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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블로고스피어] MLB 전문 블로거 민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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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06-11 11:23:35 수정 : 2008-06-11 11: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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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한 야구소식… '1인 미디어' 선구자
그를 순수한 의미의 ‘블로거’로 부르기는 어렵다. 20년 넘게 일간지에서 일했고 지금도 ‘기자’ 직함을 쓰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는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기사 공급 계약을 맺은 ‘사업자’이기도 하다. 스스로도 “블로거보다는 기자, 언론인에 가깝다”고 규정한다. 미국 메이저리그 소식 등 야구에 관한 풍부한 콘텐츠를 자랑하는 블로그 ‘민기자닷컴’(blog.naver.com/minkiza)의 운영자 민훈기(48)씨를 두고 하는 말이다. 취재팀은 그가 야구 이야기로 하루 4000∼5000명의 방문자를 끌어모으고 있고, 지금까지 230여만명이 찾았으며, 기성 언론사에 속하지 않고 ‘1인 미디어’로 활동하는 점등을 감안해 ‘인물 블로고스피어’에 초대했다. 메이저리그 외에 국내 프로야구 취재로 정신이 없다는 민씨를 6일 밤 서울 신도림동의 한 찻집에서 만났다.

―블로그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1990년대 말 스포츠신문 기자로 일할 때 취재는 했는데 한정된 지면 탓에 못 나가는 내용들이 늘 아쉬웠다. 홈페이지를 만들어 거기에 올리니 의외로 많은 사람이 찾아왔다. 그러다가 신문사에 사표 내고 나온 뒤 블로그를 만들었다. 2006년 초의 일이다.”

―신문 기자를 그만둔 까닭은.

“여러 이유가 있다. 2005년 말 당시 스포츠신문의 시장 상황은 안 좋았다. 계속 현장에서 취재하고 싶은데 부장이 되니 회사에 앉아 있어야 하고…. ‘새로운 것을 모색해 보자’는 마음으로 사표를 냈는데 한 달도 안돼 네이버에서 연락이 왔다. 그 뒤 ‘민기자닷컴’이란 1인 기업을 차리고 네이버와 계약했다. 야구 관련 칼럼을 일주일에 5편 이상 쓴다. 블로그는 그와 별도로 운영 중이다.”

―요즘 수입은 어떤가.

“네이버와 계약할 때 어느 정도 내 가치에 맞는 액수를 요구했다. 대충 절충이 돼 옛날 신문사 사정이 나쁘지 않던 때 수준의 돈을 번다. 처음엔 ‘연봉 2억원에 계약금 1억원을 더해 3억원을 받는다’는 이상한 소문도 나돌았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소리다.” (웃음)

―언제까지 네이버와 함께 일할 생각인가.

“잘 모르겠다. 메이저리그 인기가 많이 떨어지니까 네이버 쪽에서도 뭔가 생각이 있겠지. 요즘 국내 야구에 관한 글도 많이 쓰고 이것저것 하는데…. 어차피 내가 결정할 일은 아니니까.”

1982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민씨는 야구, 농구, 미식축구 등 다양한 운동경기를 접하며 스포츠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대학 졸업 후 4년간 LA에 있는 중앙일보 미주본사에서 일하다가 1990년 스포츠조선에 입사하면서 본격적으로 메이저리그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민훈기씨의 블로그 ‘민기자닷컴’.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 관련 콘텐츠가 풍성하다.

―원래 메이저리그에 관심이 많았나.

“중앙일보 미주본사 시절 사회부 소속으로 이민국, 법원을 담당하며 스포츠면까지 함께 맡았다. 스포츠조선으로 옮긴 뒤 미주특파원이 됐는데 90년대 후반 박찬호·박세리 선수가 뜨면서 야구와 골프를 주로 취재하다가 나중엔 야구에 ‘올인’했다. 유학생 시절부터 메이저리그 경기, 특히 LA 다저스의 경기를 많이 봤다. 공부한 시간보다 야구 본 시간이 더 많다.” (웃음)

―미국 현지 취재는 1년에 얼마씩 하나.

“지난해의 경우 스프링캠프 때 한 번, 시즌 중간 그리고 올스타전 때 한 번, 포스트시즌 들어 플레이오프 할 때 한 번 등 3차례에 걸쳐 4개월간 미국에 머물렀다.”

―미국 취재의 어려운 점은.

“일단 동선이 길다. 플로리다로 스프링캠프 취재를 떠나면 하루 평균 300㎞ 이상 운전해야 한다. 포스트시즌의 경우 팀들이 서로 떨어진 정도에 따라 거리가 정해진다. 비행기 예약하고 호텔 잡고 하는 게 힘들다.”

―국내에 있을 때는 메이저리그 취재를 어떻게 하나.

“알고 지내는 현지 기자나 구단 홍보실 직원에게 전화를 건다. 취재 때문에 국제전화비 많이 쓴다. (웃음) 현장에 나가 있는 우리 선수들도 전화로 취재한다.”

민씨가 야구 전문기자로 명성을 얻은 이면엔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의 활약이 있다. 그는 “박찬호 선수가 최고로 잘하던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메이저리그의 인기도 최고였다”고 회상한다. 이후 미국 야구에 대한 팬들의 관심은 조금씩 수그러드는 추세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한국 선수들의 근황은 어떤가. 앞으로의 전망은.

“박찬호 선수가 많이 살아났다. 2∼3년은 더 활약할 것 같다. 추신수 선수도 좋아졌다. 한동안 미국 진출이 뜸하다가 2006년과 지난해 어린 선수들이 꽤 진출했다. 그들 중에서 박찬호 같은 스타가 나오면 다시 인기가 살아날 것이다.”

―올해 베이징올림픽 야구 판도는 어떤가.

“우리나라는 정예 선수만 모아놓으면 만만치 않은 팀이다. 미국, 쿠바, 일본 등 몇몇 강팀이 있지만 특별히 우세한 곳은 없다. 4∼5개 팀의 전력이 팽팽하니 전략만 잘 짜면 메달권에 들지 않을까 싶다.”

―요새 축구의 인기가 야구를 능가하는데.

“축구 팬들의 관심은 아직 A매치 경기나 영국 프리미어리그에만 집중되는 느낌이다. 국내 프로축구가 많이 활성화됐다고는 하지만 야구만큼 대중화되지는 않았다. 부산 구장에 3만명의 관중이 꽉 들어찰 정도로 야구는 지금 난리다.”

그는 ‘1인 미디어’의 선구자로 평가되기도 한다. 취재, 사진 촬영, 교열, 편집 등 ‘1인4역’을 맡아 콘텐츠를 생산하고 수입을 올리는 것은 기성 언론사에 ‘얽매인’ 기자들에게는 신선한 자극이다. 민씨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

―앞으로의 계획은 뭔가.

“내가 잘되면 후배들도 비슷한 유형을 선택하리란 점에서 책임감을 느낀다. 메이저리그 쪽이 침체 국면이라 다른 방향도 이것저것 생각하는 중이다. 방송사에서 해설위원 제안도 받았지만 ‘아직 국내 야구는 잘 모른다’며 거절했다. 일단 현장을 더 열심히 돌아다니려고 한다.”

―블로그 운영하며 컴퓨터 실력 때문에 애먹은 적 있나.

“그냥 하면서 배운다. 요새는 어설프게 포토샵 프로그램도 쓴다. 친구 딸에게도 물어보고 그런다. 한번은 미국 출장 때 노트북이 고장 났는데 직접 고친 적도 있다. 내 블로그를 찾는 이들이 많으니 꾸준히 관리하지 않을 수 없다.”

―‘1인 미디어’를 꿈꾸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요즘 워낙 튀는 것, 자극적인 것이 많지만 적어도 ‘미디어’라면 올바른 정신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정보 전달 대신 이득을 쫓거나 어떤 특수층만을 대변한다면 미디어 자격이 없다. 공정한 콘텐츠로 인정을 받아 수익이 생기면 좋은 일이지만, 너무 자극적인 쪽으로 가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무엇보다 열심히 뛰고 현장을 중시해야 한다. 그래야 ‘1인 미디어’로 인정받고 호응도 얻는다.”

기획취재팀=김용출·김태훈·김보은·백소용 기자
kimgija@segye.com

◆프로필

▲1960년 4월7일 서울 출생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역사학과 졸업

▲1986년 중앙일보 미주본사(LA) 입사

▲1990년 스포츠조선 입사, 10년 넘게 미주특파원 지내며 메이저리그 취재

▲2006년 민기자닷컴(minkiza.com) 설립, 네이버와 계약 맺고 기사 제공

▲‘민훈기의 메이저리그, 메이저리거’(2008) 저술

▲가족으로 아내와 대학생인 아들 하나



◆민훈기가 제안하는 좋은 블로거가 되기 위한 팁

1. 일단 시작하면 약속이다. 책임감을 갖는다.

2. 자유롭게 부담 없이 즐겁게 한다.

3. 네티즌과의 공감대 형성 및 소통에 노력한다.

4. 자주 들여다본다. 꽃이나 물고기, 애완동물처럼 애정을 갖고 늘 신경 쓴다.

5. 주관성보다 상식적인 객관성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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