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모근복제 첫 발… 탈모정복 멀지않아"

입력 : 2009-03-18 09:43:18 수정 : 2009-03-18 09:43:1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주목, 이사람]모발학계 권위자 경북대 김정철 교수
◇‘모낭군 이식술’을 개발하고 모근 생성 억제 물질인 DKK-1을 찾아내 모발 이식의 한 획을 그은 김정철 교수는 요즘 단 한 개의 모발로 수만개의 머리카락을 만드는 모근 복제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갈 길은 험하고 멀지만 정부 등 관계기관의 연구 지원이 뒤따른다면 ‘탈모 정복’도 멀지 않았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인류가 진화하면서 몸의 털은 꾸준히 퇴화하며, 인간은 자연스럽게 이를 받아들인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외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과거에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던 머리의 털, 즉 모발에 대한 욕망은 커지고 있다. 적지 않은 이들이 남들보다 머리카락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콤플렉스와 편견에 시달린다. 탈모로 고민하는 이들의 마지막 선택이 모발 이식이다.

이들로부터 최고의 존경과 인기(?)를 누리고 있는 사람이 모발학계 권위자인 경북대 병원 모발이식·연구센터장 김정철(50·면역학) 교수다. 1992년 ‘모낭군이식술’이라는 새 수술법을 개발해 지금까지 5000여명의 환자를 시술했다. 그에게 진료 예약을 받으려면 3∼4개월은 족히 기다려야 하고 수술은 1년 6개월 뒤에나 가능하다.

김 박사는 “서울에서 개원하라”는 여러 유혹을 뿌리치고 모교에서 모발 이식과 연구에 몰두하는 한편, 대구시가 지향하고 있는 ‘의료 관광도시’의 일환인 ‘대구 모발센터’ 구축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를 최근 경북대 의대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기초의학 분야 교수인 그가 어떻게 모발 이식에 관심을 갖게 됐는지 궁금했다. “처음엔 ‘면역학 교수가 무슨 터레기(털) 연구하노. 암이나 에이즈 연구도 아니고 한심하데이’라던 주변 사람들이 이제는 ‘대단하다’는 눈빛으로 보고 있어 헛고생한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소탈하게 웃는다.

경북대 의대를 졸업한 후 생화학을 전공하게 된 그는 조교 시절 일본에서 개발된 발모제의 의학적 효능을 검증하는 실험 요청을 받고부터 탈모와 발모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군의관 시절 부대 근처 농가서 키우는 얼룩 돼지를 보고 ‘흰 털을 검은 털 부위에 옮겨 심으면 어떻게 될까’라는 황당한 생각을 실천에 옮긴다. 옮겨 심은 흰 털이 만일 검게 되면 새치를 개선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황당한 실험은 결국 실패로 끝났다.

“본격적인 계기는 스승이신 미국 존스홉킨스 의대 신현승 교수의 조언 때문이라고 할 수 있지요. 성장 가능성은 무궁하면서 남들이 하고 있지 않은 모발 분야가 틈새 분야로 연구해볼 만하다고 제안하셨지요. 그때 이 길이 나의 길이라고 생각해 10여년을 공부한 것이 경쟁력을 갖게 된 바탕이 된 것 같습니다.”

면역학교실 교수인 그가 일반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세계 최초로 모낭군이식술을 개발하면서부터. 당시에는 미국의 펀치 이식술과 일본의 단일모 이식술이 있었지만 흉터 등 부작용이 많아 시술 결과와 만족도는 낮았다. 그가 개발한 모낭군 이식술은 당시에는 낯선 모낭을 통째로 이식하는 것이다. 모낭에는 모발이 하나, 둘, 혹은 세 가닥이 뻗어 나오게 마련이다. ‘이 모낭을 통째로 이식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자신의 머리카락 모낭을 떼내 자신의 오른쪽 다리에 심는 실험을 했고, 마침내 성공을 거뒀다. 이 방법을 환자에게 적용한 결과, 탈모 환자들의 만족도 컸다. 이후 ‘KNU 식모기’를 개발해 그의 이식술을 보급했다. 현재 국내 모발클리닉의 대부분이 그가 개발한 이식법으로 모발 이식을 하고 있다.

그의 연구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지난해 2월에는 세계 최초로 남성 탈모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을 발견, 국제 학술지 ‘피부연구학회지(Journal of Investigative Dermatology)’를 통해 발표했다. 연구팀은 남성호르몬에 의해 만들어지는 ‘DKK-1’ 단백질이 모발의 발생과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호전달 단백질인 ‘Wnt’를 억제하기 때문에 탈모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연구팀은 또 머리 뒤쪽보다 앞쪽 모발에 의해 DKK-1이 더 많이 만들어진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 연구결과를 토대로 발모제 개발에도 열중하고 있다.

그의 명성이 알려지면서 정치인, 연예인, 스포츠 선수 등 유명인들이 앞다퉈 그에게 머리를 맡겼다. 정치인의 경우 그의 손을 거쳐간 사람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고 남는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지방 의사들이 서울에서 개원하면 첫 번째 하는 일이 사투리를 바꾸는 것인데 모발 이식 의사들은 사정이 다르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제 이름이 알려지면서 서울에서 모발 이식 클리닉을 개원해도 경상도 사투리를 쓰면 그 의사가 제가 가르친 제자라고 환자들이 여긴다는 것입니다.”(웃음)

실제 모발 이식 분야는 ‘김정철 사단’이라 불릴 정도로 김수균·황성주·안지섭 등 제자 그룹이 전국에서 개원의로 활동하고 있다.

김 박사는 요즘, 자기 모발 복제수술을 목표로 연구작업에 골몰하고 있다. 단 한 개의 모발로 수만개의 머리카락을 만드는 모근 복제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현재 동물실험과 임상실험을 위해 첫 단계를 밟고 있다.

그는 이와 함께 대구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의료단지 구축을 위한 작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대구 도심에 들어서는 ‘대구 모발센터’ 설립 예산을 지원받기 위해 밤낮으로 뛰고 있다. 그동안 기업이나 서울 유명 병원에서 수차례 영입 제의를 받았지만 그때마다 거절한 일화는 유명하다.

“돈이나 명성을 좇았으면 벌써 떠났겠지만 모발 이식은 너무 재밌는 분야인 데다 제가 연구를 포기하면 다른 사람이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촌놈’같이 이 길을 걷고 있지요. KTX가 개통이 된 후 의료분야도 암 등 중증 환자는 앞다퉈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탈모 환자는 거꾸로 하행선을 타고 대구로 내려오게끔 하겠습니다. 그게 제가 이곳에서 연구하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대구=박태해 기자 pth1228@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