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단독]李대통령 복원했다는 '서정주 생가'…폐가로 방치

입력 : 2008-05-02 17:18:18 수정 : 2008-05-02 17:18:1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관악구청,예산없어 개·보수 못해…'축사 비상구'발언 이어 또 논란소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 시 사들여 '복원'했다는 미당 서정주 시인의 생가는 여전히 폐가로 방치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 시 사들여 ‘복원’했다는 미당 서정주 시인의 생가(사진)는 여전히 폐가로 방치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축사의 ‘비상구’ 논란과 함께 이 대통령의 최근 발언들이 너무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9일 종단대표와 오찬 간담회에서 친일문제를 거론하면서 “미당 서정주 선생의 후손이 빌라를 지으려고 매각하려던 생가를 서울시에서 사들여 복원했다”고 말했다.

30일 세계일보가 확인한 결과 미당 서정주 시인의 고택은 여전히 동네의 흉물이 된 채 방치되고 있었다. 이 대통령의 ‘사서 복원했다’는 발언과는 많은 차이를 보였다.

서울 관악구 남현동 1071-11번지, 사당초등학교 뒤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L’ 자 모양의 2층 양옥 한 채가 눈에 들어온다. 녹슨 철제 대문을 쇠사슬로 감아놓고 자물쇠를 채워놓았다. 이곳이 바로 고(故) 미당 서정주 시인의 고택(古宅)이다. 

 
쇠사슬 자물쇠로 굳게 닫혀 있는 문, 철창으로 막아놓은 창문과 무성히 자란 잡초, 마른 낙엽과 쓰레기 봉투가 뒹구는 마당(왼쪽부터).

문 옆에는 한글로 ‘서정주’라고 쓴 낡은 명패가 붙어 있다. 대문 앞에는 가꾸지 않아 2m 정도 되는 밤나무가 물색없이 서 있었고 철제문 사이로 보이는 마당은 정돈되지 않은 채 잡초가 무성했다. 또 마당에는 마른 낙엽과 쓰레기 비닐 봉투가 곳곳에 나뒹굴고 있었다. 여기에 집안의 창들은 녹슨 철제로 막아 놓아 흡사 감옥을 연상케 했다. 이 고택은 미당 서정주가 1970년부터 2000년 12월 사망할 때까지 살던 곳이다.

이처럼 미당의 고택이 방치되면서 인근 주민들의 민원도 잇따르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한 주민은 “폐가로 방치하지 말고 이 집을 복원하든지 아니면 재건축하든지 구청이 빨리 결정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관악구는 2003년 12월 서울시의 교부금을 받아 미당의 고택을 후손들로부터 7억5000만원에 사들였다. 하지만 관악구청은 개보수에 필요한 예산지원을 받지 못해 고택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 관악구청 관계자는 “서울시가 고택을 사들인 이후 보수와 관리는 구청이 담당하도록 했다”면서 “하지만 시에서 이에 따른 예산을 지원하지 않아 처치 곤란한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민진기 기자 jkmin@segye.com  블로그 http://blog.segye.com/jkmin
세계일보 온라인뉴스부 bodo@segye.com, 팀블로그 http://net.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
  • 오마이걸 유아 '완벽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