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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3국의 꾸밈과 갖춤의 예술… '장황'을 아시나요

입력 : 2008-09-09 10:21:44 수정 : 2008-09-09 10: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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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문화셔틀사업'서 특별전 개최
◇어책 298장조교명
동북아 3개국 사이에 역사 갈등이 진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동북아의 고유성과 유사성을 탐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전문가와 학자들이 중심이 돼 장황(粧潢) 관련 특별전시회와 학술대회, 특별강연회를 이어가고 있다.

‘장황’이라는 단어는 한때 사라진 말이었다. 대신 표구(表具)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표구는 일제시대에 수입된 말이어서 최근 일제 이전의 명칭인 장황이 다시 공식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태조어진(장황부분)

장황은 서화나 서책을 보존하고 장식하는 작업을 가리킨다. 서화를 종이나 비단 등을 써서 족자·액자·병풍 등으로 만들어 온 것이다. 종이와 비단에 글과 그림을 썼으니 화려하고 아름다웠을 수밖에 없다. 표현과 장식법을 고려하면 서화나 서책의 ‘화장품이나 장식품’ 정도로 비유될 수 있다.

장황의 시초는 중국의 한나라 시절이라는 게 정설이다. 이후 한국과 일본으로 전파되며 동북아에서 크게 유행했다. 삼국시대 이후 서화미술과 기록자료에 장황이 필수적이었다. 특히 조선 왕실에서는 여러 가지 서화, 서책, 서지 등에 장황이 실용성을 넘어 격조 높은 장식예술로 각인됐다. ‘서화의 가치를 판단할 때 그리기는 30%이고, 장황이 나머지 70%’라는 말이 통용될 정도였다. 학자들이 장황을 차원 높은 장식예술과 우리의 전통문화로 평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장황에 대한 인식 확대를 반영해 한국장황연구회와 공동으로 5일부터 ‘꾸밈과 갖춤의 예술, 장황’ 특별 전시회를 열고 있다. 전시회는 11월 2일까지 59일 동안 마련된다. 이번 전시회는 3개국 외교 장관이 추진하는 ‘제2차 한·중·일 문화 셔틀 사업’의 일환이다. 전시회에는 국내 문화재는 물론 중국 베이징의 고궁박물원과 일본 규슈국립박물관 소장 문화재도 함께 선보인다.

한국 장황으로는 조선 왕실의 의장품과 서화 유물이 눈에 띈다. 청나라 건륭 황제의 비장품과 일본 서화 등 이웃 나라의 문화재도 한 곳에 모였다. 동북아의 대표 유물인 장황을 비교하며 살펴볼 기회가 생긴 셈이다.

전시회 개막일에 맞춰 국내외 장황 전문가들이 모여 국제학술대회도 열렸다. 학술대회는 지난 5일부터 이틀 동안 고궁박물관에서 열린 ‘제3차 동아시아 종이 문화재 보존 심포지엄’이다. 2006년 중국 베이징, 2007년 일본 규슈에서 열린 1차, 2차 대회에 이어 열렸다. 이번 대회에는 동북아 세 나라는 물론 미국과 유럽에서 온 200명이 넘는 학자들이 참여한 대규모 행사였다.
◇건륭황제 서화권축함

박상규 국립고궁박물관 학예연구사는 학술대회에서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국내의 장황 기술자 명맥이 끊겼다”는 안타까운 사실을 재확인했다. 명맥 단절로 현재 국내 장황 기술자의 다수는 일본 유학파 출신이 차지하는 상황이다. 중국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광둥성에 장황 기술자는 3명만 거주하고 있을 정도로 중국의 성(省)급 이상의 박물관에서 고대 서화 수리 능력을 갖춘 장황 기술자는 수십 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장황이 동북아의 대표적 문화재라는 시각에는 이견이 없다. ‘장황 전시회’가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영화삼국지’에 이어, ‘한·중·일 문화 셔틀 사업’ 대상으로 선택된 것도 이 때문이다. 장황은 종이 문화권인 동북아에서 독특한 형태로 발전한 세계적인 문화유산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토론과는 별개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강연회도 열린다. 고궁박물관은 오는 19일, 10월 17일 두 차례 박물관 강당에서 ‘전통 장황에 대한 특별 강연회’에서 시민들의 궁금증에 답하기로 했다.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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