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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소 타고 트레킹… 돌고래 뛰노는 바다의 유혹… "천국이 따로 없네"

입력 : 2008-05-16 10:46:55 수정 : 2008-05-16 10:4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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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의 숨은 진주 '보홀'
◇1200여개의 봉우리가 솟아 있는 초콜릿힐.
요즘에는 덜 알려지고 조용한 여행지를 찾아 불편도 마다하지 않는 이들이 많다. 세계 유명 여행지를 섭렵한 여행 고수들은 이젠 새로운 곳을 찾아 ‘더 멀리 더 깊숙이’ 떠날 준비가 돼 있다. 필리핀 ‘보홀(Bohol)’은 여기에 딱 맞는 여행지다. 우리나라로 치면 ‘섬 속의 섬’으로 불리는 제주도의 ‘우도’랄까.

# “그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다”

보홀 가는 길은 공·해·육로가 다 동원된다. 인천공항에서 필리핀 마닐라까진 항공편으로 4시간, 보홀의 관문인 탁빌라란공항까진 비행기로 다시 1시간이 걸린다. 세부에선 쾌속선으로 2시간 남짓 걸린다.

보홀은 7107개의 필리핀 섬 중 10번째 크기다. 제주도의 두 배쯤 된다. 미군 지프를 개조한 데서 유래한 ‘지프니’가 주요 교통 수단인 마닐라·세부와 달리 보홀은 오토바이를 개조한 바퀴 세 개짜리 ‘트라이시클’ 천지다.
◇필리핀 토종소 ‘카라바오’ 타기.

도로를 따라 쭉 늘어선 민가엔 과일 등 이것저것 돈 될 만한 것들을 진열해 놓았다. 팔리면 좋고 안 팔려도 그만이라는 듯, 사람들 표정엔 여유가 배어 있다. 차를 타고 좀 더 깊숙이 들어가면 문명의 자취는 점점 줄어든다. 입자 고운 바닷모래는 발가락 사이를 제멋대로 들락거리고, 인심 좋게 생긴 원주민은 토종닭을 잡아 내놓는다. 아직은 외지인이 반가운 모양이다.

# “세상에 이런 곳도 있구나”

처음엔 깜짝 놀랐다. 보홀 당국이 한국인 관광객을 위해 마술을 부린 게 아닌가 해서다. 보홀의 상징 ‘초콜릿힐’을 두고 하는 말이다. 건기(12월∼5월)에는 초목이 갈색으로 변해 마치 키세스 초콜릿을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데, 어쩌면 그리 경주 왕릉군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을까. 보홀 중앙 대평원에 1200여개가 젖무덤같이 봉긋 솟은 초콜릿힐은 마냥 신비하다. 카메라를 어느 방향에다 대고 찍어도 다 그림엽서다. 특히 초콜릿힐에서 펄쩍 뛰거나 빗자루를 타고 사진을 찍으면 영락없이 마법의 나라에 온 장면이 나온다.
 
◇파밀라칸 섬 인근에서의 돌고래 떼 관람.

초콜릿힐은 과학적으론 고대 산호초 퇴적물의 융기와 부식·풍화 작용의 부산물로 설명되지만 전설도 그럴듯하다. 옛날에 초대형 거인 ‘아로고’가 짝사랑하던 유부녀 ‘알로야’를 보쌈하려다 너무 꽉 껴안은 나머지 죽자 슬퍼서 흘린 눈물방울이 그대로 굳어졌다는 내용이다.

# “천국을 하늘에서 찾지 마라”

보홀의 또 다른 자랑은 쪽빛 바다와 모래사장이다. 리조트는 지붕을 야자수로 엮어 만든 로지(lodge) 스타일이다. 코코넛나무 밑엔 그물침대가 묶여 있어 언제든지 달콤한 오수를 즐길 수 있다. 배가 고프면 바다에 낚싯대를 드리운다. 주민들 표정엔 삶의 여유가 묻어난다. 어찌 보면 교육도, 돈도 그리 필요할 것 같지 않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로복강의 선상 뷔페.

소문을 듣고 불원천리 찾아오는 관광객을 위해 원주민들이 투어 프로그램 두어 개를 개발했다. 하나는 보홀에서 배로 50분쯤 거리에 있는 파밀라칸(‘돌고래 사냥터’) 섬 인근에서의 돌고래 떼 관람. 아침 일찍 활동하는 돌고래 속성 때문에 새벽잠을 설치며 달려간 해변은 마치 돌고래 수족관 같았다. 수백마리가 출몰했다. 돌고래 떼는 자기들을 보러 온 서너 척의 관람선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헤엄치다 종종 물 밖으로 나와 “푸” 하고 숨을 쉬고는 이내 사라지길 반복했다. 보홀 섬 관광의 으뜸 코스다.

다른 하나는 스노클링과 스쿠버다이빙. 물 반, 고기 반이라는 파밀라칸의 어류보호지역에서 즐길 수 있다. 스쿠버 다이빙 명소인 인근 발라카삭섬은 세계 5대 다이빙 포인트 중 하나다. 카약 경기 체험도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타르시어원숭이
# “앙증맞은 안경원숭이, 뭐하니?”

보홀의 또 하나의 상징은 ‘안경원숭이’로 불리는 ‘타르시어원숭이’다. 올빼미와 박쥐를 합쳐 놓은 것 같은 타르시어원숭이는 점점 줄어드는 희귀 야생동물로, 필리핀 정부의 보호를 받고 있다. 몸 크기는 성체라도 고작 13㎝에 불과하다. 몸무게는 23g 정도다. 한마디로 앙증맞다. 수명은 20년 정도 되지만, 번식 조건이 까다롭고 인위적으로 서식지를 옮기면 스트레스로 자살하는 경우가 많다고 보호센터 관리인은 설명한다. 세부항에서 만난 한국인 관광객 김석호씨는 “아이들에게 안경원숭이를 보여주기 위해 보홀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 “신선이 따로 없구나”

보홀 한가운데는 21㎞ 길이의 로복강이 흐른다. 유람선에 몸을 실으면 1인 밴드가 연주하는 귀에 익은 흘러간 팝송이 흘러나오고, 미끄러지듯 흘러가는 배 위엔 뷔페가 차려진다. 선상 뷔페는 10여 가지 각종 토속음식으로 식단이 짜여졌다. 어른 머리통만 한 코코넛이 사람 수만큼 나온다. 로복강 선상 크루즈다.

필리핀 토종 소 등을 타고 트랙을 도는 ‘카라바오’도 색다른 체험이다. 커다란 눈을 껌벅거리는 우직한 소 등에 타기가 좀 민망스럽지만, 미국산 소고기 수입 안전성 여부로 시끌시끌한 세상과는 분명 다른 세계다. 이 외에도 필리핀 최고(最古) 석조건물인 바클레욘 성당, 스페인 총독과 보홀 족장이 피를 나눠 마셨다는 혈맹기념비도 꼭 들러야 할 명소다.

보홀(필리핀)=글·사진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여행 정보

필리핀항공이 직영하는 ‘온필’(www.onfill.com /1544-0008)이 보홀 여행 상품을 판매한다. 마닐라 경유 4일 상품은 89만원, 5일 상품은 96만원이다. 세부 경유 4일 상품은 85만원. 보홀섬 투어는 타르시어 센터·로복강 크루즈 투어, 점심·초콜릿힐·혈맹기념비, 바클레욘성당 관람을 포함해 성인 4만9600∼7만1000원. 돌고래 관람 및 스노클링, 중식이 포함된 파밀라칸 마린 라이프 투어는 성인 4만9000∼6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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