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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레종 설화는 권력투쟁의 산물"

입력 : 2008-05-24 13:04:59 수정 : 2008-05-24 13: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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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주 지음/푸른역사/2만5000원
에밀레종의 비밀―소리로 세상을 다스려라/성낙주 지음/푸른역사/2만5000원

‘실패를 거듭하다 아이를 도가니에 넣음으로써 마침내 완성했다. 그래서 이 종이 울릴 때마다 애처롭게 ‘에밀레∼’라는 소리를 낸다.’

‘에밀레종’으로 더 잘 알려진 성덕대왕신종에 얽힌 전설이다. 교사 생활을 하며 역사를 연구하는 ‘에밀레종의 비밀’ 지은이 성낙주씨는 이를 부인한다. 종의 주조 정신이 ‘불교 정신의 발현’이라는 설명과 자기 아들을 희생시킨 행위는 결코 양립할 수 없다는 데 근거한다. 대신 그는 에밀레종 제작에 얽힌 설화는 신라 중대 왕실이 휘말린 권력투쟁의 반영이고, 그 독특한 용머리와 용종 장식은 문무왕과 만파식적 설화를 반영한 것이라는 색다른 주장을 편다.

“뜨거운 용광로에 던져진 어린아이는 중대 신라기 권력다툼에서 어린 나이에 희생된 혜공왕이며, 제 아이를 제물로 바친 어미는 친정오빠인 김옹(金邕)과 더불어 당시 혜공왕을 쥐락펴락하면서 섭정을 한 대비(大妃)인 만월부인(滿月夫人)을 상징합니다.”

성씨는 성덕대왕신종 명문(銘文)과 삼국사기·삼국유사 기록을 근거로 “에밀레종 설화는 이런 권력투쟁에서 억울하게 희생된 혜공왕을 동정하고 만월부인과 김옹이 한패를 이룬 외척세력을 비난하는 정치 고발의 문학적 형상화”라고 설명한다.

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에밀레종 설화는 다름 아닌 당시 왕실의 정치적 역학관계를 폭로하는 하나의 알레고리인 셈이다. 매우 흥미로운 분석이다.

조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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