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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숲속 예쁜 집에 감도는 음산한 공포

입력 : 2007-12-28 10:23:52 수정 : 2007-12-28 10: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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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젤과 그레텔
어린 시절 재미있게 읽었던 동화는 사실 알고 보면 잔혹하고 무서운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림 형제의 ‘헨젤과 그레텔’ 역시 굶주림에 지친 부모가 자녀를 숲 속에 갖다 버린, 당시 유럽에서 비일비재했던 실화를 기초로 하고 있다.

임필성 감독이 스크린으로 재현한 ‘헨젤과 그레텔’은 아이들이 모험 끝에 부모 곁으로 돌아온다는 해피엔딩 대신 아이들끼리만 숲 속에서 살아간다는 역발상에서 출발한다. 게다가 이 아이들은 어른들을 집으로 끌어들이고는 절대 빠져나가지 못하게 어른들을 조종한다.

지방의 어느 국도에서 길을 잃은 은수(천정명)는 깊은 숲 속에 있는 한 예쁜 집에 묵게 된다. 동화책에서 금방 튀어나온 듯 아름답고 아기자기한 이 집은 내부 역시 파스텔톤 벽지에 온갖 장난감과 달콤한 과자로 가득하다. 너무나 이상적이고 완벽해 보이는 집과 가정이지만, 세 아이들의 부모는 뭔가 불안해 보인다. 설상가상으로 아이들의 부모는 갑자기 사라지고, 은수는 숲을 빠져 나오려 하지만 결국 출구를 찾지 못한 채 아이들 손아귀에 갇히고 만다.

사랑이 결핍된 아이들은 끊임없이 어른들의 사랑과 돌봄을 기다린다. 귀엽고 순진한 얼굴로 “우린 나쁜 애들 아니에요” “우리를 돌봐주세요”라고 반복하는 아이들은 어느 순간 기이한 섬뜩함과 공포를 자아낸다.

영화는 흥미로운 소재와 매혹적인 비주얼이라는 장점을 지녔지만, 이에 비해 스토리텔링은 너무 평면적이다. 나쁜 어른, 착한 어른, 순진한 아이들 등 캐릭터는 전형적이고, 후반부 드러나는 아이들의 비밀스런 과거 역시 뻔하다. 또 탈출구를 찾아 헤매는 어른과 이를 저지하는 아이들의 반복적 상황이 영화를 다소 지루하게 만든다. 27일 개봉.

김지희 기자 kimpossibl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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