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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도 강간죄 대상" vs "침실까지 법 따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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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4-19 13:40:08 수정 : 2013-04-19 13:4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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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강간죄 성립되나 … 대법정서 팽팽한 설전
“형법상 강간죄의 객체는 부녀(婦女)다. 아내 역시 강간죄의 대상이다.”(이건리 대검 공판송무부장)

“둘만의 일을 누가 어찌 알겠나. 이혼시 재산을 더 많이 받으려고 여성 측이 악용할 수 있다.”(피고인 측 신용석 변호사)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대법정. 정상적인 혼인관계에서 강간죄 성립 여부를 다루는 최종 판결을 앞두고 전원합의체 심리로 공개변론이 펼쳐진 가운데 검사와 변호사가 한치의 물러섬도 없는 팽팽한 힘겨루기를 벌였다.

변론의 주제는 ‘아내를 강간할 수 있는가’하는 것. 어느 쪽도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대법원은 사실상 이혼 상태인 부부에 대해선 부부강간을 인정하고 있지만, 정상적인 혼인관계가 유지되는 경우에 남편을 강간죄로 처벌한 적은 이제까지 없었다. 어쩌면 이번 변론이 우리 사회 가족관계 전체를 뒤흔들 수도 있다. 사회적 관심을 반영하듯 170여석의 법정은 방청객들로 꽉 들어찼다.

피고인은 지난해 경기 안산 자택에서 흉기로 부인을 위협한 뒤 강제로 성관계를 한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로 기소된 A(45)씨. 1심에서는 징역 6년에 전자발찌 10년 부착을, 2심에서는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2001년 결혼해 슬하에 자녀 둘을 뒀는데 2∼3년 전부터 불화가 생겼고, 늦게 귀가한 아내의 배에 부엌칼을 들이댈 만큼 폭행 강도가 셌다.

이건리 공판송무부장은 “강간 수단으로 폭행 협박이 이뤄지는 부부관계는 더 이상 부부가 아닌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라면서 “부부 사이라는 이유로 처를 강간죄 객체에서 제외한다면 사회가 보호의무를 져버리는 것”이라고 변호인을 공격했다. 검찰 측 참고인 김혜정 영남대 교수도 “부부 사이에 동거 의무와 성적 충실 의무가 있어도 폭행이 따르는 강간이 허용돼서는 안된다”고 거들었다.

피고인 측 신용석 변호사는 “형벌이 부부침실까지 들어가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고 볼 수 없다”면서 “50년 이상 부부 강간죄를 인정하지 않다가 해석을 통해 처벌범위를 넓히는 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변호인 측 참고인 윤용규 강원대 교수도 “2009년 부산지법에서 ‘부부강간’을 인정했다가 남편이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면서 “부부 간의 일을 형벌로 규제하는 것이 옳은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족관계에 미치게 될 파장이 워낙 큰 만큼 변론을 듣던 대법관들 역시 “헌법이 양성평등을 지키도록 하는데 이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피해자 말만 듣고 수사하면 부작용이 있지 않겠느냐”며 질문을 거듭 던졌다.

대법원은 이날 공개변론이 ‘가정 내에서 일어난 일로 선정적인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며 생중계를 허용하지 않았다. 선고기일은 추후 결정될 예정이다.

박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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