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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퇴근 시간이면 라이더로 변신하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자전거는 타는 순간 자유와 긴장을 동시에 선사한다”며 “한국도 유럽의 여러 나라처럼 마음 편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정호 기자 |
자전거를 타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전원일기’의 김 회장 둘째 아들. 어느 쪽이 ‘인간 유인촌’을 더 잘 드러낼까. 판단은 각기 다를 테지만, 정책 집행과 일반인에 미치는 영향은 장관 유인촌이 둘째 아들보다는 훨씬 클 것 같다. 유 장관은 소문난 것처럼 지난 10일부터 출퇴근길에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경찰청은 11월까지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자전거 전용도로에 별도의 자전거 신호등을 설치하고, 법제처도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의 중과실 범죄에서 자전거를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환경 관련 시민단체도 우호적인 반응이다. 마침 이런저런 자전거 관련 뉴스들이 연이어 나오던 날, 장관의 자전거 출근길을 따라나섰다. 자전거로 동행하기에는 여러 가지 여건상 쉽지 않아 자동차로 그의 뒤를 따르는 방식을 택했다.
오전 6시 40분, 사진기자와 함께 서울 강남구 청담동 유씨어터 건물 앞에 섰다. 유씨어터는 유 장관이 소유했던 극단이다. 10분 정도 지나자 유 장관과 MTB가 보인다. 출근길을 지켜보겠다고 미리 이야기는 해놓았으나 약간은 어색한 듯하다.
“출근하는 모습이 무슨 의미가 있다고 아침부터 고생입니까? 아침저녁으로 이렇게 45분 정도 타고나면 상쾌해집니다. 유류비 절감 등 여러 면에서 좋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아 기분 좋게 탑니다.” 무리를 해서라도 차 대신에 자전거를 함께 타며 취재하는 게 좋았겠다고 하자, 말을 받는다.
“힘들 겁니다. 처음부터 시내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은 너무 위험해요. 자전거 타기가 자동차를 처음 운전할 때보다 더 강한 정신 집중이 필요해요.”
자동차 초보 운전과 비교를 하니 도심의 자전거 출퇴근이 그리 만만치 않다는 게 직감된다. 초등학생 때부터 수시로 탔다는 유 장관은 벌써 40년 넘게 자전거를 타고 있는 셈이다.
“오전 10시에 국회로 가야 하니, 자 떠납시다.”
간단히 응대를 한 뒤 페달을 재빨리 밟고 휑하니 떠나버린다. 학동에서 성수대교를 건너 서울숲, 청계천을 지나 광화문 문화부 청사로 가는 행로다. 대화는 청계천 옆 용두동 서울문화재단에서 잠시 멈춰 나누기로 했다. 유씨어터 건물을 뒤돌아 학동 사거리에서 그를 추월할 수 있었다.
도로 가장자리를 주행로로 삼아 달리지만 갑자기 멈춘 자동차를 피하려고 곡예 운전마저 한다. 유 장관이 ‘자출사’(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의 일원이 되겠다고 했을 때 문화부 직원과 지인들이 말린 이유를 일만도 하다. 적어도 자전거를 타는 순간에는 다른 생각을 하면 안 되겠다 싶었다.
주위의 걱정은 아랑곳없이 성수대교 남단을 타는 50대 ‘라이더’의 페달 밟는 모습은 경쾌하다. 그에게 페달 밟기는 출근 수단이기도 하지만 지난 밤의 고단함을 털어내는 과정이기도 하다. 내심 자동차가 자전거보다는 앞서서 중간 목적지에 도착할 것으로 짐작했지만, 금세 착각으로 드러났다. 뒤따라오던 유 장관이 오른편으로 사라지면서 이내 그의 모습을 놓쳤다. 그와 재회한 곳은 약속한 서울문화재단에서였다. 먼저 도착해 자전거를 세우고 또 다른 라이더와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다.
“동대문 도서관장이신데, 안양에서 동대문까지 매일 자전거를 탄다고 합니다. 하루에 5시간 이상씩 타니 대단한 분이지요.”
시민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되새기는 자리이기도 하다.
“자전거는 현행법에서 자전차로 분류됩니다. 도로교통법에서 보호받기가 힘든 것이지요. 페달 밟기는 건강은 물론 더 넓게는 국가와 지구를 사랑하는 좋은 길이지요. 서울의 4대문 안과 강남의 대로에서라도 자전거 전용 차선을 가급적 빨리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부터 앞장서 나설 생각입니다.”
자전거로 출퇴근하자 일부에서 “장관이니까 가능하다”는 비판도 받았다고 했다.
“운동 후 복장이나 샤워 등을 걱정하는 분들이 많은데, 생각하기 나름입니다. 서울문화재단 대표였을 때 화장실 옆 조그만 세면장에서 샤워하기도 했어요. 기업체나 공공기관이 작은 공간이더라도 화장실 옆에 샤워장을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이제는 누가 됐든 일할 기회를 줄 만큼 우리 사회가 성숙했습니다. 좀 기다립시다. 일을 하는 것을 보는 게 먼저 아닌가요. 그동안 우리 사회의 논란과 분쟁에는 언론도 책임이 있는 부분이 있지 않습니까. 갈등만이 부각되고 앞으로 나가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범위를 넓혀 미디어 정책 전반에 대한 의견을 묻자 여전히 조심스러운 답변이 돌아왔다.
“지상파 3사 위주로 거의 독점되다시피 한 방송 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어요. 개선책을 찾아야 합니다. 방송사 노조들의 큰 반발은 공영성과 공정성을 고려한 측면이 있다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이제는 2012년 디지털 방송과 방송다원화를 준비하려면 산업화 측면도 살펴봐야 합니다. 그래야 우수한 콘텐츠를 개발해 한류 등도 지속시킬 것 아닙니까. 신문을 포함한 인쇄 및 출판물 진흥에 보다 관심을 두겠습니다. 사실 방송보다는 인쇄 매체에 관심이 많아요.”
문화 정책을 아우르는 수장으로서 우리 문화의 품격을 끌어올릴 아이디어는 없을까. 유 장관은 그 방법 중 하나를 한글과 국어진흥에서 찾았다. 그는 “국어 진작에 공을 세운 장관이라는 말은 듣고 싶다”며 “국어는 확실하게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정신문화 고양을 통한 품격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어야지요. 한글에 대한 관심을 높였으면 좋겠어요. 8월에 전국에서 500명의 국어학자와 전문가들이 모여 한글의 내실화와 세계화를 향한 다각적인 토론회를 열기로 했습니다. 정부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에 문화부 청사의 외래어도 가급적 한글로 바꿀 생각입니다. 청사 디자인을 새로 고안하고 있으며, 곧 선보이겠습니다.”
산하단체 기관장 교체에 대해서는 “현재 상식적인 수준에서 기관장 교체가 이뤄지고 있다”며 “원칙대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몇 마디 대화를 나누자 아침 시간이 금세 흘러가버린다. 다시 장갑을 챙겨 끼고 조금은 느려진 차의 흐름 속으로 유 장관이 사라졌다. 8시 20분, 광화문 문화부 청사. 차보다도 빨리 당도한 그의 자전거가 청사 한쪽을 지키고 있었다. 자동차보다 자전거가 더 빨랐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놀랍다. 문화부 장관의 자전거 출퇴근은 장관 본인의 뜻과는 별개로 상징적인 ‘쇼’임에는 틀림없다. 그는 주변에서 ‘쇼’라고 숙덕거릴수록 오기가 생긴다고 한다. ‘쇼’라도 가치가 있다면 지속되어야 한다. ‘쇼’의 진정성이 제대로 전달된다면, 그런 자세로 ’정도의 페달’만 꾸준히 밟아 나아간다면, 복잡한 난제들도 자연스럽게 실마리가 풀리지 않을까.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1951년 3월 20일 서울 생.
▲서울 한성고를 거쳐 1980년 중앙대 연극영화학, 1986년 중앙대 대학원 연극학과 졸업
▲1973년 MBC 6기 탤런트로 방송·연극무대 데뷔
▲1997년 중앙대 교수, 2002년 극단 유 씨어터 대표, 2004년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MBC 신인연기상(1975), KBS 방송연기 대상(1990), 백상예술대상 남자연기상(1987, 1991, 1992), 이해랑 연극상(2000)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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