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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신고용·성과주의 조화… '전자왕국' 부활 주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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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경제계 얼굴'로 등장한 캐논 미타라이 후지오 회장
◇일본 게이단렌 회장으로 재계 리더 역할을 하는 미타라이 후지오 캐논 회장, 종신고용등 일본식 경영 방식을 고수하면서 ‘전자왕국’ 일본의 르네상스를 주도하고 있다.
세기의 명품 ‘워크맨’을 만든 소니를 제치고 캐논이 뜨고 있다. 캐논이 지난 반세기 세계 전자업계를 호령해 온 소니를 제치고 일본 전자업계 최강자로 떠오른 것은 극적인 판도 변화로 평가된다. 현재 소니는 죽을 쑤는 반면 캐논은 2005년부터 3년 연속으로 일본 기업 중 순이익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캐논은 1990년대 초 야심차게 투자한 컴퓨터 분야에서 실패한 데 이어 1998년에는 전자타이프라이터 등 주력제품에서도 철수하면서 사라질 운명에 처한 기업으로 간주됐다. 그러나 2007년 말에는 매출액 4조4814억엔, 순이익 4883억엔, 종업원 13만1352명,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8.2%를 기록했다. 미국 특허등록 건수는 2385건(2006년 기준)으로, 세계 3위(일본 기업 1위)다. 캐논이 어떻게 이처럼 변신할 수 있었을까.

지금 일본 재계는 ‘캐논 따라하기’에 여념이 없다. 일본 전자업계에서 캐논, 마쓰시타, 도시바는 승자그룹에 속하고, 소니, 히타치, 산요 등은 패자그룹으로 분류된다. 승자그룹과 패자그룹이 명암이 뚜렷이 갈리고 있다. 경제비평가 나가오카 후미요 호세이(法政)대 교수는 “기업의 명암이 갈리는 주된 요인은 최고경영자(CEO)의 비전과 리더십”이라고 말했다. 불과 10여년 전 일본 내 2류 기업으로 치부됐던 캐논의 변신에는 뛰어난 경영 리더십이 있었다.

2006년 5월 일본 게이단렌(經團連) 회장을 맡은 미타라이 후지오(御手洗富士夫·73) 회장이 그 중심에 있다. 특히 그가 일본 재계의 ‘얼굴’로 나서게 된 데는 주목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 ‘미국 따라하기’로 요약되는 글로벌 경영 풍조에서 ‘일본식 경영’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일본식 경영은 1990년대 거품경제 붕괴로 실패한 모델로 치부됐다. 그러나 캐논을 시작으로 일본식 경영이 화려하게 부활했다고 세계 재계에서는 평가한다. 미타라이 회장 직전에 게이단렌을 이끈 오쿠다 히로시(奧田碩) 도요타자동차 종신고문은 “일본식 경영을 무기로 한 일본 경제의 부활을 알리는 의미에서 그를 게이단렌 대표선수로 지목했다”고 말할 정도다.

그는 다른 성공한 CEO들과 마찬가지로 부실사업 정리, 성과주의 도입, 조직체계 슬림화 등 미국식 개혁 모델을 따랐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일본식 경영의 장점을 살렸다. 그 한 예가 종신고용제의 고수다. 캐논은 전시였던 1937년부터 종신고용제를 채택해 온 기업으로 유명하다. 거품경제 시절 대다수 기업들은 종신고용제를 포기했으나 캐논은 달랐다. 현재 캐논은 성과주의에 따라 개인 간 임금격차는 어느 기업보다 크지만 해고는 하지 않는다는 게 철칙이다.
◇지난 4월 일본 도쿄의 총리관저에서 미타라이 후지오 캐논 회장(오른쪽)이 이명박 대통령(왼쪽),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미타라이 회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종신고용이 잘못된 경영제도였다는 견해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종신고용이라는 안정적 환경이 있어야 기술자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어려운 과제에 도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종신고용에 집착하는 것은 인간 중시 경영에서 비롯된다. 영업력이 떨어지고 개발력에서 뒤지는 사원이라도 최선을 다한다면 존경하고 대우해준다는 것이다.

그는 둥글둥글한 얼굴에 붙임성 있는 미소를 띠고 있다. 번쩍거리는 안경에 폼잡는 재벌 경영자들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사람 마음을 사야 장사도 잘 된다”고 말한다. 돈으로는 사람의 마음을 살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최고 관리자와 말단 종업원에 이르기까지 ‘마음’을 사려고 노력한다.

이는 일본식 종신 고용 시스템으로 귀결된다. 그는 장기고용이야말로 호흡이 긴 기술 개발 경쟁에 적합한 경영 시스템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고 1980년대 일본식 경영의 폐단이었던 종신고용과 연공서열을 답습하는 게 아니라, 고용을 보장해줌으로써 근로자의 창의력을 극대화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능력이 없다고 내보내진 않지만, 실적에 따른 보상은 확실히 해준다.

그의 경영시스템은 한때 “일본의 구조개혁을 더 늦출 위험이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인간 중시 경영을 내세운 도요타와 더불어 캐논의 고속성장으로 일본식 종신고용 시스템의 저력이 새롭게 인정받고 있다.
◇미타라이 후지오 캐논 회장(가운데)이 지난해 8월 도쿄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왼쪽)를 맞이하고 있다.

미타라이 회장은 1970∼80년대 미국 캐논USA 사장 시절 미국 CEO들과 두루 교분을 쌓았다. 당시 잭 웰치 GE그룹 회장과 골프를 즐기면서 미국 경영의 장단점에 대해 알게 됐고, 미국식 경영과 일본식 경영의 차이점을 분명하게 체득할 수 있었다고 훗날 회고한다. 이런 경험 덕에 1995년 캐논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여타 경영인들과는 다른 경영능력을 보일 수 있었다.

일본의 다른 대기업들이 구조조정과 성과급제 도입 등을 통해 수많은 직원을 해고했지만, 캐논은 이러한 흐름에 역행이라도 하듯 단 한 명도 해고하지 않고 ‘종신 고용 보장형 성과급제’를 완성하면서 초우량 기업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그는 회장 취임 당시에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1996년에는 액정 디스플레이와 광디스크, PC 사업에서 엄청난 적자를 떠안고 손을 뗐다. 그러나 2000년 들어 최고 기술력을 자랑하는 카메라를 장착한 프린터를 비롯, 고부가가치 사무기기와 관련 장비 생산에 집중 투자한 게 대성공을 거뒀다. 그 결과 회장 재임 10여년간 캐논의 매출은 80% 이상, 순익은 600% 이상 증가했다.

2006년 새해에 미타라이 회장은 캐논 임직원들에게 다음과 같은 신년사를 보냈다.

“마라톤 경기에는 이길 수 없어도 철인 3종 경기에는 이길 수 있는 캐논만의 특화기술과 사업을 집중 개발할 것입니다. 가장 유리한 싸움터에 가장 유리한 무기를 들고 참가하겠다는 필승의 전략입니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경영 전략을 설명하는 내용이다. 그는 향후 캐논의 강점인 카메라와 렌즈를 활용한 사무기기와 관련 장비 개발에 주력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캐논은 최근 중국 내 공장을 일본으로 다시 옮겨오면서 일본 기업의 ‘U턴(해외생산기지의 국내 회귀)’을 주도하고 있다.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제품은 첨단 자동화 설비를 동원해 ‘메이드 인 재팬’을 고수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캐논은 쇠락의 길을 걷는 소니를 대신해 ‘전자왕국 일본’의 르네상스를 주도하고 있다.

그는 한국의 기업인들과도 친분이 있고, 한국 경제에 관심이 크다. 그는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당시 이건희 삼성 회장과 신격호 롯데 회장과 각별한 사이라고 소개했다.

“한국 기업들은 정말 빠르게 강해지고 있습니다. 이 회장은 정말 대단한 경영자예요. 삼성을 세계적 브랜드로 키운 사업 수완은 존경할 만합니다. 롯데의 성장은 한국 경제성장만큼이나 고속입니다.”

도쿄=정승욱 특파원

jswook@segye.com



◆미타라이 후지오 회장은…

▲1935년 오이타현서 의사의 아들로 출생

▲1961년 일본 주오대 법학과 졸업

▲캐논 카메라(현 캐논) 입사(그는 캐논 창업자 미타라이 다케시의 조카임)

▲1979년 캐논USA 사장

▲1981년 캐논 이사

▲1995년 캐논 회장

▲1996년 종신고용제, 인간중시 신경영철학 발표

▲2006년 5월 일본 게이단렌 회장 취임

▲취미:골프(핸디 14)

▲좌우명:‘생각은 신중하게 행동은 신속하게(熟慮斷行)’

▲주요 인맥:니시무로 다이조 도쿄증권거래소 사장, 미야하라 겐지 스미토모상사 회장, 스즈키 도시후미 세븐&아이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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