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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속의 남미-한국화가 4인의 화첩기행] <1>브라질

관련이슈 배낭속의 남미-한국화가 4인의 화첩기행

입력 : 2008-05-16 11:52:49 수정 : 2008-05-16 11:5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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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이 내려앉은 리우는 한폭의 초현실주의 그림
◇리우 코르코바두 언덕에 있는 예수상 전망대에서 바라본 리우 시내 전경.
떠남은 비움이다. 그 빈 그릇에 낯선 풍경들은 풍성함으로 다가오게 마련이다. 화가들에게도 여행은 화폭을 풍요롭게 한다. 화가 4명(이만수 김범석 박병춘 김경화)이 배낭 하나 달랑 메고 남미로 화첩기행을 떠났다. 페루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볼리비아 등 32일간의 여행길에서 마음으로 주운 풍경들은 그림이 되고 글이 됐다. 정열과 태양, 삼바와 탱고, 아마존과 사막은 마음풍경으로 다가온다. 작가들은 텐트를 치고 묵었던 페루의 티티카카 호수에선 잉카인의 큰 마음을 읽었다. 별을 친구 삼아 자전거로 밤새 달렸던 칠레 북부의 사막에선 ‘거대한 침묵’을 경험했다. 작가들의 마음풍경을 옮겨본다. 

◇상파울루 메트로폴리타나 대성당.
상파울루에 도착하니 여름의 습기가 확 덮친다. 시원하게 쭉 뻗은 중앙로와 현대적 감각의 빌딩들은 세계적 건축가를 많이 배출한 나라의 도시다운 면모다. 한인가 봉헤치루를 찾아가 27시간의 긴 비행의 여독을 짬뽕 한 그릇으로 풀었다. 시차와 공간에 대한 몸의 저항을 달래기엔 역시 제격이다. 일정에 따라 시내 구경에 나섰다. 원추형의 벌집 같은 특이한 구조를 가진 메트로폴리타나 대성당은 성당건축의 고정관념을 무너트리기에 충분했다. 현대 건축의 백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브라질의 종교사를 담은 스테인드글라스가 사람들을 압도한다. 성당에서 전철로 10여분 거리에 있는 상파울루 현대미술관(MASP)의 인상파 컬렉션은 수준급이다. 이곳에서 고흐 고갱 세잔 모네를 비롯해 피카소 작품까지 보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전시품 중엔 한국인 자화상도 눈에 띈다. 색채와 선의 표현, 전체적인 느낌에서 영락없는 한국인 자화상이다. 사탕수수 이민의 역사를 떠올리게 해준다.

이튿날 리우데자네이루로 이동했다. 세계 3대 미항답게 멋진 해변을 가진 항구도시다. 브라질 독립 100주년을 기념해 만든 예수상이 있는 코르코바두 언덕을 트램으로 올랐다. 오르는 길섶엔 두리안나무들이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다. 당시 왕이 얼굴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몇 번이나 수정을 해서 완성시켰다는 30m짜리 예수상이 저만치 언덕에서 반긴다. 두 손으로 모든 것을 감싸듯 팔을 벌리고 서 있다. 예수상 내부에는 리우의 시내 경관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설치돼 있다. 뉴욕항의 자유여신상을 오르는 기분이다. 저 멀리 내려다보이는 해변가의 집들과, 그 사이사이의 모래사장은 한 폭의 그림을 펼쳐 놓은 듯하다. 특히 도시에 황혼이 내려앉는 모습은 초현실주의 풍경이다. 구름 낀 날 예수상 뒤로 구름을 가르고 솟아나는 태양은 사람들의 마음에 깊은 아우라를 남긴다.

리우는 브라질에서도 아주 유명한 소매치기 동네다. 일행의 목걸이를 채가고 버스에서 배낭에 들어 있는 카메라를 훔쳐가는 등 역시 이름값을 톡톡히 보여줬다. 언덕을 내려와 코파카바나 해변으로 발길을 옮겼다. 모두들 미끈한 몸매를 가진 아가씨들의 ‘수용복 심사’를 기대했건만, 그곳엔 너무도 자유로운 아줌마들의 커다란 몸집만 해변을 산책하고 있었다. 보테로의 조각상을 닮은 모습들이다.
◇박병춘 화백이 그린 코르코바두 언덕.

일정상 리우삼바축제를 놓쳐야 하는 아쉬움에 그 맛을 조금이라로 느껴보기 위해 해질녘 리우 시내 한 삼바레스토랑을 찾았다.

무대에선 화려한 의상의 무희들이 삼바 리듬으로 요동을 친다. 마치 먹물을 머금은 붓이 화폭을 튕기듯 휘젓는 모습이다. 플로어에선 손님들이 삼바 리듬에 취해 가고 있다.

동양 남자에 대한 호기심에선지 아가씨들이 함께 춤을 추자며 성화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몸속의 모세혈관마저 튕겨 나올 것만 같다. 열정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삼바는 아프리카에서 노예로 끌려온 흑인들에 의해 시작됐다. 흑인 노예들은 사탕수수 농장에서 온종일 힘든 노동을 감내해야 했고, 잠자리에 들어선 향수와 배고픔에 시달려야 했다. 슬픔과 고통을 잊기 위해 그들은 고향에서 즐겼던 노래와 춤을 추며 스스로를 달랬던 것이다.

밤새도록 달려도 무한히 펼쳐지는 브라질의 대평원은 극한 풍경으로 다가온다. 절대적 풍경이다. 이곳에서 내 안의 진정한 풍요가 무엇인지 깨달음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비로소 대상으로부터 무한한 자유를 느낀다.첫 키스의 달콤함이다.

글·사진=이만수·김범석·박병춘·김경화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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