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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블로고스피어]'일본 서브컬처' 수집가 김상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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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07-15 09:31:43 수정 : 2008-07-15 09:3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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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웃사이더 문화 파헤쳐 유명세
◇‘아까짱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김상하씨가 서울 양천구 신월동 자택에서 그동안 모은 만화책과 각종 서적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주류세 부과 기준의 차이’ ‘돈가스와 카레라이스의 역사’ ‘한국의 원더걸스처럼 뜨고 있는 일본의 아이돌그룹’ ….

일본과 관련돼 있다는 것 외에는 공통점도 없고 분야도 다른 이 주제들은 김상하(32)씨의 ‘아까짱 블로그’(blog.daum.net/kori2sal)에 올라온 글의 일부다. 만화 블로그로 시작해 일본의 ‘서브컬처’로 확대된 김씨의 블로그는 비주류 문화 세계를 다룬다.

어느덧 그의 블로그는 하루 방문자 2000여명, 누적 방문자 100만명이 넘었다. 일부 글은 인터넷 세계의 ‘고전’으로 꼽힌다. 그 글을 보려 찾아드는 네티즌의 발길이 꾸준하다. 다른 곳에는 없는 정보로 ‘마이너계의 메이저’가 된 김상하씨를 8일 서울 신촌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일본 서브컬처의 매력은 무엇인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것이 현실 속에 있다는 거다. 예를 들면 일본에 특이한 지명만 조사해 홈페이지에 소개하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의 목표는 세계의 모든 이상한 지명을 모으고 여행을 다니며 사진을 찍는 거다. 서브컬처는 사람들의 관심은 없지만 본인에게 재미있는 것에 집착하며 새로운 것을 개척해 나가는 매력이 있다.”

―지금 푹 빠져 있는 소재나 주제는.

“얼마 전까지 일본 퀴즈 프로그램에 빠져 있었다. 원래 퀴즈 프로그램이 시청자와 같이 문제를 푸는 게 대부분인데, 요즘 일본에서 뜨고 있는 퀴즈 프로그램의 포인트는 바보 같은 출연자가 나와서 문제를 틀리고 오답을 말하는 게 포인트다.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하며 웃으면서 즐길 수 있다는 발상이 재미있다.”

그는 스스로를 ‘지식 중독자’라고 표현한다. 그가 처음 만화 블로그를 시작한 것은 그동안 모아 놓은 정보를 정리해 놓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그의 블로그에 올라온 글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잡학’사전에 가깝다. 그가 정리한 글 중 우리나라 인스턴트 라면의 역사와 숨겨진 비화, 맥주 연감 같은 것을 책으로도 엮으려 했을 정도다.

블로그에는 일본 뉴스기사를 직접 번역해 올린 글이나 책 원서와 번역본을 비교한 글이 많다.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등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익힌 실력이다.

―언제부터 일본문화에 관심이 있었나.

“중학교 때부터 일본문화에 관심 가졌다. 일본 아이돌 가수에 관심을 가졌다가 만화에 빠져들었다. 사람들이 우리나라 문화도 좋은 게 많은데 왜 하필 일본이냐고 물어본다면 일본과 우리의 가장 큰 차이점은 ‘기록의 문화’가 있다는 거다. 사소한 것들이 모두 기록돼 있다. 그 기록 자체가 소재가 돼서 새로운 것을 창출한다. 예를 들어 한 방송사의 역대 수목드라마 방영 순서를 어디서 구할 수 있겠나. 일본에는 그런 것을 정리해 놓은 사람들이 있다.”

김씨는 지난해 경기도 용인의 외진 곳에 있는 한 이탈리아 음식점에 다녀온 뒤 음식 맛이 좋아 자세한 소개 글을 블로그에 올린 적이 있다. 글이 게시된 지 이틀 만에 파리만 날리던 이 가게에 줄을 설 만큼 손님이 몰려들었다.
◇만화와 일본문화를 다루는 ‘아까짱 블로그’.

―블로그 방문자가 많은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정보의 원소스(최초의 정보)가 있어야 한다. 그런 글이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고정적으로 방문하는 사람이 는다. 이탈리아 음식점 글을 보기 위해 아직도 하루에 100명씩 들어온다. 매일 시류성 글을 여러 개씩 올리는 사람도 있지만 정보의 원소스만 되는 글이 생기면 블로그에 아무것도 안 올려도 사람들이 계속 온다. 다른 곳에 없는 정보를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곳에 없는 정보는 어떻게 찾나.

“책 보다가 소재를 많이 찾는다. 만화는 약 1만권 있고, 일반 서적도 수천권 된다. 요즘에는 지금 안 사면 없어질 것 같은 책을 많이 산다. 책 사는 데만 한 달에 30만원씩 쓰는 것 같다.”

―자료를 찾고 정보를 수집하는 등의 작업이 아날로그적이다.

“사실 아직 디지털화된 정보가 아날로그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전세계적으로 아날로그 정보를 디지털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지 않나.”

―일시적 방문자를 꾸준한 방문자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블로거가 사람들을 계속 잡아둘 수 있는 것은 결국 공감이라는 감성적인 부분에 의지한다. 하나의 주제로 꾸준하게 블로깅하면서 자신과 동류의 사람이라는 방문자가 생긴다. 인터넷 중심의 사회가 되면서 오프라인으로 관계를 맺는 게 많이 사라졌다. 그렇다 보니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더 찾기 힘들어지고 커뮤니케이션을 갈구하게 되는데, 블로그가 개인의 취향을 반영해 모이게 해주는 기능을 하는 것 같다.”

―블로고스피어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메타블로그가 블로그 세계에서 서열을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블로그라는 매체의 시스템 자체가 개방적이고 자유롭고 동등한 자체를 지향하는데, 의도적으로 랭크를 매기는 메타블로그는 블로그의 근본적인 방향성에 위배되는 것 같다. 메타블로그에 자기를 등록해 놓고 순위 올리는 데 집착하는 사람도 있다. 블로고스피어는 원래 블로그가 지향하는 방향에 맞춰서 지금과는 조금 달라져야 할 것 같다. ”

기획취재팀=김용출·김태훈·김보은·백소용 기자 
kimgija@segye.com



■프로필

●1976년 1월1일 경기 안양 출생

●1995년 경원대학교 물리학과 입학

●1999∼2001년 게임매거진 기자

●2001∼2002년 AHA!PC 기자

●2002∼2004년 HOWPC 기자

●2005∼2006년 EA모바일 게임 기획

●2006∼2007년 YNKJAPAN 게임 서비스 기획

●2005년 이글루스 베스트 블로거 선정

●2007년 다음 우수 블로거 선정

●2남 중 장남

■김상하가 제안하는 좋은 블로거가 되기 위한 팁

1. 꾸준히 블로깅하기

2. 성의 있는 댓글에는 성의 있게 답변하기

3. 짧은 내용의 포스팅 사이에 가끔 매우 긴 글을 섞어서 포스팅하기

4. 블로그의 디자인과 색상은 되도록 오래 유지하기

5. 하나의 주제로 오랫동안 포스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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