 관객은 지루하고 길게 설명을 들을 필요도 없고, 빠른 시간 안에 작품 설명을 작가들로부터 들을 수 있다. 또 진지한 분위기의 갤러리 대신 격식 없는 분위기 속에서 작가를 만날 수 있다.

8회째 ‘페차쿠차’에는 설치작가인 구동희, 미술작가 이용백·이호인, 디자인그룹 슬기와 민, 건축가 양수인과 데이비드 벤저민, 독립영화감독 윤성호, 패션 디자이너 박수우 등 12명이 참여했다. 비좁은 자리에 빼곡히 앉은 관객들은 눈을 반짝이며 예술가들의 설명을 들었다.

이호인씨는 지난 4월 열린 개인전에 전시했던 섬 그림과 함께 과거 작품 20개를 선보였다. 그는 섬 사진들을 보여주며 “먼 바다에 떠 있는 섬 사진을 보면서 아름답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인간이 자연을 가만히 두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며 “관조자로서 하늘에서 내려다본 섬을 그렸다”고 작품을 그리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윤성호 감독은 재치있는 짧은 영화를 선보여 박수를 받았다. 그는 “400초짜리 영화가 없어서 오늘 오전 찍어왔다”며 영화 스태프들과의 에피소드를 담으면서 일상적이지만 도발적인 대사를 담은 영상을 선보였다. 신인으로 무대에 오른 사진작가 이윤호씨는 2006년부터 현재까지 자신의 주변 일상을 담은 사진을 코믹한 설명과 함께 소개했다. 한쪽 다리를 찍은 사진을 두고는 “발차기하는 남자의 발차기하지 않는 발”이라고 설명을 하거나, 선명한 색감의 자연풍경 사진을 두고 “숯불고깃집에 붙어있는 금수강산 사진”이라고 설명해 웃음을 자아냈다.

미국 뉴욕에서 팀으로 활동하고 있는 건축가 양수인과 데이비드 벤저민은 최근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공원에 설치한 구조물을 소개했다. 서울시 지도를 본떠 다각형 돔으로 세워진 이 구조물은 서울 25개 구의 대기오염도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프로젝트다. 지난해와 비교해 공기가 깨끗해진 곳은 불이 켜지고, 그렇지 않은 곳은 불이 꺼지게 된다.

‘페차쿠차 서울’을 1회부터 8회까지 개최한 이보미씨는 “도쿄와 런던 등에서 열리고 있는 페차쿠차를 보고 재미있어서 서울에도 들여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원래 페차쿠차가 건축이 중심이었는데 서울 행사는 미술 등의 분야를 더 많이 다룬다”며 “지난해부터는 이명세 감독을 필두로 영화감독도 한 명씩 포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작가 선정 기준에 대해서는 “자신만의 독창성이 있는 작가”라며 “신인의 경우 지원자 중에서 선정하는데, 그 비율을 점차 늘려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올해 두 번째로 열린 ‘페차쿠차’는 예술축제인 ‘2009 플랫폼’에도 초청받아 오는 9월엔 국립현대미술관이 자리하게 될 소격동 기무사 터에서 열릴 예정이다.

김지희 기자 kimpossibl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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