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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일화·언어로 그려낸 서정

입력 : 2008-07-18 21:32:49 수정 : 2008-07-18 21:3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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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준 시인 네번째 시집 ‘그늘의 발달’ 문태준(38·사진) 시인이 네 번째 시집 ‘그늘의 발달’(문학과지성사)을 내놨다.

1994년 등단해 시집 ‘수런거리는 뒤란’(2000), ‘맨발’(2004), ‘가재미’(2006)를 펴냈고, 미당문학상과 소월시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한국 서정시의 적자로 공인받았다. 젊은 시인들이 시를 과격하게 해체할 때, 문 시인은 갈라지고 쪼개진 시를 서정이라는 아교로 되붙이는 작업을 해왔다. 시집 ‘그늘의 발달’에는 지난 2년간 발표한 71편이 4부로 나뉘어 실렸다.

문 시인의 시에서는 향 사른 사찰 분위기가 풍긴다. 행운과 불행을 가려 취하지 않고, 양지와 음지를 애써 구별하지 않는다. 반야심경이 가르친 대로, 더럽고 깨끗함의 구분이 없는 ‘불구부정(不垢不淨)’에 닿으려는 노력이다. 표제시 ‘그늘의 발달’은 그런 불교적 세계관을 소박한 일화와 언어로 형상화한다.

“아버지여, 감나무를 베지 마오./ 감나무가 너무 웃자라/ 감나무 그늘이 지붕을 덮는다고/ 감나무를 베는 아버지여/ 그늘이 지붕이 되면 어떤가요/ 눈물을 감출 수는 없어요.”(‘그늘의 발달’에서)

시 ‘뻘구멍’은 갯벌 풍경과 진흙게로 인간 감각을 탐구한다. 사물에 대한 관심과 관찰은 진리를 깨닫는 중요한 수단이다.

“이 밤에 알 수 없다, 마음은 진흙 속 한 마리 진흙게라는 나의 비유를/ (…) / 진흙우박들이 흘러내리고 진흙계절들이 밀려와 덮는, 그리하여 아무도 우리의 출생을 증명할 수 없는 그곳”(‘뻘구멍’에서)

지난해 ‘불교와 문화’ 5월호에 게재한 산문 ‘진흙 덩어리 속 진흙게’가 연상된다. 당시 문 시인은 “게는 진흙 집을 감각 세계의 전부라 여길 것”이라며 “감각은 오류가 많은 중개자이니 움켜쥐지 말고 손을 탁, 탁, 털듯 사용하시기 바랍니다”라고 글을 맺었다.

심재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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