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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좋은 일만 하셨는데…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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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2-20 21:55:34 수정 : 2009-02-20 21:5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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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눈물로 작별인사
◇20일 경기 용인 천주교 성직자 묘역에서 열린 김수환 추기경의 하관식에서 일반 시민들이 묘역에 국화꽃을 던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추기경님, 이제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세요.”

20일 시민들은 김수환 추기경을 눈물로 떠나보냈다. 세속의 슬픔과 안타까움을 아는 듯 하늘에는 눈발이 흩날렸다. 조문은 전날 밤 12시 끝났으나 시민들은 이날도 새벽부터 서울 명동성당으로 몰려들었다. 지방에서 열차를 타고 온 노인, 휴가 나오자마자 곧바로 성당을 찾은 군인, 휠체어를 끌고 온 장애인 등….

새벽 6시부터 명동성당으로 이어진 추모 발길은 금세 1만명으로 늘었다. 오전 10시부터 대성전에서 장례미사가 치러지는 동안 추모객들은 밖에 설치된 대형화면을 보면서 함께 명복을 빌었다. 신자들은 위령기도인 연도를 낭송하고 묵주기도를 올리며 애도했다.

지난 18일에 이어 이날 새벽기차를 타고 강원도 춘천에서 상경한 이정락(73)씨는 화면을 통해 장례미사를 지켜보는 걸로 아쉬움을 달랬다. 그는 “‘우리 모두 죄인이다’는 추기경님 말씀이 귓전에 생생하다”면서 “오늘이 마지막인데 아무래도 가슴이 미어져 직접 와야 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혼자 성당을 찾은 뇌병변 2급장애인 권순욱(35·서울강서구방화동)씨는 “지하철을 타고 높은 언덕을 올라 오는 게 버거웠지만, 평생 우리 같은 소외된 사람 편에 서주신 추기경님이 가시는 마지막 길을 뵈야겠다고 생각해 왔다”면서 “좋은 곳에서 편히 쉬시길 바란다”고 울먹였다.

“추기경님,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오전 11시40분 장례미사를 마치고 운구행렬이 성당에서 나오자 추모객들은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모든 이가 추기경의 사랑을 마지막으로 느끼려는 듯 운구차에 손을 가져갔고 약속한 듯 고개를 숙인 뒤 손을 흔들어 작별인사를 했다. 여성 신자들은 머리에 쓴 하얀 미사포를 벗어 흔들며 영원한 안식을 기원했다.

가톨릭 신자인 대학생 유예진(20·여)씨는 “명동성당에 들를 때마다 추기경님을 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이렇게 하느님 곁으로 떠나시는 모습만 뵙게 돼 안타깝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운구 차에 실려 떠나는 김 추기경을 바라보던 손명숙(50·여)씨는 가톨릭회관에 내걸린 추기경 사진을 가리키며 “추기경님이 하늘나라에서 우리와 함께 계시는 것 같다. 이미 하늘나라로 가셔서 우리를 내려다보며, 같이 미사를 드리는 것 같아 눈물이 난다”며 눈가를 훔쳤다. 못내 아쉬움에 운구 행렬을 뒤따르던 남궁순일(54·여)씨는 “평생 좋은 일만 하고 가셨는데 이렇게 돌아가시니까 너무 마음이 아프다. 하늘나라에서 별이 떨어진 것 같다”며 고개를 떨궜다.

김 추기경은 그렇게 뭇 세속인의 작별인사 속에 하늘의 별로 떴다.

장원주 기자 stru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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